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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그 두번째 공판 (09.4.24)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09.06.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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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주희 언니의 일목요연하고도 감성 풍부한 첫 번째 방청기 덕분에

 

커다란 부담 가득 안고 두 번째 방청기 시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시에 재판 시작

 

원래는 조합 쪽 증인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할 예정이었는데,

 

검사 측이 증인들과 약속시간을 오후로 잡아 증거조사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첫번째 재판에서 264번 증거까지 증거조사 했었던 듯-

 

265번 증거부터 증거조사 들어갔습니다.

 

증거가 800개가 훨씬 넘어서 아마 증거조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 같습니다.

 

 

 

증거조사는 남자 검사님이 또박또박 큰 소리로 증거 순서대로 낭독하시면, 

 

간혹 우리 변호인단에서 한 분씩 추가 고지를 지정하면, 추가 고지는 여자 검사님이 했는데요.

 

사실 전 재판 방청 다니면서 여자 검사님을 직접 본 건 처음이었는데,

 

만화에 나오는 여검사의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 그대로였습니다. 좀 멋지긴 했어요ㅎㅎㅎ

 

그런데 변호인단이 지정한 추가 고지를 너무 빠르게 낭독하는 데다가 마이크도 거의 사용을 안해서

 

판사가 다 알아들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살짝 들었습니다.

 

 

시위대들이 던진 골프공 등에 차가 파손된 사진을 증거조사하고 있던 중,

 

남자 검사가 칼라로 된 사진을 프레젠테이션하자, 방청석이 술렁였습니다.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나오기에 저도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봤는데요.

 

제가 보던 수사기록의 흑백사진으로는 심각하게 파손됐다고 생각했었는데,

 

검사들의 칼라 사진으로 보니 파손 정도는 굉장히 미미했습니다.

 

 

 

아, 증거조사 중에 차혜령 변호사님의 활약이 돋보였는데요.

 

증거 297호, 298호 증거조사를 할 때, 검사 측이 제시한 진보당 사진은

 

진보당이 전소한 모습을 담고 있었는데요.

 

진보당 전소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차변호사님이 날카롭게 지적하셨죠.

 

사건 당시 진보당에 화재가 발생하긴 했지만, 그 이후에 별개의 사건으로 전소됐거든요.

 

판사님이 잠시 멈추고

 

"기재하십시오" 하시는데, 완전 멋졌어요♡

 

또 유리구슬, 새총, 골프공 등의 비거리 탄속 측정에 관한 증거조사를 할 때마다

 

차변호사님이 벌떡 일어나셔서 실험조건이 달라 증명력이 약하다고 주장하셨습니다.

 

다른 실험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채, 특히 풍향이나 풍속, 힘과 같은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은 점,

 

그리고 지지대를 새로 제작하여 실험한 것이므로 사건에 실제 사용된 것들이 아닌 점 등을 미루어

 

증명력이 매우 약하거나 부족하다고 주장하셨는데,

 

이번에도 판사님은 차변호사님 말을 경청하시곤 요약까지 해주셨습니다ㅎㅎㅎ

 

또 부검감정서에 대한 증거조사를 할 때였습니다.

 

CS(최루탄 성분)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감정서에 대해 차변호사님은 이번에도 역시!!

 

부검감정서는 1월 20일에 나왔는데, 이 감정서는 2월 18일에 나왔다는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그 기간동안 CS가 변화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시며, 왜 30일이 지난 이후에

 

이 감정서가 나온 건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시간이 지나도 최루가스 성분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별도의 보강증거를 요구하셨습니다.

 

그러자 검사 측에서는 언론이 계속 최루가스를 사용했다고 보도해서

 

원래 조사가 된 것을 나중에 요구해서 받은 것 뿐이라고 주장했는데요.

 

현명하신 판사님이 검사 측에 말씀하셨습니다.

 

"아까 최루가스 사용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던가요?"

 

 

 

사건 내용에 대해서 숙지하고 재판을 방청한 건 처음이라

 

그동안은 법정 모니터링이라고 해서 판사가 재판에 지각하지는 않았는지,

 

사법경찰관 등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등 모니터 사항에 대한 것만 관찰하다보니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던 전체적인 재판장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검사와 변호인 각자의 역할,

 

그리고 무엇보다도 방청석.

 

저 또한 방청석에 앉아 있었지만, 방청석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얼굴을 알고 있는 불구속 피고인들과 피고인들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검정색 정장에 검은 리본을 달고 변호인단 옆에 앉아 있는 피고인의 수척한 모습도,

 

검은 상복을 입고 방청석에 앉아 있는 한 여인의 모습도,

 

제 옆에서 저만큼, 아니 저보다도 열심히 빽빽하게 필기를 하고 있는 피고인 가족들의 모습도

 

눈물나게 가슴 아팠습니다.

 

금색 테두리의 법원 마크와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

 

그 아래 앉아 있는 우리의 모습과 상당히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에는 증인신문이 있었습니다.

 

2시간이 넘에 증인 한 명에 대한 반대신문이 있었는데요.

 

그 증인은 바로 용산 조합장이었습니다.

 

김인숙변호사님이 반대신문하셨는데요.

 

반대신문이 시작되지마자 목소리 톤을 가라앉히고 날카롭게 질문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졌습니다.

 

 

- 증인은 이번 조합장이 되기 이전에 조합장 경력이 있었나요?

 

- 조합원 경력은 있었나요?

 

- 정비업체인 파크앤시티를 선정할 당시 파크앤시티 대표가

 

부의원이자 용산구 충청도 향우회 부회장 아들이란 것을 알고 있었나요?

 

로 시작된 반대신문 질문을 들으면서

 

제가 장서연 변호사님께 제출했던 경찰증인에 대한 반대신문 질문들이

 

얼마나 유치했던가를 반성하며 이것이 변론주의의 실체구나! 생각했습니다.

 

 

오늘 증인신문의 하이라이트라고 느꼈던 부분 몇 가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관리처분받을 때에는 보상금을 600억이라고 기재하여 제출했는데

 

 감정평가서에 의한 보상금 산정은 그 3분의 1 가격인 것은 왜입니까?"

 

라는 질문에 증인은,

 

"모르겠다. 모르는 일이므로 대답하지 않겠다."

 

라고 말하며 그 이후 모르쇠로 일관했는데요. 장내가 서서히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입자들의 민원제기도 모른다고 했다가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가 계속 말이 바뀝니다.

 

 

2.

 

"감정평가서에 의한 보상금도 100억이었다가 110억으로 또 늘어났는데, 10억은 어디에서 차이가 납니까?"

 

라는 질문에, 미대책세입자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현명하신 판사님!!!

 

"미대책 세입자는 나중에 세입자로 판명된 경우를 말하지요?"

 

증인은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김인숙변호사님의 일격-

 

"세입자 인원수는 차이가 없습니다, 알고 있나요?"

 

그러나 증인은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3.

 

수사기록 4655쪽에 미합의세입자는 122명이고, 지급된 보상금은 117억이라고

 

1월 24일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검사는 83명이 남아있고, 그 이후 39명이 나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까지 나간 보상금은 295억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차액은 178억으로, 39명이니까 1명당 4억을 받아간 꼴입니다.

 

하지만 이 내용에도 증인은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그러자 현명하신 판사님 한 마디 일침을 놓습니다.

 

"성실하게 대답하시기 바랍니다. 조합장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조합장을 하고 있었단 말입니까?"

 

 

 

4.

 

철거업체 선정계약은 어떻게 이루어지냐는 질문에

 

증인은 시공사가 선정하고 조합이 관리한다고 진술합니다.

 

그런데 모노에스엔에이와 새로이 용역계약을 체결한 이유에 대해 묻자

 

모노에스엔에이의 역할은 철거업무를 위해 정리를 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개발이익에 대한 질문에는 개발이익을 계산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는데요.

 

그러자 방청석이 술렁술렁하다가 야유의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판사님이 방청석에 한 마디 하십니다.

 

"지금 변호인들이 피고인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재판에 방해가 되는 행위는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계속되는 김인숙변호사님의 반대신문,

 

"모노에스엔에이와 착공일을 2007년 11월 1일로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처분인가는 2008년 5월로 되어 있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라는 질문에 증인은 입이 말라서 물이 필요하다고 말을 잠시 멈춥니다.

 

상황은 이렇지만, 사실 증인은 80세는 족히 되어 보이는 노인입니다.

 

쇠약해보이는 몸에 입까지 말라서 말도 못 이으시는 모습에 목이 메었습니다.

 

어쨌든, 53억이나 주고 용역계약을 체결한 이유를 묻자

 

증인은 한 번도 용역업체에게 돈을 지불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2007년 11월에 계약했는데, 1년이 넘도록 한 번도 지불한 적이 없냐는 질문에

 

철거비율로 지불하게 되는데, 철거된 부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없다고 대답합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공판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모쪼록 진실이 밝혀질 수 있기를,

 

아무도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처음 써보는 재판기록에 가벼운 마음으로 필기하다 보니

 

재판장에서 쓴 제 노트엔 판사님짱! 변호사님 멋져! 등등의 말 일색입니다ㅎㅎㅎㅎ

 

솔직히 판사님은 정말 멋졌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해 왔던, 30대 중후반의 중저음의 울림이 있는 목소리의 남자 어른-

 

앞으로 공판에 가는 날은 좀 신이 날 것도 같습니다^^


글_9기 인턴 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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