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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을 뒤흔들 세 글자 -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관련 항소심 재판 방청기 _ 김려원 (공감 30기 자원활동가)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동-감 2019. 10. 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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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0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 위반과 관련된 항소심이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렸습니다. 피고인 A와 B는 국회의 일정 반경 안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는 해당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단순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바로 무죄를 선고할 수는 없다며 항소하였습니다.


  재판장으로 향하기 전 김수영 변호사로부터 사건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재판이 어떻게 흘러갈 것 같은지 물었을 때, 저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검사와 변호인 양 측의 논거가 논리적으로는 모두 타당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회에 실질적인 위해를 가할 우려가 낮은 집회 및 시위까지 전면금지하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헌재의 헌법불합치판단에 의거하여 1심에서는 무죄 판단이 내려진 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검사 측은 헌법불합치 결정은 합헌과 위헌이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법률이 개정되기 전까지 기다렸다가 개정법에 따라 판단하자는 것이 검사 측의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항소기각을 요구하는 변호인 측은 헌법불합치 판단은 위헌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음을 밝히는 한편, 개정 법률안 모두에 비추어 보아도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전무함을 주장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명백한 피해자가 없는 행위이고, 무죄가 선고되었음에도 2심까지 회부된 사실이 의아했습니다. 허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법률의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국회가 속히 개정법을 만드는 것이 맞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정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기에 2심 판단은 조금 더 미뤄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했던 것입니다.


  제 생각이 짧았음이 드러난 순간은 바로 피고인을 만나고 재판장 안으로 들어섰을 때입니다. 피고인들은 신분을 확인받은 후 엄숙한 재판장의 분위기 속에서 본인을 변론해야 했습니다. 모두가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상황에 저를 대입해보니 쉬이 입을 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특히 개인적인 사정으로 피고인과 동행해야 했던 가족들의 모습에서, 저는 무죄가 언제 유죄로 뒤바뀔지 모르는 두려움을 보았습니다. 아무리 변호인이 원심판결이 뒤집힐 여지는 낮다고 말한들, 자신의 이름 세 글자 앞에 붙은 피고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은 상당할 것입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역할과 전면으로 배치되는 항소임을 지적하는 변호인의 최종변론을 들으며, 저는 항소가 진정으로 필요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말과 글로서 드러나지 않는 피고인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섣불리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법의 논리적 해석에 따른 항소와 반복적인 재판이 필요한 절차이자 정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정 밖을 벗어나 직접 피고인과 가족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저로서는 의아함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고인들의 최종 변론을 통해 저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무익한 형사절차로부터 하루빨리 피고인들이 해방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단순히 일상을 환기할 수 있는 재판 방청 경험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뒤흔들 수 있는 두려운 사건일지 모릅니다. 종이에 쓰인 글을 읽는 것과, 그 글 속으로 들어가 당사자를 만나는 것 간에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체감했으며 그들의 이름 앞에 붙은 피고인이 사실은 피해자일수도 있음을 느꼈습니다. 끝으로 26일 최종적으로 무죄 선고를 받아 혐의를 벗은 두 분의 피고인에게 수고하셨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글 _ 김려원 (공감 30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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