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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 대한 단상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최장집)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비회원 2009.09.28 17:22

본문

1.
라면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밤늦게 출출할 때, 식사 준비하기 귀찮을 때, 야외에 놀러갔을 때 등 어느 때에도 라면이 빠지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간편함과 먹는 즐거움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그 맛있는 라면을 더 이상 먹지 않겠다고 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라면 스프에 쇠고기 분말이 들어가 있고, 그 쇠고기 분말이 미국산 쇠고기로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다.


2.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길거리로 나선 국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을 목놓아 외쳤다. 이는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통령과 국회가 국민의 의사를 적절히 반영한 정책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가 도래한 시점에 주권자인 국민들이 직접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한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저자인 최장집 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에 우리 사회가 질적으로 나빠졌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민주화된 이후 더 열악해진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또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3.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는 정치체제이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이루어졌던 시민권자들이 민회를 구성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직접 민주주의는 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늘날 민주국가를 표방하는 나라에서는 국민들이 자신을 대신하여 정책결정을 할 대표를 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그 대표인 국회와 대통령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대의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사회가 서로 갈등하는 이해와 의견의 차이로 이루어져 있는 조건에서 이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데 그 존재이유가 있는 정치체제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내재된 주요한 갈등이 정치적으로 표출되어 조정되는 기제가 잘 작동되지 못하기 때문에 민주화가 되었음에도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시민의 ‘참여’와 정당에 의한 ‘대표’를 그 핵심으로 한다. 그러나 유권자 다수가 시민권의 행사, 즉 선거에 있어서의 투표를 거부하여 갈수록 투표율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가장 최근의 선거였던 지난 7월 30일 행해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15.5%의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참여의 위기는 ‘대표성의 위기’를 낳게 되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더욱 퇴행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젊은이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남을 고려하지 않는 이기심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늘어가고 있으나, 젊은 세대들의 신세대 의식․개인주의적 사고보다 이들이 우리 사회 공동체의 문제에 열정을 가질 수 있는 통로와 대안이 배제된 정치가 더 큰 문제이다.


4.
나 또한 라면에 들어간 쇠고기 스프가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끊지 못하게 하는 라면의 마력 때문에 여전히 먹고 있다. 한편 라면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라면을 더 이상 먹지 않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다. 이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사람들 중의 대다수가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쇠고기 스프가 들어갔을 지도 모르는 라면을, 그리고 설렁탕을 먹지 않는 ‘소극적 시민’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획득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우리 사회는 ‘소극적 시민’에 머물러 있지 말고 보다 나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적극적 시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최장집, 2005, 휴마니타스)
- 염형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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