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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바꾸는 힘 _ 장서연 변호사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변

by 동-감 2020. 1. 1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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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에서 일한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2007년에 입사하였으니, 정확하게 말하면, 올해가 14년차이다. 정확한지 다시 세어본다. 믿기지 않는다. 경험이 쌓일수록 뭔가 더 분명해질 줄 알았는데, 이상하다. 분명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호해 진다. 이러한 와중에 읽은 <장애학의 도전>은 많은 영감을 주는 책이었다.

  <장애학의 도전>. 이 책의 저자 김도현은 20년 넘게 장애인운동 현장에서 활동해온 활동가이자 연구자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치지 않는 투쟁에 경외심을 갖고 있던 나는, 저자가 장애인운동의 현장에서 10년의 기간 동안 활동하며 고민하고 궁리하고 깨달은 것의 9할 이상을 문장으로 정리해놨다고 하는 이 책의 내용이 궁금했다.


“문제로 정의된 사람들이

그 문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혁명은 시작된다.”


  눈을 사로잡는 이 문장은 2017년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캐치프레이즈였다고 한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화, 탈시설 운동까지 장애인운동의 바탕이 된 이론을 일목요연하게 조목조목 정리해 놨다. 장애의 원인을 ‘장애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중심의 사회에 초점을 맞추도록 ‘장애’의 정의를 뒤바꾼다. 장애는 개인의 ‘손상’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차별의 문제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생각이 ‘허무맹랑하고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는 의미에서 ‘빅 아이디어’라고 조롱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장애인운동은 이동권 투쟁을 통해 장애인이 이동하기 어려운 것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교통수단과 턱이 많은 도로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줬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화는 장애인운동의 ‘빅 아이디어’를 법제도적으로 규범화하였다는 측면에서 획기적이었다. 운동과 밀착한 이론, 그리고 그것을 아이디어로 머무르게 하지 않는 운동. 저자는 그래서 장애학을 실천지향적이고, 편파적이고, 해방적인 학문이라고 밝힌다.



자립과 의존의 이분법을 넘어 공생의 세계로


“자립은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존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이다”

- 구미가야 신이치로

  저자는 자유와 평등이 흔히 대립적인 관계인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자유가 더 많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평등도 더 보장되고, 평등이 억압되는 사회에서 자유도 억압되는 것처럼 자립과 의존의 관계도 이분법적으로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의존’이 어떻게 부정적인 의미로 낙인이 되었는지 설명한다. 20세기 초반 이전까지만 해도 의존이라는 용어에서 경멸적인 의미는 없었으며, 단어에 관한 주된 풀이는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며 기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오늘날의 ‘믿을 만하다dependable'라는 단어도 이에서 파생했다. 그런데 근대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을 원자화된 개인으로 분해하고, 인간관계를 화폐를 매개로 한 ’기브 앤 테이크‘ 관계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의존이 ’지워졌다‘는 것이다. 결국 의존이 경멸적이고 부정적인 낙인으로 존재하는 사회란 인간 간의 신뢰가 무너진 사회와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장애인운동이 이 사회가 장애인을 비정상적인 존재로 낙인찍고 억압할 때 정상/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틀 자체가 기만적임을 인식하고 해체하고자 한 것처럼, 의존적인 존재라는 낙인과 억압에 대해서도 ‘장애인은 자립적인 존재’라고 맞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립/의존의 이분법 자체를 해체하는 것을 운동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논의는 비단 장애인운동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장애인운동의 탈시설운동이나 주거와 서비스의 결합인 ‘지원주택’ 정책은 홈리스 주거지원정책으로도 확대되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의존적이라는 낙인과 이른바 ‘자활사업’에 대한 철학까지 사유하게 한다.

  이 책은 그 이외에도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의 관점에서 현행 성년후견제도의 문제점,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고민하면서 창안한 ‘공공시민노동’ 개념, 피터싱어 동물해방론의 ‘인격체중심주의’의 한계, 장애 정치 시선에서 본 낸시 프레이저의 정의론 등 흥미로운 내용들로 꽉 차 있다. 활동하면서 여기저기서 보고 주워들은 내용들을 이 책을 통해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고민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만드는 것을 보며 자극도 받는다. 다른 분들에게도 올해 꼭 읽어 볼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글 _ 장서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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