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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세미나 후기] 황필규변호사와 함께한 작은세미나 - 울타리 너머의 인권을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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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의 자원활동가가 되고 난 후, 공식일정은 공감 구성원들이 준비한 작은 세미나였다. 작은 세미나는 우리가 함께하게 된 공감이 어떤 일들을 해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들을 돕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귀로, 눈으로, 마음으로 전해 듣는 시간이었다. 호방한 웃음소리의 황필규 변호사와 함께한 작은 세미나는 나른한 봄기운을 이겨내고 즐겁고 유쾌하게 진행되었지만, 나누어야할 이야기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 다국적 기업의 인권문제

 

  다국적 기업은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자회사, 지사, 하도급 회사, 공장 등을 확보하고 생산과 판매에 있어서 국제적 규모가 되는 회사를 말한다. 수치만으로 보면 해외진출은 분명 국내 기업들이 높은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우리는 숫자 논리 안에 숨어있는 삶의 이야기들을 분명하게 살피고 짚어야 한다. 다국적 기업들의 성장 이면에는 선주민의 토지에 대한 권리, 아동·노예·강제 노동, 노동3권의 침해, 환경파괴 등의 문제들이 산재해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아동 노동에 관한 부분이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 세대이자 사회를 존속시켜나갈 희망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상상하고 배우며 성장해야 하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야한다. 그것이 모두를 온전히 살아가게끔 하는 기본이기에, 국제 사회는 UN아동권리협약을 만들고 지키며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다국적 기업은 이런 약속을 저버리고 아동이 건강하게 교육받고 자라날 권리를 침해하고, 무리한 노동을 강제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창출해내고 있다.

 

  놀랐던 것은 이러한 아동노동의 산물이 우리 주변에 매우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우 인터네셔널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입해오는 목화는 우즈벡 아이들의 손으로 수확된 것이다. 우즈벡은 수확시기가 되면 국가가 일괄적으로 휴교를 명령하고, 아이들에게 노동을 강제하고 있다. 수확 할당량(10~50kg)을 채우지 못하면 아이들은 야단을 맞거나 체벌을 당하지만 퇴학을 당할까봐 목화밭을 떠나지 못한다. 한국지폐공사는 그렇게 수입된 목화를 이용해서 우리가 이용하는 지폐를 만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우즈벡의 면화를 이용하여 만든 상품 수입을 중단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태다.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인권 침해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국제인권기준의 강제력과 집행력이 약하고, 이들을 규제하기 위한 각국의 국내법 적용도 해석의 논란과 적용 범위, 범죄능력과 처벌 기준 등의 혼란으로 인해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 탈북자 인권

 

 

  ‘탈북자가 자녀와 결혼해도 괜찮은가?’ 괜찮다(57.4)/ 괜찮지 않다(38.5%)

  ‘자녀의 교사가 탈북자라도 괜찮은가?’ 괜찮다(61.1%)/ 괜찮지 않다(33.9%)

 

   이 자료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이 질문을 다음과 같이 바꾸면 어떨까.

 

  ‘자녀가 전라도 사람과 결혼해도 괜찮은가?’,‘자녀의 교사가 경상도 사람이어도 괜찮은가?’

 

   전자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탈북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열려있는 것 같다고 느끼기 쉽지만, 후자에 대해서는 왜 전라도와 경상도를 구분해서 질문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반감이 든다. 그만큼 우리는 탈북자와 우리를 가르는 것에는 익숙하다. 그들을 우리 공동체 안에 끌어안지 못하고 타자로 여기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2014년 기준 탈북자의 수는 27,253명이다. 보호신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게 된 탈북자들은 중앙합동신문센터를 거치게 된다. 합동신문센터는 탈북자들의 보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는 곳이다. 그러나 그 조사과정이 보호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인지, 간첩을 걸러내기 위한 신문과정인지 모호하고, 헌법에 명시된 진술거부권,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 등의 기본권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센터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에도 단서조항이 많아 사실상 조사 기간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고,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적인 인권침해가 상당하다.

 

  합동신문의 인권침해 행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탈북 주민들의 국내정착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동등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적법절차의 원리에 근거한 조사과정이 수행되도록 엄격한 견제가 수반되어야 하며, 여성, 아동, 노약자들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이루어져야한다.

 

  합동신문센터의 문제를 들으며 부끄러웠던 것은 그들이 북한을 탈출하는 것은 생사의 고비를 넘는 일이라 감히 짐작하고 연민을 가지면서, 하나원에 들어가고 한국 사회에 발 딛을 때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할 어려움과 고통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다. 합동신문이라는 곳도 처음 알았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인간 존엄의 파괴 행위도 알지 못했다. 존재를 몰랐으니,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모름은 자의가 아니더라도 슬픔과 고통에 대한 방관을 낳는다. 그래서 더 많이 관심 가져야 하고, 알아야 한다.

 

 

# 입양

  

  세 번째로 나눈 이야기는 입양에 관한 것이었다. 입양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아직도 벗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입양 문제는 더 이상 새롭거나 충격적인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어떤 문제보다도 심각하고 곪아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외면해서는 안 된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입양특례법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조차 제대로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부모들은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아이들을 포기하고, 다수의 아이들이 한국이 아닌 외국에 입양되었다. 특히 베이비박스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세미나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베이비 박스를 인정하는 것 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이 해체되지 않도록 보호해줄 법적, 사회적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 변호사가 주로 맡고 있는 다국적 기업, 탈북자, 입양이라는 세 가지 주제들은 다소 상이한 이야기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초국가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초국가적 인권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에 의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그들의 삶이 그럴 수밖에 없도록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품을 구매하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이 합동신문센터에 감금되고 최소한의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 상태로 방치되는 것은 우리가 그러한 곳이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이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 해외로 입양되는 것은 우리가 그들의 삶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주체는 명확하지 않은 국제라는 모호한 무대에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분명한 신념과 믿음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황필규 변호사는 우리에게 사안보다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한다라는 신념과 희망을 변론하는 일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믿음을 가지고 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P.S 그리고, 세월호

 

  416,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 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학교를 가려고 집에서 나와 작은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도서관 자리에 앉았다. 해가 뜨지 않은 날이어서 어두웠고 침침했다. 인터넷 뉴스를 확인하며 속보를 보았고, 사고가 났으나 모두가 구출되었다는 말에 안도의 숨을 쉬며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다 했다. 그런데, 그 이후 일 년이 지나도록 돌아온 사람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쉽지 않은 싸움에서 무얼 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길고 끈질기게 직시하고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있다. 그리고 그래야 함을 끊임없이 기억해야하는, 세월호는 그런 사건이다.

 

  공감에서 함께하는 동안, 우리가 같이 고민하고 직시하며 포기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그래서 배제되고 타자화된 모든 사각지대에 공명하고 있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글_박신혜(공감 21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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