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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변의 미국생활기 23] 미국에서 만난 좋은 인연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goodcountry 2010.01.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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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60년만에 돌아오는 백호랑이 해라고 한다. 올 한 해 나를 포함하여 모두가 당당하고 씩씩하게 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09년 8월초에 미국에 왔으니 2010년 1월초까지 꼭 만 5개월을 미국에서 지냈다. 지난 5개월간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발 붙이고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경험하였다.


미국은 우리에겐 낯선 이방인의 나라다. 우선 언어가 자유롭지 않고, 생활문화와 환경이 우리가 살던 한국과 엄청 다르다. 외국 유학을 다녀온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시는 말씀이 외국에서 살다보니 우리나라에 온 이주노동자들의 심정을 이해하겠다는 것이다. 영어를 잘 못해 스스로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고,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하소연할 데도 없다. 한국에서는 인정받고 살았지만 미국에서는 무시당하는 일이 없으면 다행이다. 다인종국가인 미국에서도 이방인이고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당하는 설움이 이러한데 단일민족 신화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나라에서 발 붙이고 살고 있는 이주민들의 설움은 그보다 훨씬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보다 피부색이 진한 동남아시아계와 아프리카계 출신의 이주민들이 당하는 차별과 편견은 세계에서 가장 심하지 않을까 싶다. 외국에 나가 생활해보아야 이방인들의 심정을 느낄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가 단일민족의 신화를 깨고 진정한 다문화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외국유학을 더욱 장려하여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렇더라도 어릴 때부터 보내는 '묻지마 유학', '기러기 유학'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외로운 미국생활에서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사막의 오아시스 마냥 더없이 소중하다. 지난 연말에 캘리포니아 남부 쪽을 다녀왔다. 잠만 하루 자는 건데 비싸게 내야하는 호텔·여관비가 아깝기도 했고, 미국에 온 김에 알고 지내자는 심산으로 LA 근교에 사는 내 동생의 절친한 친구네 집에 연락을 했다. 하룻밤 신세를 져도 되겠냐는 뻔뻔한 부탁에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흔쾌히 받아주었다.


우리 동네에서 꼬박 7시간 걸려 저녁 때쯤에 그 집에 도착하였다. 내 동생의 친구는 결혼해서 애들 2명을 기르면서 살고 있었는데 신랑이 박사과정에 있는 유학생이었다. 미국에 온지 7년이 넘었는데 길어지는 유학생활에 좀 지친 듯 빨리 박사논문을 쓰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어려운 살림에도 저녁 식탁을 풍성하게 차려주었고, 애들방을 다 치워놓고 잠자리를 마련해주어서 고맙기 그지 없었다. 밤 12시가 넘도록 유학생활 얘기, 우리나라 정치 얘기, 진로 얘기들을 나누었다. 우리집 둘째·셋째와 비슷한 또래인 그 집 애들은 그사이 친해져서는 또 언제 오느냐고 아빠를 채근했다. 집에 돌아가기 전에 들른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그 집 애들을 위해 못 이기는 척 집에 올라오기 전날밤에 하룻밤을 더 묵었다. 우리가 미국에 있을 때 우리집에도 꼭 들러서 묵고 가라고 신신당부를 해놓았다.


그 여새를 몰아 한국에서 알고만 지냈던 친구에게도 연락을 해서 그 친구집에서 이틀밤을 묵었다. 친구는 LA 바로 밑에 있는 얼바인(Irvine) - 애들 조기유학으로 근래 유명해진 지역이다. -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하고 있었는데 중앙정부에서 사무관으로 일하다가 연수를 왔고, 연수 온 김에 박사과정까지 마치려고 휴직신청을 하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놀이공원 가서 먹으라고 간식까지 싸주면서도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그들 부부에게 대꾸할 말이 없었다. 공부하느라 바빠서 미국여행도 많이 다니지 못한 친구에게 우리집을 찍고 캘리포니아 북쪽을 꼭 여행하라고, 안 그러면 반쪽짜리 미국유학이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렇게 연말에 좋은 이웃을 두 가족이나 만났다. 한국에서는 친한 사람끼리도 집에 초대해서 묵게 하는 일이 많지 않은데 미국에서는 집에 식사초대하고 하룻밤 묵게 하는 일이 많다. 모두가 서로 외롭고 힘든 처지를 알고 의지하면서 살아야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렵고 힘들수록 서로 돕고 산다는 상부상조의 미덕이 미국에서는 100% 발휘되는 듯하다.

5개월 간 미국에 살면서 음으로 양으로 도움 받은 분들이 참 많다.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나도 이제 새로 미국에 정착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들었던 얘기이지만 사람 인(人)을 보면 두 개의 선이 서로에게 기대어 있다. 사람은 결코 혼자서 살 수 없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의지하면서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개인이 강조되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개인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2010년은 관계의 소중함을 더 느끼면서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드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다음글: [염변의 미국생활기 24] 미국 운전면허증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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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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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05 13:56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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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08 11:14
    5개월 계셨다면서 놀러 디따 많이 다니셨네요. 동부 다 훓고. 서부를 종횡무진하시는 군요 ㅋㅋ
    재밌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경험 많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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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09 22:19
    용빕니다! 올만에 들려서 그간의 소식을 쭈욱~ 훑었는데, 역시 잘지내고 계시네요ㅎㅎ 저도 올해는 오랜 인연이든 새로운 인연이든 소중히 여기며 살도록 할게요 ㅠㅠ 변호사님 보고잡네요ㅠㅠㅠ 새해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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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2 16:36
      용비~~ 요즘 어케 지내요? 이제 연수원 들어갈 날도 얼마 안 남았네^^~ 들어가면 고생이니 가기 전에 실컷 잘 놀다 들어가요~ 항상 건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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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1 14:17
    아주 오래간만이죠? ^^ 예상외로, 아주 재밌게 지내시고 계시는군요^^.. 흥미진진한 오개월이 지났으니 남은 7달도 재밌고 행복하게 지내고 오시고요, 서울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뵈어요.. 맞다,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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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2 16:39
      ^^~ 공감 블로그에서 만나니 더 반갑네요 ㅋㅋ 하샘이랑 알콩달콩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올해 즐겁고 재미난 일들 마니마니 있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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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24 02:02
    안녕하세요. 대학의 정보를 찾다 선생님의 미국생활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뭔가 차분하고 알찬 생활을 하시는것 같습니다.
    법을 연구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전자공학을 연구하고자 저와 관계된 교수를 찾고자 하는데 우리나라의 홈피와 구성이 달라서 찾기가 어렵군요. 함께 생활하시는 이웃중에 공학쪽으로 관련되시는 분을 소게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의 메일은 hyeonjin2260@hanmail.net입니다.
    유익하고 많은 추억을 담은 시간을 보내시고 오시길 바랍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