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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국제인권센터 소식-2019 광주아시아 인권포럼_박예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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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기념문화센터 안으로 들어가자 차분하고 따뜻한 공기가 가득합니다. 곳곳에 걸려있는 그날의 순간들은 참으로 아프고 슬프지만, 사진 속에 영원으로 새겨진 비장한 눈빛 아래 희망이 흐르고 있음을 느끼며 개막식이 진행되는 민주홀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지금 이곳에서는 5·18기념재단의 주최로 금남로 전야제와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39주년 기념식을 포함하여 34일 동안 학살과 난민 국가 폭력과 국가의 보호책임 이라는 주제로 2019 광주아시아 포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518일 토요일, 공감 국제인권센터의 박영아 변호사와 박예안 변호사는 KTX 열차를 타고 광주를 향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잠시 후 미리 목적지에 일찍 도착해 계신 황필규 변호사와 합류할 예정입니다. 필리핀 출장길에 있는 김지림 변호사도 귀국하는 대로 내려오면 공감 국제인권센터 구성원 전원이 이곳에 모이게 되겠네요.

 

오늘따라 비를 뿌릴 듯 무겁고 낮게 깔린 구름이 도시 전체에 진중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이곳은 광주, 오늘은 518일입니다. 39년 전 그날의 기억을 가만히 되짚어보는 광주는 그러나 결코 어둡지는 않습니다.

이곳 광주에는 지금 반가운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습니다.

 

공감 국제인권센터의 황필규 변호사가 창립 멤버이자 의장으로 그 출범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Asia Pacific Refugee Rights Network (APRRN_저희는 이니셜에 착안해 에이프런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소속 아태지역 인권활동가분들이 이곳 광주에 모여 이 날의 기억을 나누고 확장시키는 의미 깊은 시간이 한창입니다.

 

오랜 시간 난민과 무국적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혐오와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던 APRRN의 소속 활동가들은 아태지역 난민보호의 선봉에서 일해왔습니다. 특히 난민이 발생하기도, 또 피난처이기도 한 아시아의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APRRN 회원 단체들이 긴밀히 서로 돕고 교류하는 것이 꼭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인 활동에 비해 지리적인 거리와 비용의 문제로 네트워크 소속 각국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쉽지 않았는데요, 이는 자칫 네트워크의 결속을 약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공익변호사로 일선에서 뛰어온 황필규 변호사는 난민박사이면서 저비용 고효율의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올해의 광주아시아 포럼 주제가 학살과 난민으로 정해지자 훌륭한 연사 초빙과 APRRN 실무의제를 위한 부대 회의를 한 번에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 아래 난민 문제에 배정된 10명의 강연자를 APRRN 네트워크 내에서 모셨습니다. 포럼을 진행해 주신 훌륭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국내외 강연자들은 이미 대부분 APRRN 소속입니다. 이는 그만큼 APRRN이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는 반증이겠습니다.

올해 국제포럼의 주제는 학살과 난민 국가 폭력과 국가의 보호책임입니다. 학살과 난민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언뜻 감이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 폭력과 국가의 보호책임이라는 부제를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만약 39년 전 오늘 광주가 고스란히 겪어내야 했던 그 무자비한 폭력이 2019년에도 일어나고 있다면, 그래서 우리가 그 폭력을 피해 살 길을 찾고자 떠나야만 한다면, 바로 오늘의 우리를 난민이라 부를 것입니다.

 

국가가 국민에 대한 보호책임을 져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국민에게 폭력을 가했던 기억. 광주 시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기억에 선연한 39년 전 오늘, 광주의 시민이 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투쟁의 기억이며 오늘의 우리가 힘써 지켜내려는 민주주의의 거름이 되었던 5.18의 기억들.

 

그런 기억이 있는 우리이기에 굳이 난민이라는 낯선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우리는 그들의 상황을, 국가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나라 밖으로 목숨을 걸고 도망쳐야 했던 그 절박함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묻습니다.    

 

나의 아픔이 그저 개인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타인의 고통까지 이해하게 되는 것, 더 나아가 그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39년 전 일어난 광주의 상처가 2019년 오늘, 이 땅의 난민이 겪고 있는 아픔의 공감으로 확장되는 것을 보며 저희는 진정한 치유와 회복을, 봄볕 같은 성장의 기운을 느낍니다.

난민 주제 강연과 네트워크 회의가 동시에 이루어진 이번 포럼에는 국내외에서 난민 인권 보호를 위해 일하는 활동가들이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넷과 화상채팅이 발달했다 해도 역시 마주 잡은 손의 온기와 함께 나누는 대화를 대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랜 네트워크 활동으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황필규 변호사 덕분에 APRRN 회원들은 짧지만 진했던 포럼에서의 만남을 통해 연대의 힘을 다시 가득 채웠습니다.

 

마치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거나, 심지어 침입자인 듯이 난민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과 제도에 부딪히며 때로는 1보 전진 5보 후퇴인 것 같은 무력감에 기운이 빠질 때, 나와 같은 곳에서 같은 꿈을 꾸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위로가 되는 일입니다. 아마도 그곳에 함께 했던 모든 분들이 다시 한 번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받고 돌아가리라 믿습니다.

포럼 공식 일정과 APRRN 실무 회의, 그리고 난민법 개악 반대를 위한 캠페인까지 꽉 찬 일정을 마친 국제인권센터 구성원들은 이제 다시 기차에 오릅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업무가 기다리겠지만, 일단 저희는 지금 이 따뜻한 기분을 충분히 즐기렵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희망을 갖고 전진!

 

그런데 말입니다광주는 기차역에서 파는 김밥도 맛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_ 박예안 연구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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