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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야마에서 일본을 바꾸는 변호사들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09.01.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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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야마에서 일본을 바꾸는 변호사들
 


한 달간의 인턴활동을 위해 건너간 오카야마는 나에겐 낯선 곳이었다. 일본이라면 익숙한 곳이 많지만, 오카야마는 들어본 적조차 없는 도시였다. 그러나 한 달의 시간을 통해 알게 된 오카야마는 일본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조용하면서도 역동적인 도시였다. 겨울에도 영상 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오카야마. 그 따스함은 사회를 향한 변호사들의 뜨거운 마음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300일 규정’소송 관련 기자회견>


「오카야마 퍼블릭 법률 사무소」에서 처음으로 받은 국제 인턴이었기 때문인지, 준비된 일들이 굉장히 많고 스케줄도 빡빡했다. 의미 있고 중요했던 일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했던 일은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제도와 개정형사소송법을 일본 변호사 연합회에서 발표하고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는 일이었다. 일본은 특히 현재 배심제도의 도입을 앞두고, 얼마 전 국민참여재판제도를 시작한 한국의 사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또한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한 관심도 상당했다. 이에 대하여 변호사 협회에서 한국의 사례를 발표하고 질의응답과 토론을 통해서 서로 많은 것을 배우는 유용한 시간을 가졌다. 다음날 NHK 뉴스에 발표회 소식이 3차례나 방송될 만큼 이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상당했다. 실제로 오카야마 사무소의 사카 변호사님은 ‘300일 규정’관련 기자회견이 한 번 밖에 방송되지 않은 것에 비하면, 대단한 관심이라는 말씀도 해 주셨다. 그만큼 일본 사회에서 국민의 사법참여와 인권 보호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무언가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보람을 느낀 것에 더하여, 이러한 일본 언론의 반응과 일본 변호사 연합회의 적극적인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일본 변호사 연합회는 배심원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변호를 하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뭐랄까 국민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는 배심제의 도입을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오카야마의 변호사들은 불합리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큰 열의를 갖고 있었다.
 



일본 전역에도 많은 공익 변호사들이 있지만, 특히 오카야마에는 그 중에서도 성공적인 공익 법률 사무소로 평가받는 「오카야마 퍼블릭 법률 사무소」소속 변호사들을 비롯하여 많은 공익 변호사들이 있었다. 이분들과 나눈 많은 대화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본의 많은 변호사들이 한국 사회의 역동성과 사회 참여 의식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촛불 집회나 온라인을 통한 국민의 사회 참여가 향후 한국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다. 또한 그러한 참여 의식이 부족한 일본 청년층에 대한 걱정과 함께 한국인들에게서 그런 의식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거울을 통해서 날 바라보는 기분. 분명히 우리 얘기인데 우리 이야기처럼 안 들리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 역시 그분들을 통해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 고정관념을 바꿔주었다.


이는 ‘공익형 법률가’로서 변호사를 해나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정관념이었다. 한국에서 공익 변호사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제한된 경제적 여건과 외로운 소송업무를 감당해내야 하는 숙명을 지닌 일로 비춰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연간 천명이 넘는 변호사를 양성하고 있는 현재에도 인권의 확립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변호사가 항상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일본에서도 늘어나는 변호사 수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변호사 연봉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고, 인권을 위한 공익 변호사는 점점 줄어들어 변호사의 공적기능은 더 발휘되기 힘들어 질 것이라는 것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변호사 연합회는 제도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려 하고 있었다. 
 


일본 변호사 연합회는 현재 일본의 모든 변호사에게 월 2000엔 씩 기부금을 받아서 공익 목적의 사무소를 개설하는데 사용하면서, 변호사가 부족한 지역(과소지)으로의 변호사 파견을 위해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는 히마와리(‘해바라기’의 일본어) 법률 사무소로서, 사무소의 운영과 임금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고, 수임료를 납부하기가 어려운 의뢰인을 위해 이를 할인하거나 대신 납부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변호사 연합회는 히마와리 법률 사무소를 운영하다 적자가 날 시에는 사무소의 모든 운영비와 급료까지 대신 지불해주기하며 공익 법률 사무소의 설립과 운영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었다. 한국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익 법률 사무소를 운영하거나 개설한다고 해도 일반적인 수준의 변호사로서의 급료(5만엔 정도)수준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공익 법률 사무소는 물론 변호사의 희생정신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곳에서는 제도적으로 공익 법률 사무소를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오히려 보장된 급료를 제공함으로써 공익적 법률 서비스 개시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현재는 오히려 이러한 히마와리 사무소에 대한 지원 경쟁률이 높아져 해당 변호사를 선발하고 있을 정도로 공익 법률 사무소가 광역화되는 초입에 와있는 시점이었다. 이것은 모든 일본 변호사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사람들은 누구나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과, 변호사는 공적인 목적으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공감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본의 제도와 변호사 협회의 움직임을 들으면서, 과연 우리의 변호사 사회에서도 이러한 공적 기여의지가 발현되고 있는지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변호사가 되기 위해 사법고시나 로스쿨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고, 이제 변호사 연간 2000명 양성을 문전에 두고 있다. 이즈음 우리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배워야 할 것 같다. 과연 늘어나는 변호사로 인해 변호사 시장자체가 위기에 빠져야 하는지, 제도적인 시스템 마련과 지원으로, 그것을 공익형 법률 사무소 개설 및 공익 변호사 양성으로 승화시켜 질적 발전을 창출해야 하는지를 그려볼 때이다. 
 


일본의 ‘아이타니 켄지로’라는 소설가는 태양의 아이라는 말을 즐겨 썼다. 생물은 모두가 태양 아래에서 태어나 태양 아래에서 자란다는 의미에서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동일하게 태양의 아이라는 의미. 법도 같은 의미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는 법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변호사가 필요한 모든 사람 주위에는 변호사가 가까이 있어야하며, 그것이 인권을 위한 일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오카야마에서 본 변호사들에게서는 그런 의식을 실현하려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오카야마에서 본 일본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었고 오카야마를 따뜻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우리사회를 어떤 쪽으로 키워갈 지는 우리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오카야마에서 느낀 따스한 바람을 느낄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글_김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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