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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여기에 있다 - '2019 매드 프라이드 서울'과 공감하다 _ 조미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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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6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작은 공원에서 제1회 ‘매드 프라이드(Mad Pride) 서울’ 행사가 열렸습니다. 생소한 이름의 이 행사는 1993년 캐나다 토론토 온타리오에서 시작된 정신장애 당사자, 정신의료 서비스 이용자 및 생존자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미친 혹은 광기어린 정체성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느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대중운동이자 축제입니다. 당사자들은 연극 ‘거리로 나온 하얀 방’을 통해 행사의 포문을 열었고 참가자들은 1973년 이탈리아 정신병원 폐쇄 운동 당시 정신 장애인들의 자유를 상징했던 파란 목마 '마르코 까발로'를 앞세워 서울 시내를 행진했습니다.


'마르코 까발로'와 함께 행진하는 참가자들의 모습 ⓒ비마이너


  제1회 ‘매드프라이드 서울’ 준비소식은 지난 7월, ‘자유가 치료다’라는 책의 저자 백재중 선생님 강연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때마침,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예술 활동단체 ‘안티카’를 주축으로 매드 프라이드 ‘열린 조직위원회’가 막 꾸려진 상황이었고 저는 정신장애인 인권에 대한 관심으로 매드 프라이드의 준비현황을 소개하는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이후 조직위원회의 일원으로 매드 프라이드 기획 전반에 의견을 보태고 행사 당일에도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발로 뛰었습니다. 50명의 빛나누미(자원봉사자) 인권교육 및 관리, 참가자들과 함께하는 윤도현의 ‘나는 나비’ 플래시몹, 현장에서의 법률조력을 위한 법률부스 연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제1회 ‘매드 프라이드 서울’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고자 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준비한 '나는 나비' 플래시몹 공연 ⓒ비마이너

  무엇보다 광장에서 만난 모두가 어우러져 외치는 ‘지금, 우리는 여기에 있다(We are here, now)’라는 행사 슬로건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18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00명 중 69.1%가 '정신장애인은 전반적으로 위험하다'고 답했다는 결과가 떠오르면서 당사자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그 말 한마디를 뱉어내기까지 겪어왔고 지금도 느끼고 있을 우리사회 정신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가슴 아픈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은 보이지 않는 존재나 다름없습니다.

  미디어에서는 정신장애인을 공포스럽게 묘사하거나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어 혐오의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고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수많은 차별과 편견이 만연합니다. 사회에서 배척된 정신장애인은 척박한 환경에 고립되거나 정신병원 폐쇄병동으로 강제 입원되는 극단적인 선택지에 놓이게 됩니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지 못하고 구조적인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매드 프라이드 서울'은 정신장애인들의 용기있는 도전이자, 구조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모인 이들의 힘찬 응원입니다.  


  외국에서 매드 프라이드는 어느덧 수 십 년째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참가자들의 축제로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제1회 매드 프라이드 서울의 작은 날개 짓이 우리사회 정신 장애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바람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내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모두가 안전하고 즐거을 ‘매드 프라이드 서울’을 기대해 주세요.


글 _ 조미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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