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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거나, 남이거나 - 영화 <경계도시2>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0.03.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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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선이 가까워지자
내 가슴은 더 세차게 고동치고
눈에는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 하이네, <독일, 겨울동화> 중



 

   하이네를 아십니까? 하이네는 독일의 시인입니다. 정부의 미움을 사서 파리에 머물면서 작품활동을 계속 했다고 하지요. 그런 배경지식을 가지고 읽는다면, 아마도 위에서 인용한 글에 고개가 끄덕여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그 나라에 입국한다는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도 외국에 나간적이 여러번 있지만, 그때마다 우리나라로 돌아올때의 기분은 '편안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래도 긴장을 하게 되지만 대한민국에 들어서는 순간 공항 입국 심사대부터 벌써 몸이 가벼워지고 뭘 해도 마음이 놓이는 것이죠. 하지만, 하이네는 국경선에 가까워지자 '가슴이 세차게 고동치고' 그도 모자라 '눈에는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라고 말합니다. 독일국민이었던 그는 왜 저처럼 독일로 가는 길위에서 편안함대신 긴장감과 벅찬 감동을 가져야만 했을까요? 이 영화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해 볼 수 있습니다.



귀국 후 기자회견을 하는 송교수의 모습



   송두율 교수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예, 사실 앞에서 하이네 이야기를 꺼낸것은 이 영화 <경계도시2>의 송두율 교수 이야기를 좀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저는 정치에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그의 이름은 왕왕 들어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럴 수밖에 없을것이 송두율 교수가 입국했을때 언론의 관심은 무척이나 뜨거웠기 때문이죠. 재독 철학자인 송교수는 37년만에 고향인 대한민국을 찾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공항에 나오지도 못했었는데..' 라며 '이제 이 비행기만 타면 한국에 가는건가' 하고 벅차하던 한 남자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언론과 국정원의 감시에 둘러싸이게 됩니다. 그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모국인 대한민국에 올 수 없었던것일까요? 그리고, 왜 오자마자 언론과 국가기관의 집중포화를 받게 되었을까요.

 


   송두율 교수는 스스로를 '경계인' 으로서 규정합니다. 통일을 위해 남과 북의 사이에서 화해를 위한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그에게 씌여진 간첩등의 오명에 맞서면서까지 대한민국으로 돌아옵니다. 이곳엔 그의 선친이 묻혀 계시고, 그의 친구들과 많은 동료들이 함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의 그런 소망은 산산히 부서집니다. 처음에는 '해외민주인사' 로서 그에게 호의적이던 언론들은 곧 정치논리에 의한 게임플레이어가 되기 시작하고, 대한민국의 보수단체들은 똘똘 뭉쳐 그를 협공합니다. 이제 그에겐 '남북의 화해를 위한' 이나 '발란스를 맞추고픈 경계인' 의 정체성은 남아있지 못하고, 오직 '친북인사' 라는 타이틀만 강조되어 '전향' 을 '강요' 받기에 이릅니다. 애초부터 어디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살았던 평형상태의 사내에게 거기있으면 적으로 간주할테니 우리쪽으로 오라고 윽박지르는 상황이 온 것이죠.

 


귀국 후, 매일매일이 전쟁이던 그의 삶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의 동료들마저도 그에게 전향을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일단 백기를 들고 국민정서에 맞추자고 제안합니다. 너무도 수세에 몰려서인지 그는 마침내 몇 가지 '맹세' 를 하기에 이릅니다. '독일국적을 포기할 것',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하며 살 것' 등이 그것입니다. 송두율 교수에게는 엄청난 내면의 갈등을 겪으며 이루어졌을 그 말의 맹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불타오르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광기는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처벌' 등의 보다 강도높은 차원의 응징을 들먹이며 폭주합니다. 이미 그 기차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올라타있고 방향은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죠.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송두율 교수를 구속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는 조국 대한민국이 섬뜩하게 느껴졌던것 같습니다. 그에게 적용되는 법은 '국가보안법' 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행위가 아닌 개인의 사상때문에 처벌받는일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송두율 교수는 바로 그 '개인의 신념' 혹은 '사상' 때문에 처벌받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우리가 과연 헌법을 받드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것일까요? 영화를 보는 제 마음은 심란했고 '한국에 온것을 후회한다' 라는 송교수의 말 앞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다행히도 송교수는 항소심 판결끝에 '집행유예' 로 석방됩니다. 지리했지만 진실은 이기고 상식이 통하는 순간이겠죠. 하지만 슬프게도, 끔찍했던 시간을 견디고 고향 제주도의 품에 안겨 자연의 짙은 냄새를 맡으며 행복해하던 한국사람 송두율은 다시 독일로 돌아갑니다. 아마도 우리 사회의 이 이성보다는 감성에 치우친 편가르기에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최인훈의 소설 <광장> 이 떠올랐습니다. 남도 북도 자신을 받아주지 못해 결국 제 3국으로 떠났으나 결국엔 제 3국으로 가는 길위에 자신을 내던지고 말았던 이명준. 경계인 이명준은 죽었고, 경계인 송두율은 결국 이 나라를 떠났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개인을 이념이라는 이름앞에 희생시켜야 할까요?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짓눌릴 수 밖에 없는 개인의 보편타당한 행복에 대해 질문하게 됩니다.

 


글_11기 인턴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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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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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07 10:25
    <경계도시2> 자체가 미진 씨가 서두에 인용한 하이네 시구로 열리죠.
    송두율 교수님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은 고등법원 판결 선고 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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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07 16:41
      네, 그렇죠~
      인상깊어서 저도 글에 인용해보았습니다.

      아..근데 고등법원 이후 였군요=_=;
      제가 착각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