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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그늘이 걷히는 그날이 오면 - 필리핀 공동체 법률교육 탐방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0.03.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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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님!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부디 저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머나먼 이국땅에 와서 온갖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고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이겨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의 동료로부터 부당한 폭행을 당해 어깨를 다쳤고, 수개월간 일을 하지 못할 정도의 상해를 입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보상은커녕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도움을 요청하고 호소할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았다. 필리핀 대사관에서 그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근로자들의 표정은 이내 어두워졌다. 외국인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법률지원을 하기 위해 모인 한인변호사들의 마음도 덩달아 무거웠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2010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일까?


개관
2010년 3월 21일(일), 세계한인변호사회 공익위원회 이주지원팀 소속 변호사들은 한국에서 일하는 필리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2009년에 개정된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관한 법률 교육 및 상담(Seminar on The Revised Employment Permit System Law)을 진행하였다. 필리핀 대사관이 주최하고 세계한인변호사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 법무법인 충청의 한매화 변호사(중국), 한수홍 변호사(미국), 홍수원 변호사(미국), Colin Nam 변호사(캐나다), 법무법인 한진의 법무팀장 문건식 변호사, 이은옥 법률사무소의 이은옥 변호사 등이 참여하였다. 이번 교육에는 서울ㆍ경기 지역을 비롯한 안산, 김해, 부산 등 각지에서 약 100여명의 필리핀 공동체 회원들이 참가했다. 행사 1부에서는 2010년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이하 외국인고용법)에 대한 법률교육이 있었고, 2부에서는 한인변호사들과 필리핀 근로자들의 문답시간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3부에는 변호사들에 대한 감사장 수여와 행사 참가자에 대한 확인서 수여식이 있었고, 돌아가며 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모든 순서는 영어로 진행되었다.


1부 법률교육
1부 강연은 Colin Nam 변호사가 맡았고, 작년 9월 국회를 통과해 2010년 4월 법률시행을 앞두고 있는 외국인고용법의 개정취지와 목적, 주요 개정법안의 내용 등을 실제 사례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 개정된 법률에는 사업주와 외국인 근로자의 1회 최대 계약기간이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고, 일정 기간 동안 한국에서 일한 근로자가 재취업을 위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등 근로자(혹은 사업주)의 편의를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법률 개정으로 인해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한 모습이었다. 강연 내용의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강연자의 말을 빠짐없이 적어 내려가고, 준비된 PPT 화면을 카메라로 담는 등 시종일관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동안 피해사례를 돌아볼 때 기본적인 법률 이해가 부족해 불이익을 받는 외국인들이 상당했다는 점은 이번 강연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좋은 지표가 되었다.




2부 문답시간

2부에서는 한인변호사들과 필리핀 근로자들 사이의 문답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약 40분 간 진행된 이번 순서에서는 근로자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고가면서 열기를 더해갔다. 질문의 내용과 수준도 상당해 당장 답변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한 사례도 있었다. 무엇보다 회사 동료에게 폭행을 당했지만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든가,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과 결혼해서 살다가 가정폭력을 당하는 등 가슴 아픈 사연들도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답변은 주로 황필규 변호사에 의해 진행되었고,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은 변호사들 사이의 회의를 거쳐 전달되었다. 질문이 계속 이어졌으나 시간상 제약 등의 이유로 추가질문이나 세부 질문은 이메일 상담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마무리 되었다. 저마다의 꿈을 안고 한국에 들어와 일을 하게 된 근로자들이었지만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부당한 차별에도 법적ㆍ사회적 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정부나 사업주의 인식의 정도에 따라 불합리한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도 느껴졌다.




3부 수여식 및 사진촬영
마지막 3부에는 필리핀 대사관에서 한인변호사들을 위해 준비한 깜짝 수여식이 있었다. 필리핀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법률지원을 해 준 세계한인변호사회와 소속 한인변호사들을 격려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시간을 마련한 것이었다. 필리핀 노무관 Delmer는 직접 감사장을 건네면서 앞으로 세계한인변호사회와의 협력 속에서 필리핀 근로자의 권리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더불어 이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각지에서 올라온 필리핀 근로자들을 위해 참가확인서를 직접 전달하는 시간도 함께 진행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를 소중히 여기고 필리핀 공동체를 아끼는 대사관의 따뜻한 배려가 돋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이나(?)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온라인 나눔 활동도 활발한 필리핀 공동체를 위해 돌아가면서 사진촬영을 하는 것으로 행사의 공식적 순서는 마무리 되었다. 사진기 앞에서 해맑게 웃는 필리핀 사람들의 표정에서 새로운 희망과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우리들이 경제 행위를 통해 주조된 상하관계 속의 ‘노동’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함께 만들어내는 공동의 창조행위라는 인식아래 차별의 그늘 없이 살아있는 생명의 시간이 되기를 마음으로 빌어보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맺음글
세계한인변호사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Korean Lawyers: IAKL)는 서울 올림픽을 치른 해인 1988년에 창립된 이래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인변호사들의 구심적 역할을 하며 국제화시대의 법률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해 왔고, 전 세계 한인사회의 다양한 필요에 부합하는 여러 가지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다. IAKL은 공익단체와 협력하여 꾸준히 지역사회에 법률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왔고, 이번 행사를 주관한 공익위 이주민지원팀은 이번 필리핀 공동체 법률교육을 시작으로 앞으로 지속적인 공익활동을 더욱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글_11기 인턴 이태영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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