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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첫 재판 기록 & 참관기 (09.4.22)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09. 6. 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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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 '당신은 행운아'

 

오늘 용산 첫 공판기일에 다녀왔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반까지 장장 7시간 30분간 방청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봤습니다.

생전 처음인 법정입니다.

처음 마셔본 커피가 하필 에스프레소인 그런 느낌이랄까요.

오늘의 재판은 사건 자체는 물론, 법과 정의, 사법부의 현실 등의  진한 농축액이

목에 꿀꺽꿀꺽 타내렸던, 해서 뒷목이 뻣뻣해짐을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이례적으로 두시간을 훌쩍 넘긴, 그러나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도 모를만큼

강하고도 감동적인 변호인단의 '모두진술'이었습니다.

 

또 오후 '설마 그렇게야 하겠어'라는 예상을 뒤엎고

채택된 수백의 증거목록을  이례적으로 일일이 체크하는 재판부, 

몇 천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를 고지하느라 목이 터질것 같았던 검찰측,

그리고 그에 일일이 맞서 추가 고지를 요구한 변호인단 모두의

팽팽한 긴장감과 오기를 느낄 수 있었던 '서증조사' 시간은

'안봤으면 말을 말아야할' 인상적인 과정이었습니다.

 

옆에 앉아 같이 재판을 지켜봤던, 민변측 시보 혜령씨는

'이런 재판은 정말 특별한거에요, 행운아세요, 저는 연수원 동기들한테 자랑하려고요'

하면서 내심 감탄하더군요.

 

'정말 내가 행운아야?' 법의 법자도 모르는 저는 머리를 긁적이며

법의 법자를 알았을 때 지금을 기억하며 밀려올 감동을 놓치고 싶지 않아

직장 다닐때도 시도하지 않았던 '잠쫓기'에 열중하며,

민총을 다짜고짜 1회독 하는 막막한 기분으로 재판의 흐름을 마구 머리속에 집어넣었습니다.

 

2. 재판의 진행

 

(1) 모두진술 (10시 - 12시)

 

황희석 변호사 - "살기 위해 올라간 그곳에서 죽어 내려왔다"

 

첫 모두진술자인 황희석 변호사는 " '왜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갈 수 밖에 없었나'를 모르고서는

이 사건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과연 도심 테러집단,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는 떼잡이인가"라는 의문으로

모두진술을 시작했다.

 

그 첫째 이유는 지주와 시공사의 가공할만한 돈잔치를 위해 생계의 터전을 잃으며 극단적 빈곤에 몰리는 세입자들의

부조리한 현실을 초래하는 재개발 법률.

평당 8천만원을 호가하는 보상을 받는 지주들과, 1조가 넘는 이익을 얻는 시공사,

그리고 역시 50억이 넘는 이익을 가져가는 철거 용역업체의 막대한 개발 이익에 밀려 내쫓기는 것이 세입자의 현실이다.

이러한 이익을 챙겨가는 그들이 주는, 고작 3개월의 휴업 보상비를 받고 도시 빈민으로 쫓겨가야 하는, 그러한 협상안을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당신이라면 받아들이겠는가.

대체 상가 및 가수용 상가를 요구하는 것이 그러게 무리한 것인가. 청계천 개발 당시에서 알 수있듯

이는 받아들여진 적도 있는, 현실적인 요구이다. 이들이 떼잡이인가.

 

그 두번째 이유는 용역의 폭력.

용역은 강제 퇴거를 하더라도 법적인 절차에 맞게 해야한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욕설과 폭력을 동원해

사람들이 살고있는 곳을 그냥 밀어내는 용역의 행태를 당해낼 수가 없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저 쳐다봤다는 이유로' 폭력에 시달리는 철거민들을 누가 보호해줬는가. 

경찰? 철거민들의 항의에도 그들은 모른척했고, 방관했다.

철거 용역업체가 시공사와 체결한 계약에서

무작정 철거 완료일을 조건으로, 하루씩 지연될 때 마다 500만원의 지체 비용을 부담해야한다는 사실은

이들이 깡패짓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또 공사가 지연될 수록 막대한 금융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시공사의 현실에 이러한 계약의 배경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거민들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살기 위해 망루에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검찰이 말하는 법과 정의는 철거민들이 용역에 당할 때 어디 있었는가.

 

이어 이어진 故윤용현씨 아들의 편지는 방청석을 메운 철거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게했고,

변호인단의 목을 메이게 했다.

 

"우리 아버지를 함부로 말하지 말라"

비록 학교에서 지원을 받아 학교를 다녀야했던 형편이었지만, 부모님이 있기에 희망이 있었던 나에게

더이상 희망은 없다. 이제는 아버지가 없다.

'너만한 나이의 용역에게 얻어맞았다' 며 술을 마셨던 아버지는 '5일만 기다려달라'며

용산에서 쫓겨간 달동네에 그렇게 식구들을 남겨놓고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누가 아버지를 함부로 말하는가.

식당을 운영하며 작은 실수에 함부로 대했던 손님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고개를 조아렸던 아버지.

그런 평범한 아버지를 테러집단이라고 말하지 말아달라.

 

 

권영국 변호사 - "경찰의 공권력 행사, 적법하지 않았다"

 

두번째 모두진술자인 권영국 변호사는 사안별로 용산에 투입된 경찰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1) 조기진압은 과연 적절했나

 

검찰은 경찰 투입이 결정된 19일의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

19일 철거민들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 테러를 가한 것이 아니다.

화염병과 골프공 투척 등은 망루를 세우려는 철거민들을 향해 쏘아진

물대포에 대한 저항행위였다.

19일 망루가 다 세워진 이후, 경찰은 철수했고, 따라서 철거민의 공격행위도 잦아들었다.

그러나 19일 오후 7시 김석기 청장은 진압계획을 승인했다.

화염병이 난무했던 사진은, 검찰이 경찰특공대 투입 결정 배경으로 제시한 것이지만

실은 20일 새벽 이미 경찰이 투입 된 상황에서 대치했던 상황을 담은 것이다.

 

2) 꼭 경찰특공대를 투입해야했나

 

경찰 특공대는 어떤 집단인가. 올림픽 등에서 테러집단을 진압하기 위해 생긴 곳이다.

자연히 공격적인 진압 방식을 가졌고, 따라서 신중하게 투입이 결정됐어야 한다.

경찰 특공대는 시위를 시작한지 단 하루만에 투입돼 퇴로도 확보해주지 않은 채

밀폐된 공간에서 토끼몰이식 진압을 했으며, 망루 해체를 시도해 망루 중간이 꺼지게 했다.

또한 수차례 컨테이너로 망루를 쳤다.

 

3) 안전 조치 충분했나

 

망루 진압에 나선 경찰 특공대 대원들의 진술을 보면, 시너와 화염병 등 다량의 인화물질이

존재했음을 전혀 몰랐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시위자들의 안전을 도모하겠는가.

또 안전 매트리스는 건물 사면중 단 한곳에, 그것도 아주 미미하게 설치되어있다.

실제 건물에서 추락한 철거민은 불행히도 안전매트 반대쪽 방면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서졌다.

 

4) 경찰은 이미 화재를 예견했다

 

20일 1차 화재는 망루 밖으로 상당한 불꽃이 새어나갈만큼의 큰 화재였다.

이미 대형화재의 가능성이 예고된 셈이다. 이러한 위험을 인지했기 때문에 경찰병력이 철수한 것이다.

그러나 불과 10분만에 경찰은 이미 소진된 소화기조차 보충하지 않은채, 2차 진압에 나섰고, 이 때 망루가 전소됐다.

또한 유류화재에 물만 뿌려대 화재가 더 번지게했다.

게다가 망루 전체에 이미 불이 번졌을 때 무전 교신 기록을 보면 모두 빠져나왔냐는 질문에 '대원들이 다 나왔으니까

철거민도 나왔겠지'라는 무책임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덕우 변호사 -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야 되겠느냐"

 

 마지막 모두진술자인 이덕우 변호사는 '사람은 왜 살고, 왜 죽는가, 그 죽음에 대해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가'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이 사건의 의미를 설명했다.

 

재개발 과정에서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또한 재개발 철거 과정에서 사람이 사망한 것도 처음이 아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갈등은 반복되고 있다. 돈 없는 사람, 똑똑하지 못한 사람, 꽃남이 아닌 사람들 다 몰아내고

능력있는 부자들만 모여 살아야 되겠느냐. 재개발 과정에서 지주와 시공사의 돈잔치, 세입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해결할 수있는 법률이 만들어져야한다. 지금 이 재판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검찰은, 얼마전 정몽준의원에게

구형하지 않은 것 처럼, 얼마든지 피고인들에게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면 죄를 묻지 않을 수있다.

당신들이 이 사건을 시작하며 말했던 법과 정의는 무엇인가.

 

(2) 서증조사 (오후 2시-7시)

 

서증조사는 이례적으로 채택된 증거 전체를 고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사들은 주로 피고인이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져 화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과,

망루 제작에 전철연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강조하는 데 보탬이 될만한 진술과

증거들을 제시했다.

 

이에대해 변호인단은 망루안에 있던 철거민들은 아랫 건물에 있는 용역들이 두려워

나갈 수 없었던 사정, 화염병을 던지고 시너를 뿌린 것을 특정할 수 없다는 시사점을 주는

진술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추가 고지를 요구했다.

 

서증조사는 5권 6천 페이지를 마지막으로 중단됐으며, 다음 기일에 나머지 절반정도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3) 기록열람및 등사 이행에 대한 공방 (오후 7시 - 7시30분)

 

재판의 말미에 변호인단은 검찰이 기록 열람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미 재판부가 이행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뚜렷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하는 것이

재판의 진행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진압을 직접적으로 계획하고 지시했던 경찰의 수뇌부에 대해 검찰은 조사를 했으면서도

이를 내놓지 않고 있다. 실제 진압에 투입됐던 대원들은 결국 수뇌부가 지시한 대로 따른 것이다.

따라서 경찰 간부에 대한 조사를 내놓지 않으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쯤되면 검찰에 불리한 기록이라 내놓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다'

 

변호인단의 기록 압수수색 신청에 대해 재판부는

'이미 이행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에 나와있는 제재조치 (증거 채택 거부) 내에서

제재를 할 뿐이다. 압수수색은 직권사항이지 신청에 의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에 신청사항이

아닌 것은 알고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위해 다시한번 말씀드린다는 변호인단의 해명)

현재 압수수색은 생각지 않고 있다 더이상 이에 대해 논의하지 말자' 고 변호인단의 항의를 제지.

 

이에 대해 검찰측은 '착오가 있었다. 변호인단측이 원하는 자료에 대해 제대로 적시를 하지 않았다'고 답변.

또한 검찰측이 추가로 증인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변호인단측이 '그 해당인에 대한 자료마저 검찰이 주지 않았다'

며 항의하자 '그 증인에 관한 자료를 주겠다' 고 말함.

이에 '그렇게 편의적으로 자료를 주고 말고 하면 어떻게 재판이 되겠냐'고 변호인단이 항의하자

재판부는 '편의적으로 자료 열람 승인과 증인 신청을 할 수는 없다. 검찰은 다음 기일까지 기록 열람 승인의

뚜렷한 기준에 대해 마련해오라' 고 고지.

마지막에 재판부가 참여하는 현장검증 일정을 논의하다 검찰측이 현장 증거물 증거 채택을 현장검증 자리에서

하자고 제의. 재판부는 함께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테니 다시 검증일을 추후 논의하자고 밝힘.

 

 

3. 에필로그 - '여러분은 행운아'

 

서증 조사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지루함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해서 수업시간에 선생님 피해 만화책 보듯, 가지고온 책을 슬쩍슬쩍 보며 재판 기록을 했죠.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책이었는데, 읽던중 용산 사건에 대한 언급이 나오더군요.

'용산 사건 재판정에서 용산에 관한 대목을 읽다니 재밌네' 생각하며 그 부분을 옮겨봅니다.

 

'2009년 1월 용산 4지구 재개발 지역에서 벌어진 참극안 선한 사람도 악을 저지르게 만드는

악한 시스템의 부활을 예고했다. 사람이 여섯명이나 죽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대통령과 장관과 경찰청장의 입에서는 단한마디 진심어린 위로와 사과의 말도, 인간적 괴로움을

토로하는 한탄도 나오지 않았으며, 오로지 '법질서 확립'과 '떼법 근절'처럼 국민을 위협하는 말만이

서슬퍼런 칼처럼 난무했다. 그들은 '강자의 지배'를 '정의'와 동일시하고 국민주권 행사를 체제 전복

행위로 간주하는 사악한 체제를 복구하기 위해 경찰력과 최루탄으로 대한민국을 '포맷'하려 할 것이다.

 

고 윤용현씨의 아들의 편지에 그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 용역의 폭력과 방관하는 경찰, 폭행당하는

평범한 시민인 아버지, 그런 것은 학교에서 보지도 배우지도 못한 것들이라고.

같은날 동아일보에서는 '세살 준법 여든까지'라는 캠페인을 시작하며, '학생들의 준법 의식과

헌법 정신의 체화 교육이 빈곤'하다며 질타하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더군요.

과연 '법질서 확립'을 못하게 하는것은 '준법 정신의 부족' 때문일까요, '준법정신의 부족을 질타하는'

사람들의 정책이 빚어낸 현실 때문일까요.

지금의 현실에서 실정법을 위반한다는 것이 곧 악일까요. 준법은 곧 선일까요.

저는 차마 그 학생에게 그렇다고 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간극만큼 우리 사회는 불행한 것이겠죠.

 

하지만 위의 책 한대목을 인용하면서 우울한 마음을 달래고 싶습니다.

 

... 그러나 아무리 나쁜 시스템과 상황 속에서도 선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상황이 없다면

악한 시스템과 그것이 만드는 악한 상황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문명의 역사는 악한 시스템과

악한 상황이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다. 우리들의 일상적 생활공간에는 선을 행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악을 저지르는 사람만큼이나 평범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길이 없다. 악한 시스템이 만다는 악한 상황을 종식시키려면 선을 행하려는

의지를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손잡는 수밖에 없다.

 

'선을 행하는 사람들' - 앞으로 스무번이 족히 넘을듯한 길고 험난한 재판과정을 앞둔

용산사건의 열두명의 '선한' 변호인단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공감'의 '선한' 구성원들을요.

 

그들과 함께하는 '여러분'은 행운아겠죠?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리트 공부는 언제나 할까.. 그럼 이만 끝


글_9기 인턴 송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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