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인터뷰] “이런 동성애 영화라면 많이 봐야 해요” - 장서연 변호사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비회원 2010.03.15 14:32

본문


<친구사이?> 청소년 관람불가 취하 소송 맡은 장서연 변호사


지난해 11월10일, 청년필름 김조광수 감독의 <친구사이?>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받았다. ‘성적 표현 수위가 강하고, 동성애 모방 위험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취소하기 위해 김조광수 감독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을 찾았고, “그동안 사회 소수자의 인권 관련 소송을 주로 맡았던”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가 나섰다. 4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로 출발한 그녀는검사 생활 1년 만에 공익 변호사로 진로를 바꾼,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함께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김조광수 감독은 그녀를 두고 “사회 소수자에 대한 애정이 풍부하고, 똘망똘망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지난 2월23일, 공감이 올해 사법시험 합격자들을 위해 인권교육연수를 진행하고 있는 남산 서울유스호스텔에서 그녀를 만났다.

 

-검사 생활 1년 만에 공익 변호사로 진로를 바꾼 이력이 특이하다.
=검사는 내 적성이 아니더라. 사람을 만나면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무슨 죄가 있는지’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니까. 그만큼 검사는 어려운 직업이다. 법을 공부할 때 항상 법의 공익성을 명심했다.


그래서인지 사회의 소수자를 도와주는 공익 변호사가 적성에 더 맞을 것 같았다. 지금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있다.

 

-어떻게 이번 소송을 맡게 됐나.
=영화 <친구사이?>는 청년필름과 성적소수자인권운동단체인 ‘친구사이’가 함께 제작한 영화다. 2007년부터 친구사이와 함께 장애인차별금지법,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 등 많은 일을 진행했다.

어느 날 <친구사이?>가 시사를 위한 등급을 영등위에 신청했는데,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 15세 이상 관람가를 생각한 청년필름에서 “다른 영화에 비해 차별을 당했다”고 해서 영화를 찾아 봤다. 그리고 비슷한 사례의 다른 영화들과 영등위의 심사 기준을 검토했는데, 등급심사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더라.

 
-소송 내용은 정확히 무엇인가.
=<친구사이?>가 받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취하하라는 행정소송이다. 그 등급을 받을 내용이 아닌데, 영등위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내렸기 때문이다. 영등위의 판정내용은 이렇다. ‘신체노출과 성적접촉이 너무 노골적이고 직접적이다. 특히 이 영화는 청소년들이 절대 보지 못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몇번을 보더라도 이 영화에는 고등학생들이 보지 못할 내용과 수위가 없다.

동성애를 어둡게 그리지 않아서 오히려 청소년들이 더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하지 않나. 이런 면에서 영등위는 행정기관이 가지고 있는 재량권을 남용했다. 행정처분을 할 때 행정기관이 재량권을 남용할 경우 이는 분명히 위법이다.

 

-개인적으로 <친구사이?>의 수위는 어땠나.
=사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지. (웃음) 다만, 이건 생각해봐야 한다. 미성년자들이 성적 표현을 한 영화를 조금이라도 보면 안되나. 터부시하고 완전 봉쇄해버리는 것이야말로 성을 왜곡하는 게 아닐까.

 
-이번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있다. 먼저, 특정 장면의 수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표현이 작품 속에서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영등위가 문제삼는 것은 두 남자가 애정표현을 하다가 엄마한테 들키는 장면이다. 한마디로 그들이 커밍아웃을 하는 건데, 이는 영화의 핵심이자 주제다.


그런데 영등위는 ‘이 영화가 동성애를 조장한다’, ‘모방 위험이 있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인가. 또한 앞으로 심사기준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감독들이 영화를 만들 때 스스로 사전검열하지 않겠나.

 

-법을 다루는 입장에서 앞으로 영등위의 심사기준은 어떤 방향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나.
=등급을 보면 창작자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등급기준이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노출장면은 성기, 완전, 부분 노출로 나뉘고 살해장면은 살해방법에 따라 구분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너무 추상적이고 획일적이다. 기본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

 

-앞으로 소송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예정인가.
=지난 2월4일, 법원에 정식으로 공소장을 제출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법원은 상대방인 영등위에 공소장을 보낼 것이고, 영등위는 그에 대한 답변서를 보낼 것이다. 문서로 공방을 한 뒤, 양쪽이 만나 변론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궁금한 건 ‘영등위가 어떤 대답을 할까’다. 이는 단순히 영화 <친구사이?>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 소송을 통해 우리는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영등위의 등급 심사에 문제제기를 할 목적이다.

 

-승소는 자신있나.
=상식적으로 사법부가 영등위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결을 내리지 않을까. 또 개인적으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3월 3일 / 김성훈 기자
원문 출처: [spot] “이런 동성애 영화라면 많이 봐야 해요”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