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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해 불안정 고용 강제하는 악순환을 끊어라 - 채용차별에 맞선 대전 MBC 여성 아나운서를 지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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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대전MBC(이하 사측) 여성 아나운서 2명이 사측을 상대로 성별에 따른 채용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진정을 제기한 뒤 부당한 업무 배제로 맡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했고, 분장실 출입 금지⋅ 업무용 책상 이동 등 ‘괴롭힘’도 이어졌습니다. 사측은 채용차별도, 괴롭힘도 사실무근이라 주장합니다.

  공감은 이 사건을 지원 중인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의 참여 단체로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본 사안의 주요 함의를 지적하고, 적극적 조사를 통해 명백한 채용상 성차별로 인정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지역방송국에서 여성아나운서를 프리랜서로 고용한 것을, 성차별로 명명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들 합니다. 사측은 별개의 채용절차를 거쳐 지원자를 받았고 제시된 고용형태로 아나운서를 채용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채용공고에 명시적 성별제한을 둔 것도 아니고, 공채 결과 프리랜서 아나운서 직에 여성뿐인 상황. 성비차가 뚜렷한 차별적 결과를 ‘우연’이라고 보아야 할까요?


사실상 성별분리채용에 해당하는 차별

  2018년 여름까지 대전MBC 소속 아나운서는 4명 뿐이었는데 그 중 1명의 정규직 아나운서는 남자, 3명의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여자였습니다. 급변하는 언론’시장’에서 지역언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프리랜서 채용이 일반적이라는 지적도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2018. 4. 프리랜서 여성아나운서를 채용하고, 불과 3개월 뒤 정규직 아나운서 공채로 뽑힌 아나운서는 남자였습니다. 사측이 여성 아나운서를 채용할 필요가 생겼을 때 프리랜서 공채를 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다른 지역방송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한겨레 보도[각주:1]에 따르면 2019. 8. 기준 지역문화방송 소속 전체 76명 아나운서 가운데 남성 아나운서 36명 중 31명이 정규직인 반면, 여성 아나운서 40명 중 11명만이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 14명 중 남성은 1인에 불과한데 여성이 13인이었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꽤 큰 차이입니다. 실제로 성별에 따라 고용형태에 차이를 둘 계획으로 채용절차를 달리했고, 채용 이후에는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대우가 합리화됩니다. 성차별적 요소를 발견하는 건 쉽지 않지만, 사실상 ‘성별분리채용’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유입니다.


지역문화방송아나운서현황 (한겨레 2019. 9. 3.)


비가시적인 성차별, 성인지감수성으로 판단해 가려내야

  이러한 결과를 우연으로 취급하면 갈수록 교묘해지는 성차별을 규제할 수 없습니다. 성차별적 고용형태는 모집⋅채용⋅채용형태⋅승진⋅업무분담⋅직업훈련 등 전반에 거쳐 일어나면서 성별에 근거한 차별인지 고용형태 또는 직급이나 업무에 따른 차별인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성별고정관념은 다양한 유형의 차별행위로 이뤄져 ‘배려’나 ‘상식’으로 포장되거나 ‘자발적 의사’로 곡해되기도 합니다.

  여성아나운서에게 요구되는 성역할은 여성아나운서를 성적 대상화하는 데 일조해 “젊고 예쁜” ‘여성’으로만 의미부여 해왔습니다. 전문성을 쌓는 저널리스트라거나 언론사의 조직원과 같은 직업인이라는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고 주변적 역할만 요구됩니다. “시청자들이 여성아나운서를 금방 질려한다”는 식의 말을 쉽게 뱉는 인사담당자, 또는 같은 언론인이면서도 “여성아나운서는 연차가 차면 일을 안 한다”는 평가절하를 일삼는 남성 동료를 통해 언론조직 내 ‘여성’의 지위를 살짝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들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본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짚어낼 수 없습니다.

  여러 법제에서 직접 차별과 간접차별을 규제하고 있지만 차별시정에 실효성이 없는 것은 차별을 문언대로만(문언만큼만) 이해하려는 소극적 태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진짜 평등을 위해 차별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특히 성차별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여성아나운서’라는 직업에 투영된 구조적 성차별을 이해하는 성인지적 감수성이 필수겠습니다.


구조화된 성차별과 결과적 차별을 인정한 사례들

  최근 대법원은 국정원 여직원 정년 차별 사건에서, 성별 구별이 아닌 직렬 구별이 존재하는 경우라도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과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이 구분되어 있다면 직렬에 따른 근무상한연령의 차등은 남녀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습니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3두20011 판결). 국가인권위원회도 남성 위주의 현장관리자 채용 관행에 대한 차별 진정 사건에서, 피진정인이 채용 공고에서는 성별 구별 없이 미화업무 경력자 우대를 내용으로 하였으나, 실제 사업장의 “사업소장 64명과 미화감독 (관리직)23명이 모두 남성인, 이 정도의 성비 불균형을 우연한 결과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보고 여성응시자가 채용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에 해당한다며 성별을 이유로 한 채용 차별을 인정하였습니다(2017. 6. 19.자 16진정0327300 결정).

  차별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결과 등을 토대로 차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정들은, 결과적 차별에 대한 적극적 검토를 통해 차별행위자의 차별 의도 유무 판단에 앞서 비가시적 차별을 드러내고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차별받아도 알아채기 어려운 모집⋅채용 차별

  고용 상 성차별에 대해 법적으로 다툰 사건은 극히 적습니다. 특히 채용 상 성차별의 경우, 불합격 대상자는, 그것이 차별적 결과인지, 아니면 정당한 경쟁의 결과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또 차별이라고 인지하였어도 그 내용을 확인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합니다. 반대로 합격 대상자는, 채용 기준의 불합리성을 인지하였더라도 굳이 문제제기 할 필요성이 없으며, 최초 계약 시 사용자가 제시한 제한적 선택지를 ‘자발적’으로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다른 비교집단과의 불이익처우를 확인해야 고용계약조건의 차별을 소급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을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입니다. 차별의 고의 유무에 앞서 차별적 결과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사측은 진정인들을 기존 업무에서 배제하고, 새로운 아나운서들을 프리랜서로 고용했습니다. 그 중에는 남성 아나운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를 인정하고 오랜 시간 함께한 이들의 고용안정을 모색하는 쪽이 아닌 모두를 불안정 고용하는 쪽을 선택한 것입니다.


여성에게 불안정 고용 강제되는 악순환 끊어야

  차별적 관행을 정당화하기 위한 우회적 시도가 계속되고, 은폐된 차별을 지적하기 힘든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의 본질이 성별에 근거한 차별임이 제대로 지적될 때, 여성의 노동이 저평가 되어 불안정 고용형태로 집중되고, 불안정 고용형태를 여성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고용영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비가시적·비유형적 성차별을 드러내 사회적 문제의식이 형성될 수 있도록 국가인권위원회의 올바른 판단과 사회의 꾸준한 관심을 요청합니다.

 글 _ 백소윤 변호사


  1. 지역문화방송아나운서현황 한겨레 2019. 9. 3. “여 아나운서는 질려서”…지역MBC ‘채용 성차별’ 논란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908256.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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