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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활동가 후기]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한 또 다른 첫 발걸음 - 조동완 (20기 자원활동가)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동-감 2015. 3. 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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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월 30일

 

  마지막으로 출근한 날이면서, 공감 20기로서의 시간이 멈춘 날이기도 하다. 이제는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게 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억지로라도 그 시곗바늘을 되돌려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야속하게도 시곗바늘은 제 갈 길을 찾아 돌고 또 돌았다. 평소에는 그리도 쉴 틈 없이 울려대던 전화기는 꿀이라도 먹었는지 벙어리마냥 울지도 않고 점잖게 있었고, 주인 없는 자리에는 정신없이 널브러진 종이 한 장 없었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던 공감 사무실에 울려 퍼진 소리라고는 묵직한 타자 소리와 시곗바늘의 매정한 딸깍거림 밖에 없었다. 딱 한 주 전만 하더라도 사무실은 북적였고, 시곗바늘 소리 따위는 20기들 서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웃는 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기어이 비집고 들어와 전화기가 받으라며 보챌 때면, 이야기하다 말고 ‘네, 공감입니다.’ 하며 수화기를 달랬었다. 그랬던 공감 사무실의 풍경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사무실에 앉아있는 내내 휑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싸늘함을 달래어줄 따뜻한 차 한 잔을 떠다놓고 반 년 전부터 돌이켜보았다.

  20기들이 모였던 오리엔테이션 때의 기억이 제일 먼저 창문 너머에 나타났다. 서로 어색해하면서도 발표 준비로 여념이 없는 모습들. 그때는 서로 서먹했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들었을 때쯤 창문 너머엔 처음 출근했던 날의 기억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로 쭈뼛거리며 인사를 하던 모습을 보고 민망함에 애꿎은 차만 계속 홀짝였다. 그러든지 말든지 기억을 비춰주는 영사기는 묵묵히 다음 기억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을 햇빛이 유난히 강하던 날 노원에서 경비원분들에게 전단지를 돌리던 기억,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에서 일어났던 분신사건 자료를 모으고 서툰 법리를 구성해보던 기억들이 창문 너머에 아른거렸다.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최규석 작가의 강의를 듣던 기억이 떠올랐고, 다른 20기들과 함께 인권위에서 주관한 UNDP 협약 관련 토론회에도 참석했던 기억도 눈앞에서 어른거리다 사라졌다. 정독도서관에서 박래군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추위에 떨던 기억도 스쳐지나갔고, 대한문 앞에서 서울시 인권헌장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을 포함시키라는 목소리에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었던 기억도 잠시 얼굴을 내비쳤었다. 그 외에도 많은 기억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홈커밍데이에 필요한 동영상 제작을 돕던 기억과 그 날 퀴즈 사회를 보던 풍경이 지나간 것을 마지막으로, 영사기는 요란한 전화소리를 내면서 꺼졌다.

 

석양

 

  하루 종일 얌전하다가 마치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것처럼 큰 소리를 내던 전화기를 달래고 나니 어느덧 해는 저물어 있었다. 기억들을 보여주던 영사기가 돌아갈 때만 해도 창문 너머 단아한 모습을 보여주던 창덕궁은 어둠에 가려 그 모습을 감추었다. 그 어둠이 세상에 완전히 짙게 깔렸을 때 시계는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어렵게 떼어 사무실의 문을 나섰던 그 때. 시간은 멈췄다.

 

희망을 그리는 길, 공감.

 

  5개월 동안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보냈던 이곳을 떠난다니 서운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떠남은 희망을 그리는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한 또 다른 첫 발걸음. 공감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과 아름다운 가치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제공해 준 공감에 대한 고마움을 가슴에 안고, 이제 한 발짝 더 세상과 ‘공감’하기 위해 문을 열고 나선다.

 

글_조동완(20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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