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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변의 미국생활기 33] Santa Rita International Day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goodcountry 2010.04.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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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지도 벌써 8개월을 훌쩍 넘어섰다. 우리 아이들도 그동안 학교 생활에 많이 적응하여 즐겁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 방과후 교실로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를 1년 정도 배우고 왔던 큰 애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영어 언어교육) 과정을 뗀 지 오래 되었고, 둘째와 셋째도 영어 까막눈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지들끼리 영어로 말하고 노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에 와서 영어를 처음 접한 둘째와 셋째는 아는 게 많지 않아서 그렇지 발음은 예술이다^^~ 영어가 늘려면 역시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야 함을 느낀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Santa Rita Elementary School'이다. 최근에 애들 학교에서 반가운 행사가 있어서 다녀왔다. 이름 하여 'Santa Rita International Day'. 이틀에 걸쳐서 세계의 여러 나라들에 대해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첫째날은 'International Dance Day'로 학교 아이들이 준비한 세계 각국의 춤을 선보이는 날이었다. 역시나 많은 학부모들이 참석하였다. 행사는 스코틀랜드 파이프 전문 연주자의 파이프 연주에 맞추어 세계 36개국의 국기가 입장하면서 시작하였다. 6학년 아이들이 자기 출신 국가의 국기를 들고 입장하였는데, 우리 큰 애가 태극기를 들고 달려나오는 걸 보니 태극기도, 우리 큰 애도 참 반갑고 뿌듯했다.


 


다음은 학교 아이들이 준비한 세계 각국의 춤을 선보이는 시간이었다. 멕시코, 이스라엘, 인도, 일본, 스코틀랜드, 러시아, 중국, 미국 등 총 9개 나라의 전통 춤을 선보였다. 우리 둘째는 중국 팀 시간에 나와 붉은색 계통의 알록달록한 중국의상을 입고 부채춤을 추었다. 3월부터 열심히 준비하더니 모두들 어찌나 귀엽게 춤을 잘 추는지... 한국 사람이 많지 않아 우리 애가 한국 춤을 추지 못하고 중국 팀에 들어가 중국 춤을 춘 것은 참 아쉬웠다.


다음날은 학생들이 학부모들이 준비한 나라들을 다니며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음식 등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21개국 중에 자기가 선택한 4개의 나라를 갈 수가 있는데, 실제 외국을 가는 것처럼 학교에서 나누어 준 여권을 들고 가면 그 나라 도장까지 찍어주었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로 유명한 밀로스 포먼 감독은 1996년 영화 ‘래리 플린트’로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하면서 그 수상소감으로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인 이유는 가장 잘 살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자유롭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언론재벌들이 미국의 방송, 신문 등을 장악하고 있는 지금, 그 말이 여전히 유효한지 좀더 생각을 해보아야 할 듯하다. 내 생각에 미국의 힘은 온갖 인종들과 온갖 문화가 섞여진 다인종․다문화국가인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 가족을 포함하여 전세계 국가의 국민들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배우기 위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배우기 위해, 미국에서 살기 위해 지금도 모여들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자기네 커뮤니티를 만들어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는 한편 다인종․다문화국가인 미국의 문화에 융화되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다. 전세계에서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와 미국의 드라마, 팝송에 열광하는 이유는 온갖 문화가 융화되어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처럼 진정한 다문화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피부색과 다른 언어, 다른 문화에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한참 '다문화'를 여기저기서 얘기하고 있지만 다른 인종과 다른 문화, 특히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와 같이 우리나라보다 덜 개발된 국가 출신 인종들을 유독 색안경을 끼고 보고 2등 국민 취급을 하며, 순혈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한 진정한 다문화국가로 발돋음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의 명문대학들은 교수를 뽑을 때 자기대학 출신들을 오히려 기피한다고 한다. 순혈주의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Santa Rita 학교에는 전 세계 36개국에서 온 아이들이 함께 다니고 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다른 나라와 다른 문화를 접하고, 다른 인종들과 어우러져 학교에 다니면서 저절로 자기와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다른 말을 쓰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 대해 편견 없이 대할 수 있게 된다. 다문화를 얘기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우선 필요한 것은 내 것과 다른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고 그 문화를 포용하는 자세가 아닐까.


다음글: [염변의 미국생활기 34] 미국 여행의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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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23 00:25 신고
    미국의 다문화주의는 참 묘했어요. 그것은 영국, 캐나다나 태국과 같은 다른 다문화주의 국가들과의 것들하고 달랐죠... 미국은 정말 "미국"이라는 고유한 제3의 정체성 가지고 있고 이 제3의 정체성이 모든 다른 정체성을 잡아먹는 것 같아요. 미국인들은 한국계 미국인, 멕시코계 미국인이기 전에 무조건 미국인(protestantism을 기반으로 한 다소 보수적인 문화)이라는 느낌을 줘요. 말 그대로 melting pot. 한국어를 거의 할줄 모르고, 한국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2세 (2세! 3세, 4세도 아니고요) 코리언 어메리칸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반면 캐나다 사람이나 태국인을 보면, "난 캐나다인이야" 혹은 "난 태국인이야"라는 정체성이 좀 약한 것 같아요. 이런식의 다문화주의를 tossed salad라고 부르고, melting pot과 대조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미국식 다원주의를 신뢰하지 않아요. 그건 진정한 다원주의가 아니니까요; "미국문화"에 흡수된 것일 뿐이니까요. 물론 다문화 국가에서는 이런 제3의 정체성이 필요하긴 하지만요... 미국은 그게 너무 강하다는 것이죠. 미국 영화나, 음악이나, 문학이나, 다른 예술에는 아직 백인들이 절대적으로 우세에요. NYT Bestseller List, 빌보드 차트에서 1위한 동양인, 몇 안 되죠...

    모르겠어요 전... 배울 것이 많은 나라지만, 다시 가서 살고 싶은 나라는 아닌 것 같아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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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23 02:10
      ingemund님, 좋은 의견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개인 의견을 말씀드리면, 말씀하신 대로 미국식 다원주의가 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세계에서 미국만큼 다른 인종과 다른 문화에 관용적인 나라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은 특히 인종 차별로 인해 많은 아픔이 있었던 나라이기에 그만큼 그에 관해 민감해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미국은 새롭게 만들어진 나라라는 점에서 특이성이 있기도 하구요. 어쨌든 제가 이런 글을 올린 취지는 다른 문화에 대해 우리나라가 너무도 폐쇄적이어서 미국만큼이라도 열린 자세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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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23 17:16 신고
      변호사님 저 전 공감 인턴 정범이에요ㅎ^^;
      맞아요 다문화에 있어서는 아직 한국이 배울 것이 많죠
      그리고 이질감에 대한 해소가 잘 안 되는 유럽에 비해 (특히 무슬림들이 융화가 잘 안 되나봐요) 미국식 다원주의가 더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더라고요.
      한국식 다문화는 어떤 형태를 갖게 될까하는 생각을 해요...
      (분명히 다문화국가로 출발했을 텐데... 제가 김수로왕과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의 "후손"이다보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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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25 14:51
      정범씨, 잘 지내요? 반가워요~ 다문화에 대해 생각이 많군요^^~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하도 외세의 침략을 많이 당해서 민족의식이 강해진 것 같기도 해요. 한국의 다문화는 우리 모두의 숙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