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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행사 후기]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불편함과 마주하다 - 박선재

기부회원 이야기

by 동-감 2019. 8. 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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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행사를 신청할 때에는 별다른 배경지식이 없었고, 인권변호사가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가져본 장래희망이었기 때문에 행사 참가를 신청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입시 공부에 치여 시사에 캄캄하게 지낸 나머지 스쿨미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했고, 이탄희 판사님이 사법농단에 저항하고 사직서를 내신 것도 행사 며칠 뒤 우연히 뉴스룸 인터뷰를 발견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만큼 그동안 나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근시안적이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우리 사회는, 나는, 사소한 일에, 낯익은 일상 속 은연중에 발생하는 폭력에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백소윤 변호사님이 스쿨미투에 대한 프로그램 진행의 서두에 스쿨미투에 대해 주변에서 들어보았거나 직접 겪은 적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운 좋게도 학창시절 내내 적어도 신체적인 성폭력은 경험하거나 목격할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학교 공간에서 성폭력이 일어나거나 은폐될지 상상이 전혀 안 된다고 대답을 했었다. 그러나 스쿨미투 관련 영상을 보면서 나도 현재 재학 중인 미션스쿨에서 있었던 혼전순결에 관한 문제적인 설교에 분노하고 대자보 작성을 계획했던 일이 떠올랐다. 또한 이 후기를 쓰면서 수업시간에 가슴 커지게 하려고 딸기우유 마시지 말고 콜레스테롤 풍부한 계란 노른자를 먹으라고 하신 생물 선생님의 발언이 떠올랐다.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교원 징계나 법적 공방까지 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그냥 넘어갔었던 것 같다 

작년에 동아리 차원에서 성적 지향의 다양성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 한국 성교육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발표했었다. 그렇지만 백소윤 변호사님의 첫 질문에 대한 내 반응에 드러나듯, 교육과정 편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탐구해보았지만 정작 내가 직접 겪은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성별을 막론하고 일상적으로 수많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원치 않는 접촉을 강요당하는 것만이 폭력인 것은 아니다. 시선강간이라는 말도 있듯이 시선도, 관점도 폭력일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내 생각과 타인에 의해 주입된 관점을 스스로 구별하기란 어렵다. 미디어와 학습된 무기력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고, 폭력에 둔감해진다.

한편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폭력적이고 심한 인권침해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는 잘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법 앞에서>에 나오듯 법의 문턱은 높지만, 법의 문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현실의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 문 앞에서 주저하지 않으려면 폭력을 폭력으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그에 법적인 지식과 정의감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익변호활동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 법의 문을 통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 아닐까? 나도 공익변호사가 되고 싶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여러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은 갖가지 하기 싫은 일이나 공부를 수반하겠지만, 왜 공부하는지 끊임없이 되새겨보겠다.

글_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박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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