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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대방지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실천적과제 정책토론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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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 염전 장애인 노예 사건,’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일제의 주권 강탈 시절의 얘기도 아니고 군부 독재로 인해 민주주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던 7-80년대 일도 아니다. 이는 불과 작년, 2014년에 일어난 일이었고, 그 사실이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일명 ‘장차법’이 시행된 지 6년 째인 작년, 신안 염전에서는 보란 듯이 장애인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학대하고 임금을 착취하였다. 심지어 구제되어 세상으로 돌아왔던 일부 신안 염전 노예들은 사회에서 버림 받아 다시 염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장애인 학대 및 차별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은 과연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된 ‘장애인학대 방지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실천적 과제’ 정책토론회에 다녀왔다. 국회 민주주의와복지국가연구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는 조문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장의 사회와 함께 발제자 외 7명의 다양한 장애인 관련 인권 단체 및 복지부 관계자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토론회는 염전 사건에서 볼 수 있었던 장애인 학대 피해자에 대한 지원 정책의 취약성에 대해서 논의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장애인복지법 개정안과 안철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 인권침해 방지 및 권리옹호에 관한 법률’도 검토하였다. 그리고 개정안과 제정안에 포함되어 있는 장애인보호전문기관, 일명 권익옹호기관 위탁 방안과 설립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되었다. 많은 주제들 중에서도 장애인복지법에서의 Protection and Advisory (P&A) System, 권익옹호기관의 관리 및 감독을 공공기관에 위탁하느냐 아니면 민간기관에 위탁하느냐의 주제만이 너무 집중적으로 다루어져 아쉬움도 남았다.

 

  이동석 성공회 대학교 외래교수가 발제를 시작하며 ‘장차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2008년부터 2013년 까지 장애인 학대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대로 인해 피해를 받고, 이로 인해 지역사회에서의 삶이 어려워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현행 관련법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했다. 장애인 학대 방지 정책의 문제점으로 이교수는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이유를 들었다.

1. 장애인에 대한 학대의 개념 및 유형 등이 정리되어 있지 않다.

2. 장애인과 관련된 정확한 학대실태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3. 장애인학대가 발생했을 때 우선 지원할 수 있는 전달체계 및 의뢰체계가 미비하다.

4.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형법에만 의존하다 보니 도덕적으로 상당히 죄질이 나쁨에도 처벌 수준이 약한 경우가 많다.

5. 학대를 받은 장애인이 상담하거나 피해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절대적으 로 부족하다.

6. 확대를 예방할 수 있는 관련 정책이 전혀 없다.

 

  토론자들은 보완할 수 있는 구체적 지원 정책으로 재판과정에서의 피해자 지원 범위 확대를 자주 언급하였다. 현재는 장차법에 의해 장애인에게 형사사건에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많은 장애인 학대 및 인권침해 사건이 형사소송뿐만 아니라 민사소송까지 이어지고 있기에 민사사건에서도 사법기관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형사처벌에 만족하지 않고, 변호인단이 가해자와의 민사적인 합의 또는 손해배상소송 등을 진행해야 피해자에게 실효적인 법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를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법률전문가의 즉각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권익옹호기관에 최소 1명 이상의 변호사가 배치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장애인 복지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많았다.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차별, 따돌림, 괴롭힘, 재산권 침해 등 다양한 유형이 있으나 개정안은 학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장애인의 인권침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법 개정의 취지가 무엇이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바로 작년에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전반적 인권침해가 아닌 학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개정안을 추진한 의원실과 복지부는 장애인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장애인을 보호와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있어 부적절한 관점의 법 개정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피해를 받고 있는 당사자들만큼 인권침해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 없는 만큼 법 개정 시 당사자들의 시점 및 생각도 고려돼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권익옹호기관은 차별예방조치, 조사, 소송(대리), 구제조치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현재 개정안에는 장애인보호전문기관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장애계는 보호전문기관이라는 용어 대신 권익옹호기관으로 명칭을 바꿀 것을 주장하고 있다. 명칭보다 더 논란이 된 것은 권익옹호기관의 주관부서와 위탁기관을 어디로 선정하느냐의 문제였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은 권익옹호기관을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안철수 의원안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주관부서로 정하고 있다. 위탁을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개정안은 공공기관을, 안철수 의원안은 민간기관을 규정하고 있다. 우선 모든 토론자들이 주관부서를 국가인권위원회 보다는 보건복지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고 보건복지부의 협조를 통해서만이 피해자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가 학대 피해자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본 것이다. 위탁기관 선정에 관련해서도 대부분 토론자들은 위탁기관으로 민간기관이 적합하다는 의견이었다. 공공기관은 특성상 장애인 인권 침해 및 권리구제와 관련된 업무에 전혀 전문성이 없는 직원이 업무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성, 자율성, 경쟁성 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민간기관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주된 논지였다. 그러나 토론자로 참여한 보건복지부 소속 사무관은 권익옹호기관이 어느 기관에 위탁되어도 효율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며 다른 토론자들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은 우연이 아니다. 이번 정책토론회에 참석하면서 대한민국에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었다. 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과정에서도 장애인들의 기본권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정부 및 여러 단체들의 이해관계에 의해서 희생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곧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이 출범하고 다양한 인권침해까지 금지하는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학대방지법도 시행되겠지만, 장애인 차별이 곧바로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안 염전 사건 같은 불상사도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 토론회처럼,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인권 보호 제도의 취약성을 인정하며 제도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에, 상황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제도 및 인식 변화는 시간을 필요로 하기에, 조금 늦더라도 완전한 변화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글_남평 (공감 21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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