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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게요 _ 공감 29기 자원활동가 류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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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15, 5회 난민영화제 I Hear You가 진행되었다. 서울극장은 종일 한국어, 영어, 아랍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와 대화로 가득 차 있었다. 난민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상영되었을 뿐 아니라 한국의 많은 난민, 이주민 인권 단체와 난민 당사자 커뮤니티들이 부스를 주최하거나 참여했다. 이번 난민영화제는 난민인권네트워크와 유엔난민기구에서 공동주최했고, 4월부터 6월까지 분주하게 준비되었다. 공감은 난민인권네트워크 소속 단체이기 때문에 나는 공감 자원활동가로서 슈퍼바이저인 김지림 변호사님과 함께 난민영화제의 워킹그룹 기획단원으로 일할 수 있었다.

 

난민에 대한 영화제이기 때문에 기획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이 많다. 영화 선정부터 오래 걸렸다. 영화로서의 작품성과 난민에 대한 적절한 메시지를 모두 갖춘 영화를 찾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난민 경험에 대한 영화들이 대부분 19세 이상 관람가로, 너무 무겁거나 잔인하다는 문제도 있었다. 한편, 각기 다른 방식과 뉘앙스로 난민 문제에 접근하는 작품들을 선정해서 어느 정도 다양성을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컸다. 고민 끝에 시리아 여자아이를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 Resistance is Life 1부 상영작으로, 난민이라는 거시적인 현상과 난민이 겪는 가정, 장애, 진로 관련 복잡한 문제들을 담아낸 유엔난민기구의 다큐멘터리들을 모아 2부로, 그리고 독일의 난민과 선주민 간의 만남을 유쾌하게 풀어낸 코미디 영화 Welcome to Germany 3부 상영작으로 선정했다. 최종 선정작들에 담긴 난민에 대한 스테레오타이프나 치우친 정치적 견해에 대해 워킹그룹 내에서 고민이 많았지만, 완벽한 영화, 완벽한 영화제에 집착하기보다는 GV(관객과의 대화)에서 그런 부족함과 문제의식을 논의의 시작 지점으로 삼고 관객과 함께 해소해보자는 결론을 도출했다.

 

영화 선정을 마친 후엔 영화제 대관 업무, 여러 소개말과 설명문 작성, 홍보, 문화제 참여자 모집, 봉사자 모집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맡은 개인 업무 중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난민영화제 인사말 작성이었다. 작년 초여름에 진행된 제4회 난민영화제 이후에 한국에서 일어난 난민 문제들을 바탕으로 인사말을 쓰고 싶었다. 한국에는 오랫동안 다양한 난민들이 있었지만, 작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로 인해서 처음으로 국내의 난민들이 가시화되고 대중에게 인지되었다. 난민은 각기 다른 국적, 정치적 의견, 종교, 인종, 성정체성 및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으며 난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각기 다르다. 그런데 난민이라는 집단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한 혐오 보도와 찬반 논쟁이 지속되면서 한국에 온 난민 개개인의 다양한 경험과 목소리는 묵살되어버렸다고 느꼈다. 그러므로 이제는 우리가 함께 여러 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I hear you 라는 영화제 이름은 나는 당신이 들려요 라는 의미인데, ‘우리는 바로 여기, 한국에 있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게요- 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Here, we hear you 라는 문구를 만들었다. 나중에 이 문구를 바탕으로 영화제 주관단체인 공익법센터 어필은 영화제 테마송을 만들었다.

 

영화제를 준비하는 내내 워킹그룹이 지녔던 핵심적인 고민은 영화제와 문화제에 다양한 경험과 입장을 담아낼 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대표성과 포괄성 문제로 여러 논의를 했다. 이번 워킹그룹에는 제1회 난민영화제부터 참여하고 한국의 난민 인권을 위해 오랫동안 운동한 단체의 구성원들이 포함되었다. 그런데 작년의 제주 예멘 난민 사태로 인해 난민 문제에 새로이 관심을 두게 된 사람들이나 난민 관련 신생 단체들이 있다. 이 새 운동가들이 이번 난민 영화제와 문화제에 함께하기를 바랐지만, 연락이 닿았을 때는 영화제까지 한 달가량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했다. 내년부터는 더욱 다양한 집단을 워킹그룹과 영화제 전반에 포괄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 한편, 행사에 참여하는 난민 당사자분들과 관련된 여러 대화도 오갔다. 워킹그룹이 함께 기획하고 의도한 문화제의 모습과 난민 당사자분들이 실제로 희망하는 문화제의 모습이나 참여방식이 다른 경우가 있었고,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난민 커뮤니티들이 동시에 문화제 참여를 희망하기도 했다. 한국인 간에도 사회정치적인 견해의 스펙트럼이 있듯이, 난민들이 같은 국가 출신이거나 같은 종교를 가졌다고 해서 정치적 입장과 경험이 동일하진 않다. 한국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의 난민 당사자들이 있고, 이들은 선주민들만큼이나 서로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당사자분들의 각기 다른 요구와 희망을 적극적으로 수용, 반영하면서도 어떻게 만약의 갈등 상황이나 안전 문제에 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들이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이런 논의와 고민들은 그 자체로 벌써 난민이 쉬이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주체들임을 증명한다.

 

영화제는 성공적이었다! 영화제 이틀 전에 표가 매진되었다. 영화제와 문화제는 올해의 제목대로 다양한 난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이 되었다. 특히나 헬프시리아의 압둘 와합 국장님을 포함해 각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난민 당사자 패널분들이 각 영화의 한계를 잘 지적하고 보완해주셨고, 자신의 견해로 영화 밖의 이야기까지 풀어내어 주셨다. 영화제 당일날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전체적인 통역과 수화가 부재했다는 점이다.  GV(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아랍어-한국어, 영어-한국어 통역을 해줄 통역사분들이 투입되기는 했지만, 행사 통역이 아니라 개인 패널들의 통역을 담당할 뿐이었다. 외국인 관객을 위한 영어로의 통·번역도 없었다. 전 세계에서 오신 난민분들을 포함해 여러 신체적 여건을 지닌 사람들을 난민 영화제에 포괄하기 위해 내년의 난민영화제부터는 전반적인 통역과 수화를 미리 기획하고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성을 느꼈다. 워킹그룹과 봉사자들은 이런 아쉬움을 토로하고 기록하면서 내년에는 더욱 포괄적이고 배리어프리한 행사를 만들겠다는 열정을 나눴다.

 

깔끔 명료한 해답이 없는 문제가 많았지만, 각자의 최선과 끊임없는 대화로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었다. 당사자성, 대표성, 포괄성, 재현의 방식, 영화제의 어조, 안전 등에 대한 진심어린 의지와 걱정들이 모여 올해의 난민영화제가 만들어졌다. 앞으로 점점 성장하고 다채로워질 난민영화제를 기대해본다.

 

글_공감 29기 자원활동가 류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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