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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선주의 이탈신고로 강제추방된 베트남선원들, 재입국해서 배 탄다

공감 소개/공지사항

by 장변 2015. 8. 2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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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의 이탈신고로 강제추방된 베트남선원들,

재입국해서 배 탄다

법원, “여수출입국의 강제퇴거처분 부당하다” 판결


“단지 사업장에서 무단이탈하였다는 사유만으로 곧바로 체류자격이 소멸하였다거나 

체류자격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

     베트남 선원들의 이야기

2013. 6. 11.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 송출회사에 보증금과 수수료로 도합 12,000달러를 지급하고서 손에 쥔 E-10 선원비자였다. 한국국적 원양어선을 포함하여 20년간 배를 탄 경력이 있어서 선원일은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도착 후 이틀간의 교육을 받고 바로 승선하였다. 일은 물론 힘들었다. 휴일도 없는 근무의 연속이었다. 2주간의 조업 후 항구에 들어오면 바로 배에서 내리고 임금을 지급받아 쉬는 한국선원들과 달리 배에 남아 다음 출항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일은 익숙해서 참을 수 있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배만 타면 끊이지 않은 폭행, 욕설과 인간 이하의 대우였다. 18개월간 한국 원양어선을 탈 때도 이러지 않았다. 선원들 중 가장 경험이 많은 축에 속하였음에도 말단 취급을 받았음은 물론, 한국 선원들이 선장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들어 기분이 나쁠 때 수시로 발로 차이거나 생선을 담은 나무통으로 머리를 맞아야 했다. 밥 먹을 때 한국 선원들이 먹다 남은 반찬으로 만족해야 했다. 선장이 같이 먹을 때 선장이 키우던 강아지보다 후순위였다. 한국 선원들은 밥을 남기기 일쑤였지만, 외국 선원은 밥을 더 달라고 하면 많이 먹는다고 구박을 들었다. 일도 노예처럼 시키고, 대우도 노예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월급마저 체불되었다. 첫 월급은 근무를 시작한지 2개월이 지난 2013. 8. 24.에야 지급받았다. 그것도 1개월치만 받았다. 열악한 조건에서 일은 일대로 시키면서 최소한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돈을 벌기 위해 참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했다. 선장에게도 말을 해보고, 선주에게도 요청해봤다. 수협에 전화해보고, 관리업체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늘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아지는 게 없었다. 결국 전화로는 안 되겠다 싶어 승선을 거부하고 직접 관리업체를 찾아갔다. 업체변경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근무처를 변경하려면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허가가 필요해서 외국인근로자지원단체 관계자, 관리업체 직원과 함께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선주가 이탈신고를 했으니 선주와 합의해서 이탈신고를 철회하기 전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선주는 “3년 근무, 법무부 벌금 본인부담, 이탈기간 월급 없음, 불평불만 없이 성실근무, 이탈시 송출회사에서 책임(하선 포함)”을 합의조건으로 제시했다. 아무런 개선의 약속도 없이 3년간의 강제노동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부산에 있는 관리업체 본사와 보령에 있는 대표 사무실 등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디 가든 다른 데로 가보라고 하거나 기다려달라는 말 뿐이었다.


결국 외국인근로자지원단체 관계자와 함께 다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가 봤지만, 담당 직원으로부터 합의기간이 지났으므로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관리업체 직원이 업체변경을 해주겠다 하며 따라오라고 해서 다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갔더니 그 자리에서 단속되었다.

이상의 내용은 2013. 10. 11.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여수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베트남 선원의 진술을 정리한 것이다. 불법적이고 부당한 처우에 대해 진정을 했다가 결국 본인만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추방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위 사건에서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체류허가 취소처분과 강제퇴거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와 함께 강제퇴거명령 집행의 정지를 구하는 신청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선원은 집행정지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나기도 전에 베트남으로 추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은 계속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1심, 항소심과 상고심은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외국인선원 근로감독 부재가 문제의 발단


어업은 열악하고 위험한 근무환경, 높은 노동강도로 한국인 선원 특히 부원으로 일할 선원을 구하기 어려워 외국선원들의 노동으로 겨우 지탱되고 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거액의 송출금을 내고 한국 어선을 타게 된 외국선원들은 체류하고 일을 하는 데도 허가가 필요한 신분으로 말미암아 불법적 처우에 최소한의 저항조차 하기 어려운 취약한 지위에 있다.


그렇다면 당국은 불법적 처우에 직면한 이주선원들에게 어떠한 선택지를 남겨놓고 있을까. 불법적이고 부당한 처우는 근로감독의 문제이지만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이주선원들에게 근로감독관에게 직접 진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근로감독관이 직접 나와서 조사를 하는 경우도 없다시피 하다. 이주선원들에게 유일하게 열려 있는 창구는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지정을 받아 어선 외국인선원 송입 및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업체의 담당자다. 관리업체는 고용주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여 고용주가 외국인선원 1인당 지급하는 관리수수료를 대가로 해당 외국인선원의 관리를 맡는다. 그런데 수협중앙회가 제정한 「어선외국인선원운용요령」에 따르면 관리업체는 외국인선원의 애로사항 파악 및 처리, 임금체불 실태 파악 및 해소, 외국인 선원과 고용주간 분쟁 발생시 경위 파악 및 해소, 외국인선원 관련 민․형사 사건 처리 및 수습, 외국인선원에 대한 고용주의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고소․고발, 외국인선원의 이탈 등 불법․부당행위 예방, 외국인선원의 이탈현황파악 및 이탈자 출국조치 등 공공의 영역까지 포괄하는 매우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공공기관에서 해야 하는 업무까지 떠맡고 있는 형국이다.


외국인선원의 근무처 변경도 관리업체의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위「어선외국인선원운용요령」에 따르면 관리업체는 외국인선원이 자신의 귀책이 아닌 사유로 근무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근무처변경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즉시 출국시켜야 한다. 즉, 사기업인 관리업체가 외국인선원의 귀책사유 유무를 판단해서 귀책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사업장변경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출국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관리업체는 공공기관이 아니고 고용주와 계약을 체결하여 수수료를 지급받는 관리업체가 위와 같은 업무를 투명하고 객관적 절차에 따라 수행할 것이라고 애당초 기대할 수 없다. 물론 공식적이거나 최종적인 판단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위 사건에서처럼 관리업체 직원이 선원의 사업장변경을 요청하였으나 출입국관리사무소가 거부를 하면 관리업체로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인권침해 사업주에게 가서 이탈신고 철회 합의하라던 여수출입국사무소


어쨌거나 위 사건에서 관리업체는 사업장 변경이 필요한 사안이라 판단하고 선원과 함께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갔다. 선원과 관리업체의 요청을 거부하고 오히려 선원을 강제퇴거시킨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처분에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우선, 선원이 폭행, 욕설과 임금체불 등을 호소하며(그 중 임금체불은 선주도 시인한 사항임) 근무처변경허가를 요청하였음에도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나아가, 선주의 소재불명(이탈)신고가 있었다는 이유로 이탈신고를 철회하도록 선주와 합의할 것을 종용했다. 불법적 처우를 호소하는 노동자에게 해당 사업장에 돌아가라고 종용한 것이다. 둘째, 선주의 신고는 말 그대로 일방적 신고일 뿐, 자기발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온 선원을 두고 소재불명이라 할 수 없다. 스스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왔을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로 연락이 가능하고, 관리업체와도 계속 연락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선주의 이탈신고를 근거로 선원이 소재불명이라 간주하고 공시송달로 9월 30일까지 출석하지 않으면 체류자격이 취소된다고 통보를 하고, 10월 1일 전산입력으로 체류자격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후, 영문도 모른 체 9월 30일 지나서 업체변경을 위해 다시 찾아온 선원을 그 자리에서 단속하여 강제퇴거명령을 하였다. 강제퇴거명령서를 보면 강제퇴거사유는 “법 제17조제1항”으로 제시되어 있다(「출입국관리법」제17조제1항: “외국인은 그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의 범위에서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문제가 되어서 강제퇴거명령을 받게 되었는지조차 설명되어 있지 않다.


1심 소송 진행 중 출입국관리사무소가 강제퇴거사유와 관련 내놓은 설명은 선원이 2013. 10. 1. 체류허가가 취소된 불법체류자가 되어 2013. 10. 11. 강제퇴거명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류허가 취소처분에 대해서는 전산입력으로 절차가 완료되었다고 할 뿐, 처분이 당사자에게 통보되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에 1심 법원은 체류허가 취소처분이 (처분으로서의 형식조차 갖추지 못하여) 부존재하고, 따라서 체류허가취소처분을 전제로 한 강제퇴거명령 역시 위법하므로 취소한다는 판결을 하였다.


항소심에 와서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강제퇴거명령이 체류자격 취소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원고의 선원활동 중단, 근무지이탈 자체가 체류자격의 범위를 넘어선 강제퇴거사유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항소심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여러 인정사실에 비추어 볼 때 강제퇴거명령이 체류자격 취소처분으로 체류자격이 취소되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원고에 대한 체류자격 취소처분이 존재한다거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의 체류자격 내지 체류허가가 취소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강제퇴거명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강제퇴거명령이 체류자격 취소처분과는 별개로, 원고가 사업장을 무단이탈함으로써 체류자격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적법하다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업장을 무단이탈한 데에서 더 나아가 허가받지 아니한 채 체류자격 외 활동을 하였다거나 근무처 변경 또는 다른 체류자격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것을 별론으로 하고, 원고가 단지 사업장에서 무단이탈하였다는 사유만으로 곧바로 체류자격이 소멸하였다거나 체류자격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유 없는 주장이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상고에 대해 심리를 속행할 사유가 없다고 보고 기각하였다.


위 사건에 대한 1심과 항소심 판결은 당사자에게 공시송달 등 어떠한 방식으로도 통지조차 하지 않은 처분은 처분으로 인정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특히, 항소심 판결은 근로제공이 중단되었다거나 사업주의 일방적 소재불명(이탈)신고가 있었다는 사유만으로 곧바로 체류자격의 범위를 벗어난 불법체류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체류자격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 강제퇴거처분을 하려면 강제로 퇴거할만한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 함을 명시한 것이다.


노동자에게 폭행과 욕설을 가하고 임금을 체불하는 등 법률과 근로계약으로 정한 근로조건을 위반하는 사업주에게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임이 분명하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임금체불을 비롯한 근로조건 위반행위가 형사처벌 대상 불법행위임에도「어선외국인선원운용요령」에서 업체변경을 위해 3개월 이상의 임금체불을 요구하는 등 업주들에게 임금을 2개월씩 연체해서 지급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공식적 제도에서 대놓고 근로기준법과 선원법 등 관련 법률을 무시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법정 근로조건을 “완화”해서 적용하는 것이 우리나라 법치의 현주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여수외국인보호소에 석 달이나 구금되었다가 억지로 강제추방당한 베트남선원들은 송출비용이었던 천이백만원에 달하는 빚과 억울함, 자포자기로 1년 반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법원 판결 후, 드디어 어제 아침(2015년 8월 26일) 한국에 재입국하였습니다. 새로 일할 업체가 정해지는 대로 다시금 선원으로 근무할 예정입니다.

끔찍한 기억은 이제 기억으로만 남기를, 새로운 배에서는 부디 어깨 펴고 당당히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외국인 선원제도 개선을 위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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