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염변의 미국생활기 5]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의 즐거움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일상

by 비회원 2009.09.15 11:40

본문

미국에 와서 새삼 느끼는 것이 대다수의 우리나라 아빠들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통의 샐러리맨이라면 아침 일찍 만원 버스와 지하철로, 혹은 꽉 막힌 도로를 자가용으로 출근하여 사무실에서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낸다. 퇴근시간이 지나도 일이 많아서 혹은 상사 눈치 보느라고 정시에 퇴근하는 일은 드물다. 행여 일찍 퇴근하는 일이 있어도 사무실 회식에, 혹은 지친 몸을 동료들과 술로 달래느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자정이 다 되어 혹은 자정을 훌쩍 넘어 집으로 돌아가면 아이들이 깨어있을 리 만무하다. 주말에 잠깐 짬을 내어 아이들과 놀아줄 때도 있지만, 주중에 못 잔 잠을 보충하기에 부족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어떻게 다니는지, 친구들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알기가 어렵다. 심한 경우엔 몇 학년 몇 반인지, 담임 선생님이 누구신지도 모르기도 한다.

아이들이 미국 학교에 가기 며칠 전 새로 입학·전학하는 학생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에서 'new family orientation'이라고 하여 학교 소개와 대강의 일정과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꽤 많은 학부모들이 참석하여 교장 선생님의 학교 소개를 들었는데 우리와 다른 풍경은 아빠들도 대부분 같이 참석하였고, 궁금한 내용에 대해서는 열심히 질문을 하는 점이었다.


애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Bobcat Chase'라고 하여 학년별로 달리기 경주를 하는 행사가 있었다. 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었고 행사 참석은 선택사항이었다. 우리는 소풍가는 기분으로 간식을 싸서 학교로 향했다. 역시나 다른 아이들도 대부분 엄마·아빠가 함께 왔고, 아빠들은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고, 달리기 응원을 하고, 학부모 달리기에도 엄마들과 함께 달리기도 하였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미국 초등학교와 우리나라 초등학교 등·하교 모습은 알다시피 많이 다르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만 12세가 되기 전에는 아이들이 단 1분 1초도 감독자(부모나 선생님 등) 없이 혼자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등·하교에도 항상 학부모가 동행하여야 한다. 그래서 애들 초등학교 앞에는 등·하교 시간마다 학부모들 차들이 길게 늘어서서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온다. 아이들이 학교 앞에서 파는 불량식품을 사먹는 즐거움 그리고 학부모들이 애들 등하교 시간에 얽매이게 되는 불편함은 아이들의 안전사고와 범죄의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라는 대의 앞에 명함을 내밀 수가 없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애들 학교 등·하교, 특히 등교를 아빠가 시키는 경우가 꽤나 많다.

이렇게 법령으로 강제를 해도 미국에서는 유괴사건이 많이 벌어지나 보다. 최근에 11살에 납치되어 18년간 납치범의 텐트에 감금되어 살면서 두명의 아이까지 낳은 여성의 사건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미국의 학부모들도 이 규정을 철저히 지키기 어려운지 쇼핑몰에 가면 주차장에 부모 없이 애들만 놀고 있는 차들을 가끔 발견하게 된다. 그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발견한 것을 알았는지 의자 밑으로 쏙 들어가 쫑알거리는 것이 참 귀엽다.

나도 미국에 오게 되어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자연스레 많아지게 되었다. 아이들 숙제가 당연스럽게도 영어로 되어 있어 봐주어야 하기도 하고, 등하교를 시키면서, 샤워를 시켜주며, 꼬박꼬박 함께 아침과 저녁을 먹으며, 함께 공놀이를 하면서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방귀를 끼는데 아무도 안 놀린다는 얘기, 선생님도 덩달아 '뽕'하고 살짝방귀를 낀다는 얘기, 미국 친구들과 놀았던 얘기 등을 종알종알 해댄다.

한국 남자들은 중년을 넘어서면 집에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아이들은 엄마 하고만 상대를 하고 아빠가 집에 있으면 불편해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가슴이 섬뜩해진다. 미국에 와 보니 그렇게 되는 이유와 그에 대한 해법을 알 듯하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두루두루 듬뿍듬뿍 받아야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자란다.


다음글: [염변의 미국생활기 6] 미국 텔레비전 보는 재미


※ 공 SNS 에서 공감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공 블로그 구독하시고, 아래의 '추천','좋아요'도 눌러주시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

  • 프로필 사진
    2009.09.15 11:46
    아이들,넘 귀여워요!!!!! 함께 공놀이도 하시고ㅋㅋ 한국에서는 못느꼈을 여유..
    미국가셔서 더 가정적이 되신 염변호사님~~^^
  • 프로필 사진
    2009.09.15 11:59
    넘 행복해보이시는 걸요~ 아이들과 좋은 시간 많이 많이 보내셔요~~~^^
  • 프로필 사진
    2009.09.15 14:31
    공감가는 포스팅 잘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랑 좀더 놀아주려고 하는데 이눔의 회사가 방해하고 있네요. 그래도 좋은 아빠 프로젝트는 계속하려고 한답니다.
  • 프로필 사진
    2009.09.15 15:19
    정말 우리나라 아빠들, 아이들은 참 불쌍한 거 같아요....글 잘 보았습니다. ^^
  • 프로필 사진
    2009.12.13 14:07
    맞아요, 한국은 가족과의 시간이 너무 부족하죠. 맘껏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다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