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프로필과 소개팅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0. 4. 8. 11:47

본문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인 봄이 와서일까요. 주변에서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때문인지 잔뜩 '바람 든' 모습들이 보이는것만 같습니다. 지난주에 만난 친구는, 머지않아 소개팅을 하게 될것 같다면서 잔뜩 흥분된 모습이더군요. '어떤 사람인데?' 라는 저의 질문에 친구는 신이나서 이렇게 늘어놓았습니다.

   서울대 의대생인데.. 키는 180정도 되고.. 서구적으로 생겼대

   와, 진짜? 친구의 소개에 저도 덩달아 맞장구를 치면서 '잘 해봐' 를 외쳐댔죠. 그런데요. 친구랑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자꾸 뭔가 마음에 걸리는게 아니겠습니까.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마음에 걸려야한 이유를 알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 남자의 '프로필' 에 관한 것이었죠. 솔직히 친구의 얘기를 듣는 순간, 저는 내심 부러운 마음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바로 그 프로필이라는것이 뛰어났기 때문이었죠. 그 친구의 학벌, 키, 그리고 외모. 그런데 생각할수록 씁쓸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어떤 사람이야?' 라고 물었을때 그 사람의 '조건' 들이 먼저 줄줄이 딸려온다는 이 현실이. 그 프로필만 듣고 그 사람을 지레 '좋은 사람' 이라고 생각했던 저의 선입견이 말입니다. 사람을 어떠한 조건에 앞서 '있는 그대로' 를 받아들여야 한다, 라던 평소의 저의 지론이 말뿐이었나 싶어 창가에 머리를 찧으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죠. 아, 내가 아직 이것밖에는 안되는구나..궁시렁궁시렁.. 아, 인권감수성하고는..!

   생각은 집에 와서도 계속 확장되었습니다. 가장 큰 충격은 '아, 나는 과연 고복수를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자괴감이었죠. 아, 고복수가 누구냐구요? 흠흠, 그럼 여기서 잠깐 저의 '이상형' 을 좀 소개하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여기 이 사람이 바로 '고복수' 입니다. 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양동근씨가 맡았던 캐릭터이죠.

고복수는 가난한 부모님 덕에 고아원에 맡겨진탓에 잠시 나쁜길로 빠지게 됩니다. 소매치기로 인생을 시작하게 된것이죠. 하지만, 한 여자를 만나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게됩니다. 그의 타고나고도 맑은 심성 덕분이죠.

고복수는 아마도 대한민국 드라마 사상 가장 '후진' 조건의 남자주인공일것입니다. 전과자에 고아원에서 자랐고, 대학은 당연히 나오지 않았으며 얼굴도 그리 잘생기기 않았죠.


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드라마 사상 가장 '멋진' 인생을 사는 남자이기도 합니다. 그의 따뜻하고도 순수한 심성에 많은 주변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는 가진것은 없어도 베푸는 삶을 살게되니깐 말입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있을수없는 '최고의 마음' 을 가진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자, 이쯤되면 제가 왜 '이상형'을 고복수라고 하는지 짐작이 가시겠죠. 겉모습이 아무리 번지르르 한다한들 속 마음이 알차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런면에서 겉은 좀 멋지지 않아도, 속 마음이 진국인 이 남자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지요.

   이 드라마를 보고 난 이후로(2002년입니다) 줄곧 '아 고복수같은 사람을 만나고싶다' 라는 생각을 해 왔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소개팅남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것이죠.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고복수를 소개시켜준다고 한다면, 나는 과연 으례 소개팅전에 오가는  '프로필' 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대학도 안다니고 과거가 전과자였다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만나보기도 전에 지레 손사래를 치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요즘 사람들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참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는게 아닐까합니다. 눈에 보이는 외모는 그렇다 치더라도 학벌,직업,사는곳,재산 등등으로 얼마나 많이 사람의 가치를 재고있는지요. 알랭 드 보통은 '속물이란 하나의 가치척도를 지나치게 떠벌리는 사람' 이라고 말하면서, 그의 특징은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보는것' 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마도,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마음에 새겨두어야할 격언이 아닐까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는, 사람의 조건을 먼저 내세우기 보다는 그 사람의 '인간됨'을 가장 먼저 얘기하는 풍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대학을 나왔냐보다는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를, 키가 큰지를 살피기보다는 성격이 어떤지를 궁금해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친구가 서울대 의대생과 소개팅을 하는것보다, 얼마나 좋은 사람을 만나는지를 제가 부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젠가 제가 꼭 고복수같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바꿔보려고 합니다. 아, 정말 봄입니다. 바야흐로 설레는 '사랑의 계절' 입니다.



글_11기 인턴 김미진




※ 공 SNS 에서 공감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공 블로그 구독하시고, 아래의 '추천','좋아요'도 눌러주시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