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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변의 미국생활기 28] 장애인 지역공동체, Camphill community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goodcountry 2010.02.28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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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이 있는 Mountain view에서 Redwoods(삼나무 숲)을 따라 구불구불 나있는 17번 도로를 따라가면 바다에 접해있는 조그만 도시 Soquel을 만난다. 그 조그만 도시 Soquel에 Camphill community(캠프힐 공동체)가 있다.

캠프힐 공동체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지역공동체이다. 캠프힐은 1939년 스코틀랜드에서 Karl Koenig 박사에 의해 창립되었다. 그는 장애가 아닌 개개인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매일매일의 삶을 통해 캠프힐 공동체 멤버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기를 기대하였다. 캠프힐은 특별한 필요를 가진 사람들이 살면서 배우고 다른 사람과 어울려 일하면서 상호보살핌과 존중을 통해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이러한 캠프힐의 정신은 전세계로 뻗어나가 현재 22개국에 100여개의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다.


작년 10월경에 지인의 소개로 Soquel에 있는 캠프힐 공동체를 방문하게 되었다. 엘리자베스라는 중년여성의 소개로 캠프힐 공동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장애인들도 각자 자신의 방을 쓰고 있을 뿐 아니라 너른 거실과 퀼트 작업장이 있었고, 넓은 대지에 정원도 가꾸고 포도와 야채도 길러먹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비장애인도 '함께 살고 있다'는 점이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면서 일하는 사람은 'co-worker'라고 불렸는데, 최소 1년 이상 일해야 하고 성인거주자들을 직접 보살피고, 공동체 워크샵과 문화활동을 조직하며, 요리와 세탁을 포함한 집안일을 해야 한다. 건강보험과 최소한의 수당만을 받으며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사는' 그들은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1년간 co-worker로 일했던 대니얼은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 특히 나이든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책임을 지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나 스스로 강해지고 내 안의 자아가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캠프힐 공동체의 하루 일과는 대강 이렇다. 6시반경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7시반경에 아침을 먹는다. 9시부터 12시반까지는 작업시간으로 텃밭을 가꾸거나 정원 가꾸는 일 혹은 점심준비를 한다. 12시반에 점심을 먹고, 2시부터는 문화활동시간이다. 함께 노래를 배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퀼트를 짜거나, 비디오를 보는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한다. 문화활동시간을 마치고 잠시 쉰 다음 저녁을 먹고 각자 자유시간을 갖다가 취침을 한다.


방문일정을 마치고 난 엘리자베스에게 일주일에 하루 정도 캠프힐에 와서 자원봉사를 해도 되겠냐고 물어보았고, 지금도 다른 일이 없으면 매주 금요일에 가서 일을 거들고 있다. 난 주로 텃밭 가꾸는 일을 하고 있는데 주로는 잡초 뽑는 일을 하고 때때로 모종을 심거나 허브를 말리거나 고르는 일도 한다.


텃밭 작업의 대장은 스티브다. 그는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맘씨 좋은 시골아저씨 스타일인데 1998년 Soquel에 처음 캠프힐이 만들어질 때 관여했던 창립멤버이다. 줄담배를 피우며 텃밭 작업의 이 일 저 일을 총괄한다. 피터는 전형적인 미국 청년으로 뚱뚱한 몸매에도 이 일 저 일 도맡아서 열심히 하고 스낵 타임을 제일 잘 챙긴다.^^ 존슨과 리, 조나단, 프란츠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저씨들이다. 존슨은 말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생각에 골똘히 잠겨있다가 작업장 불을 껐다 켰다 한다. 리는 제일 나이 많은 아저씨인데 가만히 있다 갑자기 웃기를 잘하여 모두들 즐거워한다. 조나단은 생김새가 말을 좀 닮았는데 앉아있으면 연신 머리를 앞뒤로 흔들어대서 영락없는 말의 모습이다. 프란츠는 나와 일을 같이 많이 하고 있는 젊은 아저씨다. 생김새가 멋진 영국배우 스타일인데 자기는 캘리포니아 토박이란다. 일하다가 뜬금없이 성경얘기를 물어보거나 어떤 영화의 등장인물에 대해 물어봐서 당황스러울 때가 가끔 있지만, 자기가 맡은 부분을 먼저 끝내면 내 일까지 도와주는 의리 있는 친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장애인 탈시설운동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 탈시설운동은 불필요하게 장기간 복지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시설 밖으로 나오게 하여 지역사회 내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도록 하는 운동이다. 캠프힐 공동체를 보면서 우리나라 탈시설 운동의 대안 중의 하나가 이러한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사는' 공동체, 복지시설에 살던 장애인들이 당당히 도심을 활보하는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날이 하루빨리 우리나라에도 오기를 바란다.


다음글: [염변의 미국생활기 29] 당신이 아는 미국과 다른 미국 들여다보기(책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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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3.05 12:03
    <베델의 집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언제까지 신세지고 살 수는 없잖아!"를 외치며 공동체를 꾸려 자립을 연습하는 정신장애인들의 이야기예요. 장애와 비장애의 한끝차이인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장애로 인해 그들의 공동체가 "보통 사회" 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곳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어쩌면 지금도 거리에는 수많은 비장애인들이 활보하고 있지만 우리가 못 보는 거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