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국내 첫 주민소송 승소 ‘동북여성민우회’ 방문기 part 3.

공감이 하는 일/법제개선 및 연구조사

by 비회원 2009. 8. 16. 02:05

본문

 

여성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다

    이번 승소를 통해 주민자치 역사 중 또 하나의 ‘최초’를 이뤄낸 이들은 평범한 여성들이었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삶의 문제 하나하나가 모두 그들의 관심사였다. 아이들의 학교 급식문제, 하이힐이나 유모차 바퀴가 빠지는 보도블럭 개선, 공중화장실 내 여성 칸의 비율문제 등 여성의 관점에서 지역사회를 바라본 이들의 눈은 날카로웠다. 실제로 공중 화장실에서 여성 칸을 늘리는 조례가 만들어지는 성과도 거두었다. 이들은 ‘동북여성민우회’라는 단체를 바탕으로 1992년 처음 모였고, 이후 18년 간 노원구, 강북구, 도봉구 등 지역사회의 각종 현안에 활발히 참여해왔다. ‘동북여성민우회’는 대중여성운동을 위해 설립된 ‘한국여성민우회’의 지역지부로서는 최초로 만들어진 곳이다. 일반회원은 3400여명에 이르고 이 중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는 정회원은 360~370여명 정도다. 이곳은 오승현 사무국장, 홍은정 활동가, 정미라 활동가를 포함해 약 60여 명이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동북여성민우회의 역사가 담긴 자료들>

     동북여성민우회의 활동은 유기농산물 매장을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운동부터 교육·환경·지방자치 등 거의 모든 영역의 사안들을 포괄한다. 먼저, ‘의회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예산심의 및 분석운동을 2001년부터 벌이고 있다. 이번 ‘의정비 부당인상 반환청구 소송’도 평소 도봉구, 노원구 등 지방의회에 참석해 꾸준한 감시 활동을 벌여온 것이 힘이 됐다. 또 회원들은 여성의 관점에서 의회 활동을 바라보며, 성차별적 요소들을 시정하고 있다. 의회의 각종 정책에 ‘성별영향평가’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역사회의 일꾼인 지방의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간 노원구, 도봉구에서 각각 2명의 의원을 배출했고 내년 6월에 예정된 지방선거에서도 후보를 낼 예정이다.  또 정부의 사업비지원사업에 응모해 예산을 받아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올해 지원받은 부분을 보면 △성평등강사양성교육 △활동가워크샵 △지역여성리더십 △청소년초경캠프 △지역모니터링활동(장애인, 노인부문) 등이 있다.

                                                            

    구성원이 여성들이다 보니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동북여성민우회에서는 현재 3개의 생협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1998년에 개장한 1호점은 동북여성민우회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자리하고 있고,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2호점은 2008년에 열었다. 3호점의 경우, 올해 개점했으며 도봉구 창동에 위치해 있다. 이날 찾은 생협 매장에서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각종 농산물과 친환경 생활용품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동북여성민우회 생협 1호점 내부>

    홍은정 활동가는 “생협에서는 정기적으로 생산지 견학도 가고, 지역공동체에 이바지하는 활동도 구상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동북여성민우회에서는 ‘십시일반’이라는 소모임을 만들어 생협에서 판매하는 재료를 사용해 저소득층에게 간식거리를 제공해 오고 있다. 매장 내 한켠에는 서울특별시장이 수여한 ‘환경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준 ‘풀씨상’ 등 대외에서 받은 상패가 여러 개 진열되어 있었다. 생협매장을 둘러보는 동안 매장을 관리하는 한 활동가로부터 음료를 받았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야채음료였다. 음료를 건네는 그의 표정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여성들이 담은 도봉이야기 <도봉 N>


    승소 이후 이들의 일상은 조금 바빠졌다. 국내 최초로 주민소송제도를 통해 커다란 결실을 맺었기에 세상의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각종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구민들의 격려전화를 받느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소송과정에서 느꼈던 아쉬운 점을 메워가기 위해서다. 이들은 중앙언론에서 이번 소송이 크게 다뤄졌지만, 상당수 주민들이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최근 “평범한 동네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를 전하겠다”며, 도봉구의 소식을 전하는 지역신문 <도봉 N> 창간준비에 나섰다. 
 

   이들은 9월에 첫 호를 낼 계획으로 주민들과 함께 창간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이한 점은 주민들이 신문의 편집, 기획, 취재 및 기사작성, 배포 등 제작의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지역언론으로서 감시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경제적 독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300명의 발기인과 500명의 후원회원을 모집해 탄탄한 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신문의 내용 또한 기존 신문과 차별화 해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시기사, 노인, 여성, 육아복지, 지역교육문제, 시민단체 활동소식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말 그대로 도봉구의 모든 일들을 주민의 손으로 담겠다는 것이다.
                                                                                       <동북여성민우회 사무실 내 전시된 활동사진>


    이날 동북여성민우회 활동가들을 직접 만나면서 생활정치의 일선에서 그 어떤 정치인보다도 의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 구성원으로서 권리주장,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위한 노력 등 여성으로서 사회 내에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준 그들에게서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져만 가는 요즘, 우리 생활의 모든 일들이 정치활동임을 보여주며 실천으로 증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승소라는 타이틀보다 지역사회의 주인으로서 느끼는 설렘이 더 묻어나는 이들은 바로, 우리 지역의 여성활동가들 이었다.
   

   이젠 그들의 입을 빌어서 듣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말이 하나 더 늘었다.

   “우리들의 활동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랍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

  • 프로필 사진
    2009.08.16 12:01 신고
    가장 개인적, 일상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 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 기사였어요! 의정비 부당인상을 바로 잡은 것을 비롯해서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은 변화들, 이런 변화를 이끄는 풀뿌리 운동과 멋진 사람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는 않은, 강하고 단단한 사람들이라는 거..^^; 그리고 항상 이런 활동을 하는 분들을 보면, 저 스스로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 그쵸??;; 겸손!ㅋㅋ 좋은 기사를 볼 수 있어 기뻐요, 고생한 현수오빠, 매우매우 수고했어요^^♥
  • 프로필 사진
    2009.08.16 15:51 신고
    땡쓰얼랏~! ^^ 생활속에서 하나하나 이뤄가는 이분들의 모습.. 정말 많이 배웠지..ㅎㅎ
  • 프로필 사진
    2009.08.17 15:13
    잘 읽었어요. 앞에 기사도 다 읽었는데 한번에 리플달게요. 심층기사 이정도면 시사in이나 한겨레21 안부럽네요ㅎ
    항상 느끼는거지만 같은 공감사무실에서 일하지만 각자 맡은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간접적으로, 직접적으로 배우는 일이 많습니다. 수고하셨어요♡
    • 프로필 사진
      2009.08.17 17:59 신고
      옆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미란언니~~ㅋㅋ
      한번에 리플뭔데요~ㅋㅋㅋ
      저도 직,간접적으로 배우는 게 많습니다♡ 끝까지 화이팅!
    • 프로필 사진
      2009.08.18 11:32
      완전 찬사네..ㅋㅋ 고마워요~^^ 노력의 결실이 이렇게..홍보팀 만세~!!
  • 프로필 사진
    2009.08.18 01:43
    우와와와~~~ 현수씨, 글 넘 잘 읽었어~~~정말 훌륭하다~~^^
    어쩜...이렇게 군더더기 하나 없이...완벽해~~ㅎㅎㅎ

    풀뿌리시민운동이 왜 중요한지, 우리 실생활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고,
    주민들의 관심과 활동이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
    그리고 동북여성민우회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글이다.
    ㅎㅎㅎ 현수씨 최고야~~^^

    주민자치 관련해서 요즘 제주도에서도
    최초로 광역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주민소환투표가 발의돼서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정말 궁금하던데.......

    아직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이렇게 의미있는 결과들이 하나씩 만들어지면
    머지않아 지역행정/의정활동이 진정으로 지역주민을 위하는
    본연의 역할을 하게 되지않을까 기대를 하게 되네.ㅋㅋㅋ

    동북여성민우회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더 많은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도봉N>을 창간한다고 한 것처럼,
    주민자치가 잘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할텐데.......
    좀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사회의 일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에
    현수씨의 글이 일조하리라 믿어.^^

    취재하느라 고생한 울 홍보팀 고생 넘넘넘 많았어~~~~~~~~~~~~
    ㅋㅋ 사랑하는 울 홍보팀!!! 왜 이렇게 훌륭한거야~~~^^
    • 프로필 사진
      2009.08.18 11:44
      ㅠ.ㅠ..오나전..감동입니다.ㅋㅋ 이렇게 장문으로 답을 해주시니..ㅎㅎ 이번 취재를 통해 동북여성민우회를 처음 알게 됐지만, 도맡은 일이 굉장히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지역사회로부터 작은 변화들이 모여 사회전체를 변화시키는 '나비효과'로 작용했으면 좋겠네요.
      사실 투표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정치'라면 손사래부터 치게 마련인데, 일상생활의 모든 일들이 정치랑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란 걸 새삼 느꼈어요.
      그분들.. 얼마나 즐겁게 일하시는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보고 들은 게 정말 많습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다른 취재들도 마찬가지구요. 홍보팀의 작품은 당분간 계속됩니다. ㅎㅎ^^
  • 프로필 사진
    2009.08.19 04:57
    글 잘 읽었어요~ 우리가 사는 서울의 북쪽 동네에서 이런 일이 있었군요. 좋은 글 감사^^~~~~ㅋㅋㅋ
    • 프로필 사진
      2009.08.19 14:23
      변호사님.감솨~잠도 안주무시고..ㅋㅋ옥체만강하옵소서..^^;
  • 프로필 사진
    2009.08.20 01:14
    현수야.

    좋은 기사, 잘 읽었어. ^ ^


    우리가 '주류'라고 하는 언론에서 접하는 정치 관련기사라고 해야 '큰 틀'안에 있는 대통령, 국회, 정당에 관한 부분 정도인데, 직접민주제적 요소인 주민자치나 지방의회에 대한 기사라서 신선하고 일상의 이야기라 피부에 가깝게 와닿는 것 같아. 글도 유기적이고.


    잘했다. 친구야~
    • 프로필 사진
      2009.08.20 11:04
      난 전달자일뿐..ㅎ 직접 활동하시는 이 분들이 정말 대단하지~ 보고 느낀 것이 아쥬 많아~^^
    • 프로필 사진
      2009.08.20 11:07
      와~~~ 이 포스팅 당분간 첫페이지 계속 유지해야겠다^^;
  • 프로필 사진
    2009.08.21 15:21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평소 민주주의 만큼이나 풀뿌리 민주주의 역시 남의 일처럼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를 통해 동북여성민우회의 활동을 접하고 보니 민주주의는 실천하는 이들에게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을 느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