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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변의 미국생활기 8] 미국인들의 애완동물(pet) 사랑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goodcountry 2009.09.3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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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람들의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마트에 가면 애완동물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웬만한 잡화 코너보다 규모가 크고 종류도 다양하다. 조깅하러 다닐 때도 꼬박꼬박 데리고 같이 뛰고, 공원에 가면 공을 던져주고 개가 물어오게 하는 놀이(아니면 개 운동시키기^^)를 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애완동물 사료 광고도 텔레비전에 종종 등장한다. 그러한 텔레비전 광고는 사랑하는 애완동물을 위해서 몸에 좋은 사료를 먹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미국인들을 꼬신다. 미국 애완동물 사료 광고비가 연 3억달러나 지출되고 있고, 미국 애완동물 사료업계의 연간 수익이 11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애완동물도 잘 먹고 잘 살면 좋지~~만 지구 저 편에서는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아는 후배는 미·한 가정(미국 남편-한국 부인)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다. 그 집은 애들이 다 커서 각자 독립해서 나가고 미국 남편이 은퇴를 하여 퇴직연금으로 살고 있는 가정인데, 그 집에는 큰 개를 3마리나 키우고 있단다. 그 후배는 community senior center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그 집 아저씨가 올 때 갈 때 모두 riding을 해주고 먹고 싶다는 것도 다 사주는 등 친딸처럼 대해 주셔서 자기도 그 부부를 'Daddy, Mommy'라고 부른다고 한다. 다른 건 다 좋은데 한가지 질색인 것은 개들 먹이 주는 그릇과 사람이 먹는 그릇이 전혀 구분 없이 쓴다는 점! 나처럼 개를 키우지 않거나 키워도 집 밖에서 키우는 (요새는 집안에서 키우는 사람들도 많은 거 같다,) 한국 사람들은 기절초풍할 만한 일이다^^; 그래서 참다 못해 '그래도 개랑 사람이 먹는 그릇은 나눠 써야 하는 게 아니냐'고 얘기를 했더니 미국 아빠의 답변이 그럴 듯하다. '개도 우리 가족이고, 매일 씻겨서 너무 깨끗하다.' 음, 기르는 개도 우리 가족이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만큼 많은 미국인들은 애완동물을 가족같이 사랑하고 있다. 그래도 같은 그릇을 쓰는 건 쫌 기분이 좋지는 않을 거 같다^^;


지내다 보니 이렇게 미국인들이 애완동물을 가족같이 사랑하게 된 건 주요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바로 '관계'의 문제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대인 관계를 극도로 조심한다. 아무리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만한 일도 'I'm sorry."를 연발하고, 조금만 자게에게 잘해주었다 싶으면 바로 "Thank you, thank you."로 화답한다(물론 그렇게 하는 게 예의가 바른 일일 수 있다.). 미국남편과 결혼한 한 한국부인은 그런 게 너무 적응이 안되어 그냥 한국에서 하던 식으로 아무 말도 않고 넘겼더니 주변에서 완전 무뚝뚝하고 고집이 센 여자로 찍혔다고 한다. 또 미국에선 얘들이 귀엽다고(노란 머리 여자 얘들은 특히 귀엽다^^~) 함부로 머리를 쓰다듬거나 몸에 손을 댔다가는 큰일 난다. 한 할아버지가 미국에 오셔서 지나가던 백인 남자 꼬마 얘에게 "이놈, 꼬추 한번 만져보자." 하고서 그 얘 엄마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그 얘 꼬추를 만졌다가 아동 성추행범으로 몰려 곤욕을 치룬 일은 유명한 일화이다.


미국에서는 밤늦게까지 회사 동료들과 술 마시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고, 주말에는 꼬박 가정에 봉사한다. 미국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 식사 한번 하자.'는 말은 십중팔구는 입에 발린 말이라고 한다.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그 집에 찾아갔다가는 예의 없고 뭘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당한다. 그러다가 얘들이 다 커서 독립해서 나가고, 행여 잘못되어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하루아침에 대인관계가 없어지게 된다.


미국에 와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을 실감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람 만나는 게 일이었던 내가 사람과 대화를 못하고 이방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게 참으로 곤혹스럽다. 가끔 한국 사람들(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인들과는 아직^^;)과 만나 식사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 얼마나 반갑고 즐거운지 모른다. 역시나 사람 관계에서 즐거움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미국 사람들이라고 그러한 '관계'를 원하지 않을까? 나아가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동물과의 관계'도, 더 넓게는 '자연과의 관계'도 잘 맺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과의 관계'가 상호 호혜의 관계가 아닌 일방적 착취의 관계가 되어 지금 인간들에게 돌아오는 재앙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한국은 이제 곧 한가위 추석이다. 추석을 맞아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잘 챙기지 못했던 지인들에게 안부전화라도 한 통 건네면 좀더 따뜻한 명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집 얘들이 미국에 오면 꼭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자고 했는데 마당 있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아파트로 오게 되어 강아지를 못 키우게 됐다. 나이가 더 들면 마당이 있는 시골집을 구해 개도 한 마리 키우고 싶다. 물론 나이 들어서도 '인간관계'도 계속 잘 유지하고 싶다.^^~


다음글: [염변의 미국생활기 9] 내가 적(籍)을 둔 Stanford University(스탠포드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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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04 14:46
    저도 집에서 '아리'라는 강아지를 한마리 키우고 있어요. 애완동물이 있으면 정말 집안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요. 무뚝뚝하시기로는 일인자이셨던 저희 아빠가 강아지한테는 어찌나 자상하신지;; 저도 생전 못 들어본 목소리로 말을 거시는 걸 볼 때 참 보기 좋으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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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05 10:40
    관계의 중요성~~ㅋㅋㅋ
    미국인들과의 관계도 많이 많이 만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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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21 09:19
    제가 요즘 느끼는 것과 같아요, 변호사님~ 여기 사람들은 관계를 극도로 한정 짓고 있는것 같아요, 일-집-일-집... 여기서 "가족"이 가지는 의미가, 어쩜 한국보다 더 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간의 유대감같은건 미국에선 그리 강하지 않을거라, 은연중에 고정관념처럼 갖고있었거든요. 정말로요. 근데 정말 강아지 공원에 강아지 비치까지,,, 놀랐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