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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5주년 세미나] 후기. (9기 인턴 김현수)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09.06.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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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5월 25일.

에누리 없이 정확히 10주째 되는 날이다. 이곳과 인연을 시작한 게 말이다.

내가 서있는 이곳은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장.

 

일군의 무리가 테이블을 옮기고, 소책자를 펼쳐놓느라 바쁘다.

펼침막은 어디에 거는 게 좋을지, 사진은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다들 바쁜 와중에도 한 마디씩 거든다.

 


“사진은 올라오는 계단에서 바로 보이게 놓으면 좋겠어.”

“펼침막은 구겨지지 않게 잘 펴서 붙이고…….”

“그리고 소책자는 테이블 가운데에... 아니 아니, 거기 말고 저쪽~.”

 

   오후 1시 20분, 준비를 시작한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 10분 뒤, 드디어 세미나가 시작될 것이다.

세미나라고? 어떤 세미나? 규모도 제법 크고 사람도 꽤 많아 뵌다. 한 30여명 정도? 이쯤 되면 슬슬 궁금증이 커진다.

   이곳은 바로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5주년 기념 세미나’ 현장이다.

한 달 전부터 공감의 구성원과 인턴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5주년 기념 세미나와 후원행사는 그렇게 최종 스탠바이를 마쳤다.

 

 

[세미나 발제 - 3국의 공익법 활동과 ‘공감’]

 

   오후 1시 30분이 되자, 세미나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모두 자리를 잡았다. 회의장에는 각 테이블별로 4~5명씩 모두 50여명이 들어찼다. 세미나는 법조계 원로이신 한승헌 변호사와 조대현 세계한인변호사회 회장님의 축사로 시작했다.

   한승헌 변호사님은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의 공익활동은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하는 행위이다”라고 정의한 뒤, “이런 의미에서 공감의 활동은 종래 인권변호사들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을 담당하기 때문에 획기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감의 변호사 7명의 이름을 한명 한명씩 부르며, 격려의 박수를 유도했다.

   인턴으로서 행사 진행요원으로 참여한 나는 힘찬 박수소리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갈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하승수 제주대 교수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님(이하 황변호사)과 Patricia Goedde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이하 Goedde 교수), 필리핀 대안법률원조센터 Arnold F. de Vera 변호사님(이하 Vera 변호사)이 발제를 맡았다.

 


   ‘한국 공익법 운동의 성과와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한 황변호사님은 우리나라 공익법 운동의 역사를 간략하게 짚은 뒤, ‘공감’이 하나의 모델로서 조직, 활동, 재정, 홍보를 어떻게 전개하는지 설명했다. 아직 공익법 운동이 불완전하지만, 그러기에 앞으로 공감이 해야 할 일들이 많음을 재확인 했다. 진지한 분위기의 세미나였지만, 황 변호사님의 부드러운 미소는 나머지 발표자와 청중들의 긴장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이어 Goedde 교수님은 ‘미국 공익법 양상의 최근 경향과 딜레마’란 주제로 연단에 섰다. 과거에는 별개의 개념이었던 ‘법률구조’(legal aid)와 ‘프로보노’(Pro bono)가 지난 10년 간 확장을 거듭해 ‘로스쿨 프로그램’과 함께, 공익법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어 그는 “프로보노에 대한 변호사들의 관심이 늘고,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많은 로스쿨에서도 공공서비스나 프로보노와 관련한 프로그램들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공익법이 전문분야로 자리 잡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키워드와 사례제시로 이뤄진 교수님의 발제는 간결하면서도 명확했다. 중간에는 발제 내용을 중심으로 퀴즈를 냈는데, 청중들이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선 Vera 변호사님은 ‘필리핀에서의 공익법 활동에 관한 전망’을 이야기 했다. 그는 필리핀의 공익법 활동은 엄혹한 정치상황에 대응한 것이 시작이었고, ALG(Alternative Law Groups, Inc.)로 대표되는 필리핀 변호사 단체가 원주민, 노동자, 도시빈곤층과 노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역사를 설명했다. 또 ‘ALG의 활동범위가 어느 수준까지 확대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진행중임을 고백했다. 변호사님은 발제를 통해 국내 공익활동가들이 경청할 만한 문제의식을 몇 가지 던져 놓은 셈이었다.

   세 분의 발제가 진행되는 중에 세미나 참가자들은 각각의 주제에 집중하는 모습이었고, 일부는 자료집에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시민단체 관계자 분들과 법과대학 교수님, 그리고 공감의 OB 인턴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다들 관심있는 주제여서 그런지 사뭇 진지하면서도 생기있게 경청하고 있었다. 고개를 드니 어느 덧 시계는 3시를 가리켰다.

 

[세미나 토론 - 공감에 대한 조언과 비판]

 


   30여 분간 휴식을 취한 뒤,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세 분외에도 박경신 참여연대공익법센터장,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권연구소 ‘창’의 류은숙 활동가, 민변의 공익소송위원회 장유식 위원장, 그리고 김기덕 노동법률원 원장님이 함께 했다.

   토론은 김기덕 원장님의 날 선 발언으로 첫 포문을 열었다. 그는 공익법 개념이 법의 특정 분야가 아니라 ‘누구’를 대변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는 것을 보며, 그 의미가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법률가의 참여 확대가 공익법 활동의 실체를 왜곡할 수 있다는 언급도 했다. 또 ‘공감’처럼, 대형로펌과 기업의 재정지원을 받는 형태는 이들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감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날카롭게 집어낸 발언이었다.

   현장의 소중한 목소리도 있었다. 류은숙 활동가는 송사에서 활동가들이 변호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며 수동적인 객체가 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하며, 공익법 활동에서 근본적으로 변호사와 당사자(사회내 소수자)가 연대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 장유식 변호사는 민변 공익소송위원회의 공익 관련 활동을 정리했고, 김종철 교수와 박경신 교수는 공익법 운동이 사회변혁 운동으로서 지닌 가치를 강조하며,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선노력을 당부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선 각 분야의 전문가 분들은 공감에 격려와 충고를 잊지 않았다.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한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공감의 변호사들은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진지하게 듣고 수용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공감 변호사들이었다. 국내 최초 공익법운동을 전업으로 하는 변호사 단체로서 그동안 가져야 했던 부담감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있었을 게다. 하지만 구성원과 기부자, 활동가 분들의 사랑과 노력은 지난 5년을 기념하고 공감의 미래를 논하는 이 같은 자리를 만든 힘이다.

   공감 인턴으로서 약 한 달간 5주년 기념 세미나와 행사를 준비하면서 공감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실패 보다는 성공이, 좌절보다는 희망이 가득했던 시간이었기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세미나가 끝나고 본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일어섰다. 여기저기 인턴과 구성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린 살짝 눈을 맞춘 뒤 미소지었다. 그리고 각자 맡은 자리에서 준비를 시작했다. 역시 분주하다.

 

“식 후 공연 순서는 어떻게 되지?”

“이따 기부자들 오시면, 자료집이랑 잘 챙겨드리고……”

“테이블 세팅 다 됐는지 확인해줘~ 빠진 건 없지? 음. 잘 되어가는데?”

 

그렇게 우린 공감의 또 다른 한 페이지를 그려가고 있었다.



9기 인턴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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