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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변의 미국생활기 17] 미국의 도박산업을 몸소 체험하다-미국 동부여행기 ②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goodcountry 2009.12.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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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옆 버지니아 주)에 도착한 다음날 저녁 동서(처제 남편)가 도박을 해보러 가보지 않겠느냐고 꼬시는 데에 넘어가 동서의 매형, 아는 분,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웨스트 버지니아 주에 있는 도박장으로 향했다. 밤길을 2시간 걸려 달려간 곳은 5개 층의 넓은 주차장을 끼고 있는 2400 여개의 슬롯머신 기계가 설치되어 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도박장이었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한 시각이 밤 10시반 경이었는데 도박장은 그때가 한참 붐비기 시작하는 시간인 듯했다. 끊임없이 인파가 밀려들어왔고, 2400 여개의 슬롯머신 기계는 3분의 2 가까이 찬 듯이 보였다. 도박장 안에는 스타벅스와 음식점들도 들어와 있고, 공연장도 설치되어 있어 이름 모를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우선 이러한 도박장의 큰 규모에 놀랐다면, 더욱 놀라웠던 것은 도박장에 중년 여성들이, 나이든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너무도 많았다는 점이다. 중년여성들과 어르신들의 수는 줄잡아 3분의 1은 되어 보였다. 편견이겠지만 토요일 밤이라 하더라도 한밤중에 중년여성과 어르신들이 그리도 많이 도박장에 와 슬롯머신 단추를 연신 누르고 있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꽤나 맘이 불편해졌다.



이곳 도박장에는 드라마 올인에서 보던 카드게임이나 다른 테이블 게임은 없고 슬롯머신 게임만 있었는데 그 종류는 5센트 짜리부터 5$ 짜리까지 다양했다. 지페를 넣으면 그 기계에서 사용가능한 칩의 개수가 화면에 뜨고 자기가 걸고 싶은 만큼 걸어 버튼을 누르면 되는 단순한 도박이었다. 예를 들면 25센트 짜리 기계에 20$을 넣으면 사용가능한 칩의 개수가 80개라고 화면에 뜬다. 같은 그림이 두군데 혹은 세군데에 동시에 나오거나 앵두 그림 혹은 보너스 그림이 함께 나오면 돈을 딸 수가 있다. 한번에 칩 한 개씩을 걸어도 되고 여러 개를 걸어도 되는데 한번에 걸은 칩의 개수가 곱해져 돈을 딸 수 있다. 예컨대 한번에 2개를 걸면 딴 돈(정확하게는 칩)의 2배, 3개를 걸면 3배를 딸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다. 돈을 따던 잃던 간에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고, 그만두는 순간의 칩의 개수가 적힌 쪽지가 기계에서 바로 출력된다. 그 쪽지를 다른 기계에 넣고 계속 게임을 해도 되고 금전출납기에 가서 바로 돈으로 바꿀 수도 있다.


내게 도박장이란 이런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이 나와 동행한 일행들은 처음에는 도박장 이곳저것을 돌아다녔다. 저마다 자기 앞에 있는 슬롯머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연신 버튼을 눌러댔다. 기계 하나로 모자라는지 기계 2대를 차지하고 번갈아 가며 버튼을 눌러대는 이도 있었고, 심지어는 3대를 동시에 관장(^^;)하는 이도 있었다. 난 그곳에서 난생 처음 제대로 된 슬롯머신 기계를 접해보았다. 하지만 나라는 인간은 워낙에 간이 콩알만하고, 여태껏 운도 따른 적이 별로 없다는 걸 알아서 흔하디 흔한 펀드 하나 가입한 것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랴. 5$을 걸고 시작한 판에서 21$을 따서 자그만치 16$이나 벌은 것이었다. 더 이상 계속하면 잃을 것이 뻔하여 16불을 따고는 바로 그만두었다. 동서는 그날따라 운이 안 좋았던지(물론 운이 안 좋은 탓이라기보다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계속 돈을 잃었고, 돈을 계속 잃는데도 계속 하려고 해서 자제를 시켜야 했다. 다른 두분은 그날 운이 좋았던지 따는 눈치였다. 동서의 매형은 많은 돈을 따서 동서와 내게 20$이라고 하는 거액의 도박자금을 대주기까지 했다. 물론 우리 둘은 그 돈을 바로 기계에 갖다 바쳤다.


누구나 알면서도 도박장에만 들어서면 잊어버리는 사실은 도박장은 기본적으로 돈을 따기 위한 곳이 아니라 돈을 잃게 하기 위한 곳이라는 것이다. 1931년 네바다 주에서 처음으로 도박을 합법화한 이래로 한동안 합법화 한 주가 없다가 1976년에 뉴저지 주에서 합법화하였고, 1990년대 중반 이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미국 대부분의 주가 도박을 합법화하기에 이르렀다. 2009년 8월 현재 미국에서는 40개 주가 카지노를 합법화했고, 올해 중에 도박장 개설을 허가하거나 확대할 주정부는 12개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대부분의 주가 도박산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덕택에 미국의 주정부들이 2008년 도박관련 세금으로 걷어들인 세수는 68억 달러나 되었다고 한다.


도박과 복권사업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세금만으로 부족한 세수입를 메꾸기 위해서 고안해낸 사업이다. 아무나 그 사업을 할 수 없고, 정부가 직접 하거나 특정 사업자만이 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특권을 부여하는 특권사업이다. 또한 국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국민들의 사행심리에 기대어 수입을 챙기고는 결국 상당수 국민들을 도박중독자, 인생실패자로 전락시키는 산업이다.


나는 도박장 안의 수천대의 슬롯머신에서 흘러나오는 묘한 기계음 소리와 수백명 이상이 동시에 피워대는 담배 냄새를 견디다 못해 양해를 구하고 미리 차가 세워진 주차장으로 나왔다. 동행했던 다른 세사람은 그로부터 1시간 반 이상 지난 새벽 3시경에 도박장에서 나왔다. 차를 몰아 주차장을 나오니 도박장 앞에 줄줄이 여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밤새 불을 밝히고 있는 여관 사무실은 밤새도록 슬롯머신 기계와 싸워 고단해진 육신을 잠시 쉬어가라고 하는 여관주인들의 배려였을까?


새벽거리를 또 2시간 동안 달려야하는 차 안에서 난 왠지 모르게 우울해졌다. 도박장에 모여든 수천명의 사람들에게도 저마다 가족들이 있을 텐데, 도박장에서 슬롯머신을 당기는 엄마를 혹은 아빠를 기다리다 잠든 아이들이 많을 텐데, 미국 국민들이 도박장에서 날린 돈이 1년에만 최소 68억 달러(우리 돈으로 7조가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돈) 이상된다는 것인데 개개인들이 그 많은 돈을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 사용했다면 얼마나 개개인의 복지가 높아졌을까, 주 정부가 도박산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얼마나 주민들의 복지를 높일 수 있을까, 오히려 주민들의 물신주의를 조장하고 사회적 폐해만 더 커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다음글: [염변의 미국생활기 18] 한인교회를 방문하다-미국 동부여행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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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04 22:39
    별 신기한 체험을 다 해보시는군요...ㅎㅎㅎ
    얼마 못 있고 나오셨다니...
    염변호사님답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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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08 11:52
    간을 키우셔야겠네요 ㅋㅋ 염변님의 인간상이 그대로 들어나는 에피소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