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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세미나 후기]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과 호모포비아(Homophobia) -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중심으로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5. 3. 1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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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성소수자 인권과 호모포비아(Homophobia)

-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중심으로

 

 

  21기 자원 활동가들이 처음으로 참여하는 작은 세미나의 후기를 적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세미나에선 성 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다양하고 중요한 이슈를 다뤘는데, 특히, 최근에 가장 큰 이슈였던 ‘서울시민 인권헌장’의 제정 과정을 큰 중심점으로 잡고 진행되었다.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얘기하기에 앞서 ‘UN 6대 국제인권규약’에 LGBT를 위한 조항이 포함돼 있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해서, UN의 인권을 위한 노력, LGBT 인정의 3가지 단계, 국제인권규범에서 말하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의 정의, 1969년 뉴욕 스톤월 항쟁의 의의, 그리고 최근 들어 늘어난 해외 유명인들의 커밍아웃 사례를 살피는 등 다양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의 현주소는 어떨까?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중'

 

  위 그림을 보면, 47.9%의 LGBT들이 중요한 사람에게 조차도 아무에게도 커밍아웃을 하지 않거나 혹은 극히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만 커밍아웃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커밍아웃의 대상이 직장동료가 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약 81%의 LGBT들이 직장에서 누구에게도 커밍아웃을 하지 않거나,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자료만 봐도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듯 성소수자들이 고립된 한국에서도 성소수자들의 인권증진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와 노력들이 좌절된 순간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2007년에 입법 예고까지 되었으나, ‘성적 지향’ 문항을 놓고 기독교 단체가 중심이 되어 반대한 끝에 폐기된 ‘차별금지법’을 들 수 있다.

 

  차별금지법 폐기를 비롯한 여러 좌절 속에도 또 한 차례 희망찬 움직임이 있었다. 바로 2014년 8월부터 약 4개월간, 다양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서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서울시민 인권헌장’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불행한 데자뷰일까? ‘서울시민 인권헌장’은 2014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선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일방적인 반대로 사실상 폐기되고 말았다. 2007년에 폐기된 차별금지법과 비슷하게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한 때 인권변호사였고, 성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지지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독교 단체 앞에서 “동성애를 지지 하지 않는다.”라는 식의 발언을 했고, 이 발언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인권증진을 위해 있었던 노력들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과도 같았다. 성소수자들 단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순된 태도에 분노하고, 행동했다.

 

서울시청 무지개 점거 농성에 대한 후기 1

서울시청 무지개 점거 농성에 대한 후기 2

 

 

 

  2014년 12월 10일, 서울시민 인권헌장이 선포됐어야 할 바로 그 날, 박원순 시장은 성소수자 단체와 면담을 갖고 서울시민 인권헌장의 선언이 무산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 사과로 일단 농성은 다음날인 11일에 마무리 되었지만, 서울시민 인권헌장이 사실상 무산되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2007년 차별금지법, 2014년 서울시민 인권헌장은 모두 성소수자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가 큰 이유가 되어 무산되고 말았다. 왜 이리도 한국 사람들은 ‘성소수자’를 미워하는 것일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첫째로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이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위 그림을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는 ‘주변의 LGBT 지인이 있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성소수자가 다른 나라의 성소수자들보다 그 비율이 적은 것일까? 위에 첫번째 그림을 이 자료에 대입해보면 한국의 성소수자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적은 것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수의 LGBT들이 커밍아웃을 하는 데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GBT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LGBT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상상력을 더해 더욱 커져가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LGBT들은 자신의 존재를 절대 사람들에게 말할 수가 없다.

 

  둘째로, 한국 사회의 기독교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단체는 구약성서의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를 주로 언급하는데,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한 이유는 동성애로 인해 신의 징벌을 받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그 논리다. 또한, 레위기 18장에서도 동성 간의 동침을 금지하는 듯이 보이는 구절(레위기 18:22 - 너는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이 있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성경 구절들의 해석을 이유로 LGBT들을 죄인 혹은 치료받아야할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셋째로, 한국 사회에서 성적인 것을 터부(Taboo)시 하는 것도 큰 원인이 된다. 앞서 설명했듯,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성경에서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한 이유가 동성애 때문이고, 성적으로 타락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고의 기저에는 동성애를 성적인 것과 결부시키는 가정이 깔려있다. 그들의 머리에서는 동성애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드는 생각은 ‘항문 성교’인 것 같다. 항문 성교는 비정상적인 성교라서 에이즈를 비롯한 각종 질병을 불러올 것이고, 각종 질병들을 치료하기 위해선 많은 세금이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 그 주된 논리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증진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 호모포비아(Homophobia)들의 반대를 뚫지 않고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증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호모포비아의 중심이 되는 보수 기독교단체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폐기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동성애를 지지 하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도 보수 기독교단체의 입김 때문일 것이다. 이에 맞서 동성애 혐오에 대해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들과의 협력하고, 동성애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이미지가 성적인 것과 결부되는 프레임을 바꾸고, 마지막으로 LGBT들이 지금보다 더 익숙해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동성애자의 인권증진을 위한 그 길일 것이다.

 

   제 2의 ‘차별금지법’, ‘서울시민 인권헌장’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공감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



글 _ 정다훈(공감 21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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