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재일 ‘조선’ 국적자의 한국 입국을 허하라!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09.10.14 15:37

본문

 재일 ‘조선’ 국적자의 한국 입국을 허하라!

일본의 대표적인 꽃미남 배우 오다기리 죠의 출연으로 관심을 끌었던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의 「박치기!」 라는 영화가 있다. 재일조선인 고등학생들과 일본인 고등학생들 사이의 갈등과 우정,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한 꺼풀 벗겨 영화를 마주하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 남았던 재일조선인의 처절한 삶의 흔적과 분단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바라는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가 있다. 일본 배우들이 재일조선인을 연기하는 까닭에 대사 중간중간 어눌한 한국말이 들리지만 마냥 웃으면서 넘길 수 없었던 것은, 일본 감독과 배우들도 알고 있는 재일조선인에 대해 정작 나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재일조선인을 다룬 영화 '박치기' 포스터




재일조선인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뒤에 그 동안 강제징용이나 징병, 혹은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이주해왔던 조선인들을 관리ㆍ규제하기 위해 외국인등록령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정부는 일방적으로 당시의 재일조선인 전체를 ‘조선’으로 기재하여 분류했다. 이후 1965년 한ㆍ일 국교정상화 이후 일부가 ‘한국’국적으로 전환했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조선’ 국적자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현재 재일조선인은 약 70만여 명 정도 되는데, 그 중 한국국적자는 50만 명 정도이고 국적을 선택하지 않아 조선 국적으로 남아있는 사람은 14만 명이 채 못 된다. 즉, ‘조선’이라는 국적은 실체가 없는 하나의 분류기호일 뿐이고, 재일조선인 중에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고 있는 재일 ‘조선’ 국적자는 사실 법적으로는 국적이 없는 무국적자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조선’이라는 무국적자의 지위를 선택하게 된 것일까? 개인별로 따지면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지금의 남/북의 국적이 그 자체로 분단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식민지와 전쟁, 냉전시기를 거치면서 동아시아의 국제정치는 자국의 개별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한민족의 분단역사 역시 남/북한 어느 한 쪽의 책임이 아닌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열강들과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축으로 하는 냉전시대의 비극적 산물이다. 하나의 국토가 두 동강이 나고 하나의 민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분단된 나라의 한쪽 국민이라는 ‘국적’이 재일조선인들에게는 하나의 민족을 두 개로 단절시켜 놓은 ‘분단 국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남ㆍ북의 국적취득을 거부하고 무국적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통일 이외의 길을 가질 수 없는, 분단의 틈새에 끼인 소수자들이며 ‘무국적’이란 그들의 통일에 대한 강렬한 지향이자 의사표시인 것이다.

조선적, 분단의 틈새에 끼인 소수자 (영화 박치기 중)

따라서 재일조선인들의 문제는 분단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가 보여주는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재일조선인들에게 ‘한국’ 국적 선택을 강요하거나, 심지어 한국으로 입국하려는 재일조선인들의 한국 입국을 뚜렷한 근거 없이 거부하고 있다. 지난 6월 민족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한ㆍ일 공동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초대된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코리아연구센터 정영환 연구원은 ‘조선’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여행증명서 발급 불가’ 방침을 통보 받고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다. 재일동포 3세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된 극단인 ‘달오름’과 ‘MAY’의 제주도 초청 공연도 ‘조선’국적을 가진 단원에게 여행증명서가 발급되지 않아 참석 하지 못했다. 공연 일주일 전에 ‘발급 불가’통보를 받은 이들은 일본에서의 공연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제주도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국에 공부하러 오는 ‘조선’ 국적 재일동포들의 여행증명서 발급도 줄줄이 거부당하거나 제한적으로 발급되고 있다.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재일조선국적자들의 입국을 거부하고, ‘한국’ 국적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일 뿐더러, 식민지의 처절한 고통과 분단의 비극적 역사를 감내하면서 민족의 통일과 화해를 바라며 살아왔던 해외 동포들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을 포기하고, 그들을 버림받은 존재로 만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조선’ 국적 재일동포들의 문제는 남/북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조선’ 국적이라는 이유로 한국 입국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거나, 체제의 우월성과 국가안보만을 외치며 국적 선택을 강요하는 치졸한 ‘국적쟁탈전’은 지금의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뿐이다. 남북관계가 냉각되고 교착상태에 있는 지금, 한국정부가 먼저 나서서 ‘조선’ 국적의 재일동포들의 한국 입국의 자유를 인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재일조선국적자들에 대한 ‘준통일국적’을 제정하는 문제 등에 대해 폭넓게 검토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의 긴장감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북한축구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민루니’ 정대세 선수의 국적은 북한이 아닌 한국이다. 한국국적을 가진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국적을 가지게 되었지만 우리말과 글을 가르치는 조총련계 학교를 다니며 북한에서의 선수생활을 희망했고 북한은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팀 수원삼성에서 미드필더로 활약 중인 안영학 선수도 조선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서 용병이 아닌 ‘자국선수’로 뛰고 있다. 1999~2004년 5년 동안 외교통상부가 재일조선국적자들에게 발급한 여행증명서는 1만2천 건에 달했지만, 정부가 걱정하는 안보상의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었다는 점도 이 이를 반증한다. ‘조선’ 국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한국으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한국의 내일을 상상해본다.

글_ 10기 인턴 조영관
블로그_ http://blog.naver.com/tiger725

<이 글은 한겨레 칼럼 '왜냐면'(2009년 10월 19일자)에 실렸습니다.>



※ 공 SNS 에서 공감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공 블로그 구독하시고, 아래의 '추천','좋아요'도 눌러주시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