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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변의 미국생활기 14] 미국 사람들은 친절하다!?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goodcountry 2009.11.18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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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얘들을 초등학교에 데려다주는 건 내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이다. 주로는 차를 태워 보내는데 일주일에 한두번은 함께 걸어서 학교에 간다. 학교 가는 길은 한적한 2차선 도로이고 Los Altos시에서 조성한 산책로도 있어서 학교 등교시키는 학부모들 뿐 아니라 아침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도 종종 마주친다. 마주치는 이들의 대부분은 웃음을 지으며 "Hi.", "Good morning.", "Hello." 등으로 인사를 건넨다. 물론 전혀 모르는 이들이다.^^~ 그들이 인사를 건네면 나도 무뚝뚝하게 지나갈 수가 없어서 그들을 따라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미국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렇게 훈련이 되어서인지 때로는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모르는 이들에게도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그들은 친절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한창 신종플루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우리 동네에서도 신종플루 접종을 한다는 소식을 들어 몇시간 기다릴 것을 각오하고 지난 토요일 아침 일찍 근처에 있는 보건소로 향했다. 예상대로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한참 따뜻하던 날씨는 새벽에 비가 내리고 나서 을씨년스러워졌다. 점심 때가 다 되도록 줄은 그리 줄지 않았다. 한국 같았으면 일을 빨리빨리 처리해서 오전 내에 끝냈을 텐데 하면서 얘엄마와 투덜거리며 줄을 서고 있었다. 날이 추워서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이려고 근처 커피 가게를 찾으러 차에 시동을 거는데 히터를 계속 켜놓아서인지 차가 방전이 되어 시동이 안 걸리는 것이 아닌가. 설상가상이었다. 그날 내로 집에나 갈 수 있을지가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우리 앞에 우연히 재미교포 여성이 있었다. 그분은 사립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었는데 5살 때 이민을 와서인지 영어가 본토발음이고, 한국말이 서툴렀다. 그 아주머니는 점심 때가 되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먹을 것을 사오라고 시키면서 우리에게도 줄을 지키고 있을 테니 햄버거 가게에 다녀오라고 한다. 우리는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아 갈 수 없다고 했더니 얘들이 배고프면 안 된다며 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우리 가족 것까지 사오라고 얘길해 주었다. 그리고 자기에게는 jump cable(방전된 차에 연결하여 시동을 걸 수 있는 케이블 선)이 없지만 친구에게는 있을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추위에 떨며 거의 6시간을 기다려 간신히 얘들 3명에게 주사를 맞췄다. 그렇지만 친절한 이웃을 만난 덕분에 햄버거도 얻어먹고 방전된 차도 jump cable로 쉽게 시동을 켜주어 우리는 즐겁고 행복했다. 우리가 같은 한민족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서 이처럼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는 건 그리 어렵지도 않다. 얼마 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Monterey aquarium에 가서 친절한 직원 덕분에 이미 낸 돈에 조금만 더 보태어 1회 이용권을 1년 이용권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홍은택 씨가 쓴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을 보면 자전거 족들에게 공짜로 집을 내주는 사람, 차를 타고 지나가다 일부러 내려 펑크난 자전거를 고쳐주는 사람, 생면부지의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하는 사람 등등 너무도 친절한 미국인들을 만날 수가 있다.


그러나 업무로 만나는 미국 사람들은 영 딴판이다. 마트에 가면 계산대에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사람들을 빤히 보면서도 자기네끼리 한참을 잡담을 해댄다. 우체국이나 차량관리국 같은 관공서에 가면 어찌나 일처리가 늦는지 속이 터질 지경이다.(이건 물론 친절의 문제와는 좀 다르기는 하다) 그런 관공서(뿐 아닌 거의 모든 대외업무부서)에서는 아무리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도 자기네 근무시간이 끝나면 창구문을 닫고 근무시간이 끝났다는 얘기만 반복한다. 그런 사람들을 대하면 이렇게 차가운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이처럼 극과 극을 달리는 미국인들의 친절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여야 할까?


난 그에 대한 힌트를 ‘working poor-근로빈곤층’에서 찾고 싶다. 한국에서도 외환위기를 거치고 한참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듯이 미국에서도 열심히 노동을 하여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working poor’라는 신조어가 1990년대부터 등장하였다.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에 따라 미국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이러한 근로빈곤층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Working Poor Family Project라고 하는 연합단체의 통계보고서에 의하면 2006년 미국의 '근로빈곤층 가구'가 957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근로빈곤층들은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주로 단순노무직에 종사한다.


내가 그리고 주변에서 접한 불친절한 미국사람들은 주로 고단하고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근로빈곤층에 속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물론 미국인들의 극도의 개인주의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그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여도 가난으로 얼룩진 스스로의 삶이 고달파서 다른 이들에게 따뜻한 웃음이나 호의를 건넬 여유가 생기기 어렵다. “How are you doing?"이라고 인사를 건네는 마트 계산원들의 얼굴엔 웃음이 없다. 손님을 대하면 기계적으로 반복되어야 하는 인사하는 업무가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미국 사람, 아니 모든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호의를 베풀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다만 마주하는 현실이 자기의 삶을 짓이겨 그러한 호의를 베풀 여유를 빼앗기고 있을 뿐이다.


다음글: [염변의 미국생활기 15] 미국인들의 개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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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2.13 14:15
    그랬던것 같기도 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이웃들은 늘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상점의 점원들은 무표정으로 계산에만 열중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