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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가로의 전환? - 『쓰레기가 되는 삶들』(지그문트 바우만)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비회원 2009.09.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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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에서 폐기하는 것으로 전환하는 과정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155쪽)

저자 바우만은 ‘불안사회’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폐기된 인간’이라는 도발적인 문제를 던진다. 과거 ‘노동예비군’은 ‘재활용’이 가능한 사람들에 대한 호명이었다. 오늘날 기존의 ‘재활용 설비’가 시장에서 탈락되는 인간들을 수용할 수 없게 되자, 국가는 ‘안전한 쓰레기 처리장’을 새로 설계하고 있다. 형벌제도와 감옥은 ‘교화’가 아닌 ‘격리’를 목표로 변화하고, 도시 근교의 슬럼화된 게토에 쓰레기가 된 인간들을 격리하여 폭력적으로 관리하는 경찰행정이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오늘날 시장의 게임에 참여할 수 없는 무능력은 점차 범죄로 취급되어 간다.

이제 ‘인간쓰레기’라는 표현은 더 이상 단순한 비유에 그치지 않는다. 2005년 프랑스 소요 사태가 발생하기 일주일 전, “쓰레기, 불량배들을 진공청소기로 쓸어버리겠다”는 사르코지의 발언은 물리적이고 정책적인 힘을 갖는 구체적 언어였다.


2.

“외국에서 유입되어 프랑스 도시들의 교외에 버려진 인간쓰레기에 초점을 맞추어 거창하게 범죄와의 전쟁을 벌인 것이었다.” (154쪽)

실현된 예언을 읽는 섬뜩함이랄까. 위 인용문은 방리유 사건 이후에 쓰여진 것이 아니다. 이 책이 영국에서 출판된 때는 2004년. 프랑스 방리유의 소요 사태(2005년)가 발생하기 1년 전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방리유’라는 게토화된 공간에서는 주기적으로 작은 소요가 반복되면서 다가올 전대미문의 사건을 경고하고 있었다. 저자 바우만을 비롯한 서구의 학자들은 이러한 경고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현대 사회에 대한 우울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방리유 이전에 쓰여진 바우만의 분석과 경고들은 소요 사건 이후의 구체적 분석에 비추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가령 바우만의 이 책을, 2007년 프랑스에 유학중인 한국 연구자들이 펴낸『공존의 기술 - 방리유, 프랑스 공화주의의 이면』(그린비)의 선취된 서문으로 읽을 수 있었다.

“주권이 어떻게 사회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가정되는 내부의 적 혹은 위험한 계급들을 만들어 내고 낙인찍음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고, 강화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공존의 기술, 7쪽)


3.

“국가 사명의 재규정에 주목한다. 국가는 경제적 영역으로부터 물러나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형사적 개입의 확대와 강화로 축소시킬 필요성을 주장한다.” “사회국가 모델로부터 배제적인 ’형사 사법‘, ’형벌‘ 또는 ’범죄 통제‘ 국가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127쪽)

쓰레기가 되는 ‘과잉인구’와 관련해서 국가의 역할을 설명하는 이 책을 클라스트로의『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이학사, 2005)와 연결시켜 읽어볼 수도 있겠다. 클라스트로는 부족사회로부터 국가가 출현하는 과정을 ‘전쟁’과 ‘인구’라는 두가지 관점에서 설명한 바 있다. 그의 인류학적 연구를 간단히 요약하면, 국가의 가장 강력한 적은 전쟁이지만, 인구의 관리라는 측면에서 국가권력이 출현한다는 것이다.

바우만은 ‘인구’와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신자유주의시기 국가성격이 ‘복지국가’에서 ‘경찰국가’로 변화하였음을 설명한다. 신자유주의 시기 국가는, 시장의 불안정성과 불평등한 결과에 개입해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국가적 정당성을 포기하고, 다른 영역에서 정당성의 근거를 찾으려 한다.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과잉‘인구’를 관리하려는 치안담론을 그러한 변화의 전략으로 들고 있다. 국가는 과잉 ‘인구’를 쓰레기로, 범죄자로 규정하고, 그 결과 발생하는 사회적 불안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대대적인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며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찾는다. 시장에서의 “작은 국가”가 치안을 내세우며 “큰 국가”로 다시 복귀하는 것이다.

경찰국가로의 변화라는 바우만의 철학적·사회학적 분석을 한국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김세균 교수도 한국사회의 경찰국가화 경향에 대해 2007년의 한 논문에서 지적한 바 있었다. 당시 논문을 읽으면서는 김세균 교수의 주장에 쉽게 동의하지 못했지만, 최근 공안 기구의 부활, 사이버모욕죄 등 형벌권 강화, 마석에서의 강력한 이주노동자 단속과 같은 사례들을 보면서, 이러한 현상들이 단순히 보수정권으로의 교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에 생각을 같이 하게 된다. 경찰국가, 형벌국가로의 경향이 불안이 심화되는 우리사회에도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볼 일이다.

(『쓰레기가 되는 삶들』, 지그문트 바우만, 새물결, 2008)
글 - 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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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9 12:53
    참고해야할 글이 있었는데 매우 유익한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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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09 16:19
      공감 블로그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뵙길 바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