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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은 한국에 못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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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일조선인은 1952년 바로 그 순간에 난민이 되었다.” 서경식 교수의 말이다. 이 말의 무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근대사의 그림자를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1910년 일본의 조선 '병합'으로 당시 조선인은 일본 국적을 지니게 되었다. 1939년 이후 상당수의 조선인 노동자가 일본으로 강제 동원되었고, 1945년 일본의 패전 당시에는 약 230만명 이상의 조선인이 일본에 거주하고 있었다. 1947년 일본 정부는 ‘외국인등록령’을 시행하고, 재일조선인들은 일본 사람이지만 일본인으로서의 권리는 부여할 수 없다는 이중기준을 제시한다. 이러한 조치에 따라 재일조선인들은 국적란에 '조선적'(朝鮮籍)이란 기호를 기입하게 된다. 당시 대한민국 정부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되기 이전의 상황에서 '조선'이라는 기호는 ‘국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갈 고향 혹은 뿌리와 정체성을 의미하는 용어였다. 이후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의 체결로 일본은 재일조선인들의 일본 국적 상실을 일방적으로 선언한다.

1952년 이후, 재일조선인들에게는 세 가지 선택의 길이 주어졌다. 북한행, 한국행, 무국적자로 일본 거주. 한일국교 수립 이전인 당시의 상황에서는 한국행을 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북한행을 선택하지 않은 상당수의 재일조선인들이 ‘조선적’ 무국적자의 삶을 선택했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한국 국적자만이 일본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이후, 재일조선인은 다시 한국 국적 취득자와 그 외 ‘조선적’으로 분리된다. 그리고 현재까지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재일조선인이 형성된 역사의 기록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자발적인 난민으로 기꺼이 불리한 지위를 택하고자 한 사람들, 또는 단지 기재 변경을 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 등 다양한 입장이 혼재하고 있다.

 

2.

최근 ‘조선적’ 재일동포의 한국 방문길이 막히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무국적자로서 여권이 없는 ‘조선적’은 한국 방문시 외교통상부가 발급하는 임시여행증명서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 일본 주재 한국 영사관은 임시여행증명서 발급과정에서 한국 국적 취득 의사를 묻고, 국적 취득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이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국내 학술제에 초청된 일본 대학의 연구원조차 ‘조선적’이라는 이유로 한국 입국이 금지된 사실이 있었다.

(관련기사:「왜 이제 와서 남·북 사이 선택을 강요하나」 , 한겨레21 2009. 6. 12. 제764호)

위 사례가 재외동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지구촌동포청년연대(KIN)를 통해 공감에 의뢰되었고, 현재 여행증명서발급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재판이 진행 중이다.

 
3.

이 소송의 법적 쟁점은 ‘무국적자인 재외동포에게 여행증명서를 발급하는 국가의 권한이 주권의 행사로서 절대적 재량권의 영역에 있는 것인지’ 여부를 묻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법적 쟁점 이전에 근본적으로는 역사성의 문제이며, 남북 교류협력과 분단 상황 극복 및 한일관계라는 미래를 질문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남과 북, 어느 한쪽을 택하지 않고 평생을 여권 없이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제 와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국가의 폭력이다. 굴곡진 역사로 인해서 체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가장 가혹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이런 현실은 교정되어야 한다.

일본의 신임 총리 하토야마는 과거사를 직시할 용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법은 역사를 직시할 수 있는가? 이번 사건을 통해서 묻고 대답해야할 질문이다.

- 글 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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