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 『가난뱅이의 역습』(마쓰모토 하지메)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비회원 2009.09.28 17:42

본문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참 재미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올라가도 아이들은 더 이상 놀이터에서 놀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잠자는 시간을 줄이며 학교와 학원, 과외에 매달리고, 용케 대학에 들어와도 1학년부터 소위 '스펙'을 쌓는 데에 온통 매진한다. 심지어 봉사활동과 취미까지 '스펙쌓기'의 일환이 돼버렸다. 그렇게 정성스레 스펙을 쌓아도 취직은 요원한 일. 대학을 떠나 '무직자'가 되기 두려워 4년제 대학을 4년 만에 졸업하는 학생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 대학 졸업반 학생들은 자신들을 '실업예정자' 혹은 '졸업 백수'라고 부른다.

여기 자본주의 체제가 강요하는 소비의 미덕을 거부하고, 이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바로 마쓰모토 하지메(松本哉)씨다. 그는 돈 없이도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과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유쾌한 투쟁을 벌인 활약을 정리해 『가난뱅이의 역습』을 펴냈다. 일본 호세(法政)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노숙동호회에 가입해 노숙의 기술을 갈고 닦았고 재학시절 학생식당의 밥값 20엔 인상에 반대해 ‘호세대학의 궁상스러움을 지키는 모임’을 결성하고 식당을 점거해, 결국 학교 당국이 밥값을 인하하게 만들었다. 수업에 거의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학점을 대량으로 받아 반강제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는 도쿄의 지하철역 앞에서 집회를 연 뒤, ‘가난뱅이 대반란 집단’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1년 크리스마스에는 일본 첨단 자본주의의 상징 롯본기힐스에서 ‘롯본기힐스를 불바다로’라는 무시무시한 전단을 뿌린 뒤 길거리에서 찌개를 끓여먹는 기행을 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도쿄 고엔지에서 재활용가게 ‘아마추어의 반란’을 열어 수시로 ‘가난뱅이들의 축제’를 벌였다. 2007년에는 길목 좋은 곳에서 데모를 해보겠다는 일념으로 도쿄 스기나미 구의회 선거에 입후보해 무도회와 콘서트, 토크 이벤트 등을 열어 선거판을 가난뱅이의 해방구로 만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일하지 않는 자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한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져버리는 자전거 같은 우리 인생 모두는 가난뱅이'다. 돈을 생각하지 않고 1년쯤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매일 죽어라 일을 해도 남들처럼 애들 교육 시키고, 좋은 차 사고, 넓은 집으로 이사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인 것 같다. 쉴 새 없이 페달을 밟아도 먼 노후를 생각하면 대책 없는 한숨만 나올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노동가치가 있을 때에만 쓸모가 있고, 상실하면 폐기대상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농산물과 소·돼지·닭 같은 축산물도 대량생산·대량소비로 대표되는 자본주의가 유발하는 폐해에서 자유롭지 않다. 5월임에도 한여름 같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북미발 신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자연의 엄중한 경고가 아닐런지……. 한편 세계 금융자본주의의 신화였던 미국의 월스트리트가 너무도 허망하게 무너졌다. 이에 관해 20세기 정치경제학자 칼 폴라니는 노동·자연·화폐를 시장에서 ‘자유방임’으로 거래하면 곧바로 재앙이 시작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저자는 출구가 막혀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남의 말을 안 듣는 것’, ‘돈과 무관한 인간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차피 인생은 자기가 사는 것이고, 쉴 새 없이 페달을 밟으며 사느냐, 가난을 받아들이고 즐기면서 사느냐는 자신의 선택이다. 또한 삶에서 중요한 것은 돈으로 연결된 관계가 아니라 돈과 무관하게 연대하는 모습이다.

가난을 피할 수 없다면 즐기면서 살아보는 건 어떨까.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를 부르면서…….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 바퀴벌레 한 마리쯤 쓱 지나가도~~"

(『가난뱅이의 역습』, 마쓰모토 하지메, 이루, 2009)
글 - 염형국 변호사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