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된 막내고 해외유학을 준비하며, 이름은 푸른샘인데 그냥 푸샘으로 불러달라는 둥...
약간 혀 짧은 발음으로 약간 횡설수설, 어리버리..ㅋㅋ
머리위에 두건만 씌우면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연상케 하는 귀여운 외모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인턴생활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죠.
아무튼 무사히 OT를 마치고 본격적인 근무가 시작됐습니다.
인턴 3주차에 접어든 어제. 오랜만에 푸샘을 사무실에서 봤습니다. 전화를 받더군요.
“따르르르르응~~~”
푸샘이 말합니다.
“헉! 전화왔다. 어떡하지……?”
“따르르릉!!” 벨소리가 여전히 사무실에 울려퍼집니다.
약 2.5초 정도 머뭇거리던 푸샘이 수화기를 듭니다.
“공감입니다~아. 네.. 저.. 근데 차변호사님 안계신데여?”
"전화를 음청 재밌게 받네잉~"
차변호사님을 찾는 전화인가 봅니다. 당황한 푸샘은 사슴 같은 눈으로 우릴 쳐다봅니다.
“변호사님 메일주소를 묻는데여, 어떡해여. 잘 모르는데……”
피식 웃던 9기 인턴 ‘고’부장님이 한 마디 하십니다. 말 참 구수합니다.
“아~~ 푸새앰~~나중에 찾아보고 전화드린다고 해요옹~”
“아!. 네. 잘 몰르겠는데여, 찾아보고 다시 전화드릴게여. 안녕히 계세요~”
공손하고 예의바른 푸샘. 푸샘은 고 부장님 말을 참 잘 들었습니다.
그는 좀 당황한 듯 얼굴이 상기됐고, 동공이 꽤나 커져있더군요.
“아~~ 푸새앰~~ 전화를 음청 재밌게 받네잉~~”
고부장님이 한 마디 덧붙입니다. 부장님은 푸샘을 ‘신입사원’이라 칭했지요.
그러고 보니, 부장님의 취미는 ‘푸샘놀려대기’, 그리고 ‘인턴 관료화’인가 봅니다.
어제부로 남자 인턴들은 ‘이대리’, ‘위과장’, ‘최대리’로 불리고 있습니다. 전 부장님이 내일까지 시말서를 쓰라는군요.
이유는 부장님 개그에 화답하지 않아서 입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 푸샘의 전화 받는 모습은 영락없는 ‘막내’였습니다.
막내를 바라보는 우리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죠.
잠시 후 다시 전화벨이 울립니다. 이번엔 잘할 수 있을까요?
푸샘이 호흡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습니다.
“공.감. 입니다!”
말투가 똑 떨어집니다.
“헬로? 아. 암~ 쉬이즈 불라불라불라~~”
그의 입에서 속사포 같은 영어가 튀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사무실 내 인턴들 모두 고개를 들었습니다. 당연히 푸샘을 응시했죠.
“와~ 푸샘 영어 잘하네잉~ 야 어째 저래 잘한데.. 난 영어 잘하는 사람이 조트라~”
역시 고부장님입니다. 푸샘이 무척 부러운가 봅니다.
“암 저스트~ 고너~ 불라불라불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이어졌습니다. 좀 전과는 달리 푸샘은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점점 작아지던 목소리도 갈수록 커졌구요. 수화기를 내려놓자 만면에 미소를 짓는 푸샘. 자신감을 찾았습니다.
고부장님. 그에게 빠지다.
이 날로, 푸샘은 고부장님의 ‘워너비’가 됐습니다. 그리고 부장님은 인터넷으로 푸샘을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했죠.
스토커인줄 알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고부장님 독특합니다. 아니 이상합니다.ㅋ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푸샘의 이력이 꽤 특이하다는 거죠. ‘책’을 낸 작가이자, 인권 관련 봉사상을 받은, SAT만점을 받은 그리고 이렇게 ‘공감’에서 인권활동을 하고 있는... 제가 그 나이에 뭘 했나 생각해보니, 이건 뭐.. 부끄럽네요.
고부장님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사람 보는 감각이 있나봅니다. 푸샘의 순수한 열정을 알아본 것인지, 그냥 영어 잘해서 좋아한 건지는 모르지만, 암튼 고부장님은 푸샘을 매우 아끼게 됐습니다. 조만간 푸샘이 대리로 승진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쪼끔 불안합니다.
푸샘은 누구일까요? 어떤 사람일까요? 아직 그를 잘 모릅니다. 네이버를 통해본 정도 밖에는... 하지만, 살짝 웨이브를 넣어 내린 앞머리가 쑥쓰러워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서 순수함이 엿보이네요. 전화도, 자료조사도 서툴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이쁩니다.
그는 막내이기에 발전 가능성이 더욱 무한한, 공감의 기대주 아닐까요?
앞으로 남은 그의 활동상이 기대되네요. 아마 고부장님이 잘 챙겨주실 겁니다. 참. 푸샘에게 당부하나 할게요. 부장님 개그 재미없더라도 그냥 한번 웃어주세요~
이상 푸샘과 공감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럼.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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