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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변의 미국생활기 22] 맨하튼에서 뉴욕 즐기기-미국 동부여행기 ⑦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goodcountry 2009.12.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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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서 뉴욕은 멀지 않은 덕에 오후 5시가 좀 넘어 맨하튼에 도착했다. ‘Manhattan(맨하튼)’의 발음과 관련해 들었던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아는 분이 뉴욕 여행을 와서 Manhattan을 찾아가려고 외국인들에게 “Where is Manhattan(맨하탄)?”이라고 몇 번을 물어봐도 어딜 물어보는지 몰랐다고... 한참만에 알아듣는 외국인을 만났다. “Oh, Manhattan(매네~든)! I see.~~(여기서 어떻게 어떻게 가면 되요^^)” Manhattan의 발음은 ‘맨하탄’이 아니라 혀를 최대한 굴려서 ‘매네~든’이라고 해야한댄다.

내 여동생의 남편(매부^^;)이 뉴욕에서 공부하고 있어서 가는 날 맨하튼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 사람이 그 흔한 핸드폰이 없는 덕에 일단 맨하튼에서 숙소를 잡고 전화를 기다려야 했다. 뉴욕에선 절대로 차를 몰고 다니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터라 관광명소들이 모여있는 Lower Manhattan에 숙소를 잡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단 숙박료만 빼놓고^^; 여행에서 돌아와 매네~든에 숙소를 잡았다고 주변에 얘길하니 그 비싼 동네에서 어떻게 잤느냐고 다들 놀란다. 그래도 Manhattan에서 제일 저렴한 호텔(네비게이션에는 'Inn'으로 표시된^^;)을 잡았는데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우리와 비슷하게 여행일정을 짠 지인 가족은 Manhattan 밖에 숙소를 잡은 덕에 우리의 반 정도 밖에 구경을 못했다, 우리보다 애들이 훨씬 큰데도^^;




숙소에 들어가 좀 쉬고 있으니 매부에게 연락이 와서 월스트리트 2․3 역(Wall st에는 2․3역과 4․5역이 따로 있다.)에서 만나 호텔로 데리고 왔다. 매부를 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날이 Thanksgiving Day여서 뉴욕에도 문을 연 상점도, 식당도 없어 호텔방에서 햇반과 반찬을 여행용 가방에 얹어놓고(지지리 궁상이다^^;) 저녁을 먹었다. 밥을 먹고 Thanksgiving Parade를 보러 간다고 했더니 매부 왈 퍼레이드는 그날 오전에 했댄다. 나는 왜 퍼레이드가 당연히 밤에 한다고 생각했는지... ㅠㅠ 역시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여행하기 전에 미리 정보도 챙기고, 물건들을 잘 챙겨야한다고 매번 잔소리를 들어도 나의 똥배짱은 바뀌지 않는다. 다음번 여행 때는 좀 바뀔런지... 일하랴 공부하랴 바쁜 매부를 보내고 힘이 빠져 일찍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역시 호텔방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뉴욕여행을 나섰다. 첫 번째 방문지는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Wall Street! 우리는 월 스트리트에 있는 뉴욕 증권거래소와 트리니티 교회, 황소상 등을 둘러보았다. 월 스트리트(우리말로 직역하면 '방벽길')는 17세기 중반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인디언 부족들과 영국군 등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허드슨 강변에 통나무로 방벽을 만들었던 것에서 그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알다시피 월 스트리트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월 스트리트에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메릴린치, 리먼 브라더스와 같은 굴지의 투자은행들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세계 최대의 보험사인 AIG는 구제금융으로 연명하고 있다. 이런 사태에 대해 저명한 경제학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미국의 월 스트리트가 무너지고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월 스트리트가 무너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Sub Prime Mortgage) 사태 때문이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는 신용이 낮고 수입이 적은 사람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비싼 이자를 받고 대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그 대출의 상환율이 현저히 낮아지니 은행에서는 무리하게 채권을 발행하였고, 그 채권이 종이조각이 되자 그 채권을 사들인 투자은행들과 그에 대해 보증을 선 보험회사까지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본질적인 원인은 돈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정부 금리정책의 실패, 파생상품을 규제할 법제도의 미비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얼마 전에 '국가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키워드인 민영화․자유화․탈규제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음을 지적하였다. 우리나라의 정책입안자들과 수많은 학자들이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붕괴되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월 스트리트가 무너진 후여서인지 9. 11. 사태로 폭파된 세계무역센터 자리(World Trade Center Site)도 더 황량해보이고, 월 스트리트를 상징하는 황소상도 왠지 힘이 없어보인다.^^;



월 스트리트를 쭉 내려오다 보면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이 있는 리버티 섬에 가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는 Battery Park(밧데루 공원 ㅋㅋ)가 나온다. 우리도 티켓을 사서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유람선 하나 타는데도 어찌나 몸수색이 심한지 9.11. 이후 미국인들의 테러 공포가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자유의 여신상은 188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주춧돌에 '고단한 자들이여, 가난한 자들이여, 자유로이 숨쉬고자 하는 군중들이여, 내게로 오라.'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성경의 한 구절을 연상케 하는 그 글귀는 자유의 여신상이 만들어졌을 당시에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대서양을 건넜던 유럽인들에게는 들어맞는 말이었을 수 있겠지만, 미국 취업비자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는 요즘에는 더 이상 맞는 말이 아니다. 미국 정부의 이민 규제는 미국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미국 동부의 11월말은 날이 꽤나 쌀쌀해서 자유의 여신상을 둘러보고는 유람선을 타고 맨하튼으로 돌아와 총총걸음으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방에서 몸도 녹이고 점심도 간단히 해결하니 일석이조^^~ 우린 호텔을 다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 파크의 동쪽에 있는 Metropolitan Museum of Art(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MET)로 향했다. 축구장 3개를 합친 것 이상의 넓이에 고대 이집트 예술품에서 현대 미술까지 시대와 지역을 두루 아울러 330만점 이상의 방대한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니 입이 딱 벌어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미술품을 관람하는 것에 우리도, 애들도 지쳐서 더이상 보는 것을 포기하고 중간에 나오니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졌다.


길어진 여행에 부족해진 비타민을 보충하자는 애엄마의 말을 듣고 86 St 지하철 역 근처의 조그만 과일가게를 들르니 마침 주인이 한국분이다. 과일값은 우리 동네에 있는 과일가게인 Milk Pale보다 2배 가까이 비쌌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관광하러 뉴욕에 왔다고 하니 멀리서 왔다고 많이 깎아주셨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우린 뉴욕을 조금이라도 더 보겠다는 일념 하에 Grand Central Station에 내려 사진 한 컷, 거기서 Times Square에까지 걸어가서 사진 한 컷을 찍고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맨하튼의 야경을 볼 수 있는 브룩클린 다리로 향했다. 호텔 가서 쉬고 싶다는 애들을 얼르고 달래서 브룩클린 다리를 건넜다. 이때쯤 되니 우리의 여행에는 오로지 사진을 남기기 위한 단 하나의 목적(아니 욕심)만이 존재했다. 다리를 건널 때 우리는 춥고 배고프고 힘들고 심지어 재미없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욕심이 지나치다. 월 스트리트가 무너진 것도 인간의 욕심 때문이었는데... 쩝...


브룩클린 다리에서 맨하튼 야경을 보고는 드디어 호텔로 돌아왔다. 이틀을 호텔방에서 밥을 먹으니 마치 우리집 같다^^~ 아직 센트럴 파크에도 안 갔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도 안 올라갔으며, 소호 거리․차이나타운․콜롬비아 대학에도 안 갔다. 하지만 우린 충분히 뉴욕을 많이 돌아봤다. "마이 묵었따 아이가." 그렇게 마음을 비우니 이렇게 마음이 즐겁다. Good night, New York^^~


다음글: [염변의 미국생활기 23] 미국에서 만난 좋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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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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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24 11:09
    박물관이 너무 힘들었을것 같아요, 아이들이 고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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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28 11:51
    오오 저도 위 황소 사진과 비슷한 것 있는데ㅋㅋㅋ 맨하튼 걸어다니시느라 힘들어셨겠어요ㅋㅋ 뉴욕은 언제나가도 즐거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