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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변의 미국생활기 32]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보고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goodcountry 2010. 4. 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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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를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았다. 영화 제목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음직 하고, 내게는 소설이든 영화든 명작이란 것이 늘 그렇듯이 잘 보아지지는 않았던 그런 류의 영화였다. 그런 류의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우연히 이 영화가 미국의 정신병원의 실상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이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비정상'으로 낙인된 사람들이 수용되어 있는 정신병원의 실상을 그린 밀로스 포먼(Milos Forman) 감독의 1975년 작품이다. Cuckoo's Nest(뻐꾸기 둥지)는 미국에서 정신병원을 가리키는 속어라고 한다. 영화의 제목은 정신병원에 들어간 주인공을 지칭하는 말이다.


영화는 주인공인 맥머피(잭 니콜슨이 연기하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가 교도소에서 정신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시작된다. 맥머피는 교도소보다 정신병원이 보다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하고 교도관으로부터 정신병원 경비원에게 자신이 인계되자 환호성을 외치며 경비원을 얼싸안고 키스까지 날린다.


그러나 정신병원에서 하루하루 지내면서 그의 생각은 철저히 오산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레치드 간호사로 상징되는 정신병원의 시스템은 수용되어 있는 모든 '환자'들에게 똑같은 일상을 강제한다. 약물을 복용하는 시간에는 누구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줄을 서서 약을 먹어야만 하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하루 일과에 조금도 흐트러짐이 있어서는 안된다. 절대 예외는 없고, 이를 거스르는 자는 가차없이 그 대가를 치루게 된다. 이러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인디언 추장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척 지내고 있다.


하지만 자유를 찾아 병원에 들어온 맥머피는 교도소보다 더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시스템을 견딜 수 없어 끊임없이 병원의 권위와 폭력에 도전한다. 새로 들어온 맥머피로 인해 병원의 다른 환자들도 자신에게 '텔레비젼 프로를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자신의 물건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깨닫게 되지만, "권리가 있음을 아는 것"과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도 함께 알아야만 했다. 맥머피는 더 이상 병원에서 변화를 기대하기를 포기하고 진정한 자유를 찾아 탈출을 꿈꾸지만 안타깝게도 실패로 끝나고 만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미국의 주립 정신병원이다. 2010년의 우리나라 정신병원의 모습이 그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2009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장애인의 인권실태와 정책대안을 담은 국가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강제입원 비율이 10~20%인 서구에 비해 우리나라는 86%에 달하고, 평균입원일수도 서구가 10~50일 정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33일에 달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국에서 정신병원에 방문조사를 나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병원의 시설과 환경을 조사하고 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환자들을 만났다. 개중에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가 있었다. 그 할머니는 정신병원에 들어오신 때가 1988년이라고 하셨다. 기가 막혔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하던 1988년이면 20년이나 되는 기간인데, 강산이 2번이나 바뀌었을 그 기간을 고스란히 정신병원에서 지내시다니....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면접했던 분들 대부분이 희망도, 삶에 대한 의지도 없이 너무도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정신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너무도 무기력해져서 누구를 해칠 의지도, 능력도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와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능력도 모두 없어져버리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어 버리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을 비정상으로 낙인 찍고 정신병원에 가두어 청춘을 그곳에서 보내도록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들도 인디언 추장처럼 뻐꾸기 둥지에서 나와 자유로운 저 너머 세상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글: [염변의 미국생활기 33] Santa Rita International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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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 프로필 사진
    2010.04.09 18:14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 프로필 사진
    2010.04.13 13:46
    저도 이 영화 한번 꼭 봐야겠습니다.

    어제, <자본주의:러브스토리>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거기서도 사소한일로 정신병동에 수감되었던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걸보면서 정신병원이 가지는 권력과 사람들의 이기심에 치를 떨어야했는데
    이 영화도 좋은 생각거리를 안겨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