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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술 모임] 첫번째 모임. Episode 4~6. (9기 인턴 김현수)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09. 6.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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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훈 변호사님과 책 모임을 한다는 말에, 내게 공감을 소개했던 친구는 그저 부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었다.

절친한 철학과 선배는 본인도 참여하고 싶다며 변호사님께 의중을 여쭤보라 했다. 그렇다. 변호사님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 난 꽤나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Episode 4. 조금은 어설플지라도...


    “사실 우리 사회는 운동가(더 정확하게는 ‘활동가’)나 노동자에 비해 일반적으로 지식인, 그리고 그 하나의 형태로 인정되는

     ‘글쟁이’들이 부당하게 높은 대접을 받는 병든 사회다.”(13page 1문단 中.)


 달옹이는 본문의 내용 중 특히 이 부분에 공감했다.

 서준식씨의 표현대로 하자면, ‘근육이 입이나 잔머리에 열등감을 느껴야 하는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이에 정변호사님은 지난 주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 강제실시’ 토론회에

  토론자로서 참석한 기억을 바탕으로 말을 받았다.


    “사실 그 문제에 대해 저는 전문가가 아니었어요. 토론자로서 적절치 않다는 거죠.

     단지 변호사라는 사회적 지위 때문에, 발언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또 그 발언의 영향력이 큰 것일 뿐.

     이 분야에서는 저보다 더 좋은 이야기를 할 분들이 많아요”


   조금은 어설프고, 덜 다듬어졌을지라도 현장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더 진실하고, 소중하며, 정확할 수 있기에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거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함께 잔을 들어 건배했다.

 적당히 불콰해진 우리는 밖이 어스름해 지는 것도 모른 채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와중에도 정호형은 몰카를 찍어댔고, 달옹이는 푸샘을 찾았으며, 난 고기를 뒤집었다.

  그리고 지혜씨의 얼굴색은 시종일관 변함없었다.

  

  참! 차혜령 변호사님은 옵저버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경청했다.

  약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모임에 함께 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쉽게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면서도

  푸른 배추잎 몇 장을 남겨 놓는 넉넉한 마음도 엿보았다.

 

 


Episode 5. 결론은 버킹검!!


   책을 거슬러 읽으라는 주문이 있었다. 첫 모임을 하기 전, 정변호사님이 주신 당부였다.

그래서 서준식씨의 생각을 최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으로 바라보려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셈이다.

달옹이는 저자와 정말 치열하게 싸웠단다. 반면 책에 순응하지도 거스르지도 않은 정호형은 여전히 몰카를 찍어댔다.



     서준식씨의 주장을 옮겨본다.

   “우리는 여러모로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 서유럽 자본주의사회에서 배양되고 기형적으로 자유권에 편중된 이른바 ‘보편적’ 인권 개념의 잣대를 북쪽 사회에 갖다 댄다면 그것은 경박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89page 2문단 中.)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옮겨본다.

   “인권은 보편적인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인권이란 가치가 정립되기까지 역사 속 수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다. 북한주민의 인권침해 상황을 비판하지 않고 예외로 둔다면, 인권의 보편성은 무너지게 된다. 결국 예외성이 보편성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내 말을 들은 정변호사님의 말을 옮겨본다.

   “물론 인권의 가치는 보편적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북한의 인권을 비판하면서 정작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자. 우리의 방식은 항상 그랬다. 경제제재를 가하고 식량공급을 중단했으며,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북한 주민에게 어떤 도움이 됐는가? 진정 그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는 방안이었나 의심해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제는 방법을 달리해야할 때가 아닐까 싶다”


  그래. 그렇다. 지금까지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의 행동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이제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때도 됐다.


   “하지만 달리 어떻게 해야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 참 어려운 문제야…….”

 정변호사님의 이 한마디에 술잔이 한번 더 돌았다.

 곧 잔에 남은 술은 비었고, 그 많던 삼겹살은 자취를 감췄다.

    

  자! 다먹었으니 이제 일어나야 할 때다.

 

  

    

Episode 6. ‘박’박사의 연애학 개론.


    자리를 옮겨 안국역 3번 출구 바로 앞에 자리한 호프집(‘뒤뜰아래’?)으로 갔다. 이 곳에서 우린 맥주 6000cc와 쥐포를 먹었다. 우선 강조할 게 있다. 아까부터 시종일관 얼굴색이 변치 않던 지혜양은 이때부터 더욱 속도를 올렸다. 뭐랄까? 마라토너 황영조 선수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일본의 모리시타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다, 40킬로미터 지점에서 전속력으로 스퍼트를 올려 금메달을 땄던...뭐.. 그런 느낌이랄까? 암튼 빨랐다. 얼굴은 멀쩡했고.



   정변호사님은 다음날 토론회 준비에 기고 글 마감까지 겹쳐, 잠시 후 자리를 떠났다.

   아쉬웠지만, 고이 보내드려야 했다.


  정변호사님이 가시자, 화제는 자연스레 신변잡기 적 이야기로 바뀌었다.

  이내 달옹이는 옛 애인을 생각하며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담배를 물었다.


   잠시 이를 지켜 본 지혜씨가 한 마디 한다. 연이은 '잔' 러쉬로 분위기를 주도해왔기에 그녀의 말엔 더욱 무게감이 실렸다.

    “오빠, 헤어진 얼마나 됐죠?”

    “한... 3 개월?”

    “에이~ 무슨 3개월~!”

    “알았어. 알았어. 이 사람들 참... 자. 따져보자.. 어. 그래. 6개월 좀 더 됐네..”


   달옹이의 말에 지혜씨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잠시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 했다.

   미간이 약간 찌푸려지는 듯 했으나, 이내 표정을 되찾고 말을 덧 붙였다.

  

    “오빠! 아직 멀었어요. 지금 6개월 정도 됐으니, 1년 반 정도는 더 있어야 잊을 수 있을 거에요!”

    “아이~ 지혜씨, 무슨 말 하는 거에요~”

   달옹이가 고개를 들었다.


    “아니에요. 오빠. 저를 믿어요. 지난 세월 제 임상실험 결과가 증명한답니다!  3년 정도 만났으면 이별의 상처를 치유하기에 6개월은 너무 짧을 수 있어요!  이별로 인한 강한 스트레스는 대뇌 부신피질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급감시켜, 몸 전체의 호르몬 밸런스를 무너뜨리게 된답니다. 면역체계도 이상이 있을 수 있구요... 한마디로 지금은 당연히 힘들다는거...ㅎ

     정 힘들다면, 한 1년 정도 됐을 때, 슬슬 다른 사람을 만나봐요. 그리고 CC는 힘든 거 알죠?...또~~~ 만약 이런 경우엔~~~~ 하물며 오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짧은 듯, 긴... 메시지였다.

 

     이야기가 끝나자 달옹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에 홀린 듯 했다.

   “알았어. 지혜씨..”

     그리고 아무말도 없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 둘을 쭉 지켜보던 정호형은 두말없이 그녀를 ‘연애학 박사’라 칭했다.

    한손으로는 학위를 수여하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 여전히 몰카를 찍어댔고...


  난 이미 아까부터 적색거성의 반열에 올라 연신 쥐포만 뜯었다. 시간은 벌써 열한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박’박사의 강의가 종료되자, 달옹은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역시 좋은 강의에 필받은 나와 정호형도 고마움을 표했다. 우리 남자 셋은 그걸로는 부족하다며, 술값을 계산했다.

  정호형이 몇 천원을 덜 냈다는 달옹의 귀엣말에 나는 잠시 흥분했으나,

   ‘박’박사가 그 모습을 보고 실망해, 다음 강의를 취소할까 두려워 그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모두를 위한 결단이었다.


  그렇게 우린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조금 아쉬웠지만 두 번째 ‘책과 술 모임’은 오늘보다 더 즐겁고, 유익할 거란 예감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오늘 먹은 술과 안주 만큼만, 한 뼘만.. 자랐으면...'하고..^^



9기 인턴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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