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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총천연색 페미니즘 법학과의 만남' 법과 젠더 - 양현아 교수

공감이 하는 일/공감 인권법 캠프

by 비회원 2010. 3. 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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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하나]

총천연색 페미니즘 법학과의 만남
- 양현아 교수님의 '법과 젠더' 강연을 듣고 -


Ⅰ. 들어가며

양현아 교수님께서는 2시간이라는 짦은 시간 동안에 페미니즘 법학의 의의ㆍ철학적 기반ㆍ역사적 전개ㆍ현재의 중요한 쟁점들과 앞으로의 전망까지, 핵심원리를 전달하면서도 구체적 사례들을 풍부하게 전달해 주셨다. 매우 깊이 있으면서도 쉽고 간결하며, 치밀한 논리를 가졌으면서도 풍부한 감성까지 전달하는 탁월한 강의를 통해 페미니즘 법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심화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이전에 필자가 이해하고 있던 페미니즘 법학이 평면적이고 무채색인 것이었다면,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난 후 필자는 페미니즘 법학을 입체적이고 또 총천연색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Ⅱ. 페미니즘 법학의 의의

양현아 교수님의 강연은 기존의 대한민국 법학과 법조계가 얼마나 인식론적ㆍ정의론적으로 편협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페미니즘 법학이 그것들을 얼마나 훨씬 더 나은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우선 대한

민국 법학과 법조계는 한국사회의 다른 영역들에 비해서도 그 남성중심성이 극심한 편이어서 순수이성적 측면, 즉 인식론적 측면에서나 실천이성의 측면, 즉 정의론적 측면에서 모두 우리 사회의 절반을 구성하는 여성의 관점ㆍ시각ㆍ경험ㆍ감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성편향성이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의 주관적 이성, 혹은 사회의 한정된 집단의 주관적 이성만을 가지고 객관적 진실과 정의를 발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인간 사회의 절반을 구성하는 여성의 관점을 반영하지 않고서는 객관적 진실과 정의를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에도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양현아 교수님은 그러한 점들을 강연에서 충분히 잘 보여주셨다. 또 페미니즘 법학은 바로 그러한 기존의 한국 법학에 여성의 관점ㆍ여성의 경험을 반영하는 것을 통해 기존의 한국 법학이 인식론적ㆍ정의론적으로 심각하게 결여하고 있는 부분들을 보완하여 우리가 법학에서의 진실과 정의를 더 잘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의의를 가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주었다.


Ⅲ. 페미니즘 법학의 현황과 전망: 새 시대의 법률가들에게


최근 한국에서 여성법률가 수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한국 법문화의 성편향성이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극복되어 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인식론적ㆍ정의론적ㆍ학문적으로 충분히 극복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법률가들의 인식론적 전환과, 실천이성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의 극복은 특히 새로이 법조계에 진출하는 법률가들, 그리고 보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새로운 법조인들인 로스쿨 출신 법률가들에 의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러한 비전을 새 시대의 법률가들이 될 우리에게 양현아 교수님께서 선명하게 보여주셨다.



Ⅳ. '페미니즘'다운, 풍부한 감성과 상상력의 전달


특히 친근하면서도 감성을 풍부하게 전달하는 강연방식이 훨씬 더 강연에 더 집중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도,강연에 의해 감성과 상상력이 더 크게 자극 받는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을 통해 여성과 남성을 모두 억압하는 남성중심주의가 사라졌을 때 우리 남성과 여성 모두가 얼마나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일까를 더 잘 상상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페미니즘의 의의와 가치, 가능성에 대하여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Ⅴ. 나가며


한 번의 강연에서 얻을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깨달음과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준 앙현아 교수님의 명강의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하여 더 많은 이들이 페미니즘 법학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되기를 희망한다.

                                                                                                                                         글_임준형



[후기 둘]


캠프 둘째 날 아침, 고대하던 양현아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전날 밤 캠프 마지막 날 밤에 있을 인권의 재구성을 조원들과 함께 준비하랴, 반가운 만남을 축하하랴 늦은 시각까지 깨어있었지만, “새순 같은 2월이에요.”하고 환하게 웃으며 등장하시는 교수님을 뵙게 되니 지난 밤의 피곤이 말끔히 가시는 느낌이었다. 

강의는 여성법조인의 현황을 수치로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사법연수원에 입소하는 여성의 수가 점차 증가하여 35%에 이르고 여성 판사와 검사의 수도 해가 다르게 늘고 있는 추세였다. 여성변호사의 비율도 판검사 직역에 비하면 낮은 수치이지만 상당한 증가세를 보였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여성법조인의 증가가 비교적 최근에야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1985년까지 여성변호사의 수는 전국에 단 3명뿐이었다고 하니,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교육기회의 불균등과 여성 직업에 대한 사회적 제약이 얼마나 심각했는가를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여성변호사가 극소수이던 시절,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이혼소송이라도 제기하려 할 경우, 그 대변자를 얼마나 찾기가 어려웠겠는가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현재의 여성법조인 수 증가추세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변호사로의 진출은 상대적으로 저조하고 판검사를 지향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현상은 사기업의 여성차별을 피하려는 여성들의 불가피한 전략으로 읽히기도 하여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처럼 여성법조인이 점차 증가하면 우리의 사법시스템은 어떻게 달라질까? 여성법조인의 급격한 증가는 자연스레 이런 질문을 갖게 한다. 교수님은 여전히 여성법률가들이 각 법조 직역의 의사결정구조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지만 점차 이를 확대하여 우리의 법체계가 ‘성인지적 관점’을 형성하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셨다. ‘성인지적 관점’은 여성주의에 대한 흔한 오해와 같은, 단순한 여성이익옹호의 정치학 혹은 여성관련법률의 확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여성주의 법학이란 ‘여성에게만 특수하게 관련되는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여성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오해되기 쉽지만 우리 법체계 전반에 여성의 관점을 녹여내는 전방위적이고 유연한 지적‧정책적 노력으로 보는 것이 옳다. 임신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받는 차별의 시정도 성인지적 관점을 가지고 해내야 할 일이지만, 임신‧출산‧육아가 여성의 특수한 사안이라는 통념을 해체하고 사회 공동의 문제로 재구성해내는 일 역시 성인지적 관점으로 사회적 사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자, 보다 근본적인 노력일 수 있는 것이다. 




강의에서는 우리 판례에 성인지적 사유가 도입되어 있는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1998년 선고된 서울대 성희롱 사건의 경우, 성희롱을 불법행위의 한 유형으로 최초로 인정한, 그리하여 일상에서 너무나 흔하게 벌어졌던 문제를 법적 개념으로 명확하게 포착해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갖는 판결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성희롱 유무를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비추어 판단하겠다는 법원의 판시는 명확한 성인지적 기준의 정립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성인지적 관점의 도입이 절실히 요청되는 사안이었음에도 성중립적인 논증만을 구사하여, 구체적 현실에 대한 추론 구성에 이르지 못하고 결론에 있어서만 여성에게 호의적인 판결에 그치고 만 듯한 인상이었다.




한편, 그 이후에 나온 판례 가운데에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인 남편을 살해하여 살인죄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경우, 수년간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해 온 여성의 입장을 합리적이고 실질적으로 추론하는 판시를 하여 매우 인상적인 것도 있었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가해자 남편을 살해한 경우, 통상적인 살인 가해자의 심리 혹은 남성의 심리와는 다른 심리적 과정을 겪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문화에서 기인한 여성의 특수한 입장을 합리적으로 추론, 논증해 나간 것이다. 법원이 성인지적 관점을 획득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를 또렷이 보여준 사례라 할 만 했다. 

교수님은 3월부터 만개할 봄을 준비하는 2월을 '유연하고 보드라운 새순 같은 달'이라고 표현 하셨다. 아마 여성주의 법학도 연둣빛 새순과 같을 것이다. 여성과 남성을 편 가르고 무조건적인 여성 이익 관철로 귀결되는 경직된 이론이 아니라, 모양은 작고 여리지만 커다란 진초록 잎의 가능성을 품은 새순처럼 지금의 우리가 좀처럼 상상해내지 못하는 더 나은 사회,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고 조화로운 사회의 가능성을 한껏 품은 상상력, 그 자체여야 할 것이다. 이번 강좌를 통해 새순 같은 여성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만큼 키를 키워왔는지, 재판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 그 일단이나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글_신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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