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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인권법캠프 후기] 공감 캠프라고 쓰고 힐링캠프라고 읽는다 - 곽예신

공감이 하는 일/공감 인권법 캠프

by 동-감 2015. 2. 2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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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2015년 7기로 입학하는 곽예신입니다. 자세한 서술에 앞서 이번 제8회 공감 인권법 캠프에 참여하였던 경험은 아마 제 인생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가 될 것임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별한 양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후기를 작성하였으니 편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저는 공감 인권법 캠프에 대한 공지를 너무 늦게 읽었습니다. 이미 모집기간이 지난 후에서야 글을 읽었고 부랴부랴 신청서를 작성하여 메일로 보냈습니다. 신청서에 있는 항목들은 모두 高퀄리티를 추구했음은 물론, 메일에서 담당자 분께 사정하고 부탁드리는 일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겨우 겨우 인권법 캠프에 합류할 수 있게 된 저는 우선 9만원이라는 가격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1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숙소와 식사, 그리고 프로그램을 모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법학전문대학원의 지나치게 높은 등록금 때문에 버거웠음에도 불구하고 큰 부담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6조에 배정을 받았습니다. 다행히도 6조에는 서로 아는 사람도, 제가 아는 사람도 없었기에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최대한 공통분모를 제거하고 조를 편성했다는 느낌이 들어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저희는 나이 분포도 다양했기에 자연스럽게 서열(?)이 정해졌고, 나이가 딱 중간에 위치한 저는 조장이 되어 조원분들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주로 강연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징역형을 받았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강사,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해 강연하는 변호사, 공감 인권법 캠프에서만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다면 마지막엔 언제나 감명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후기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은 말만 쓰는 것은 오히려 독이라고 생각하여 다소 가감없이 말씀을 드리자면, 우선 강연이 상당히 많고 쉴 틈이 없습니다. 술자리에서 안주 먹을 시간이 없는 것보다 더 시간이 없었습니다. 강연 중간 중간에 학생들이 참여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 중 하나입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바로 밥이 금방 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식당에서 식사 후 2시간이면 바로 배가 고팠습니다. 제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스운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식사가 적절하지 못하다면 체력 저하로 인해 강연과 참여에서 매우 소극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저는 강연에서의 참여 기회 부족, 강연 스케줄의 팍팍함, 그리고 식사의 포만감 부족을 모두 연결하여 캠프에서 다소 아쉬운 점으로 꼽고 싶습니다. 물론 물적 인적 시적 제한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였기에 불가피했다는 점에도 충분히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 외의 시설이나 다른 측면에서는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방이 굉장히 넓고 따뜻했으며 술과 안주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역시 사람들이 좋았습니다. 참여자들도 좋았지만, 역시 변호사님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들은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순박하고 꾸밈없이, 하지만 어린 저희에게 예의를 지키시며 설명해주시던 변호사님들의 말투와 표정, 그리고 대화 내용들이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술자리에서 마주했던 변호사님들로부터 굉장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 감동은 잠깐이었습니다. 곧바로 참여자들과의 즐거운 술자리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아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진지한 얘기와 막무가내 드립이 오고가는 전쟁터였습니다. 그렇지만 술자리에서 누구하나 실수하는 사람들은 없었고, 교양 없이 상대방을 무시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나 손쉽게 친해지고 어울렸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인권이라는 공감대를 이미 형성한 상태로 이 캠프에 참여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이미 통하는 바가 있는 친구이고 선배이고 후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있었던 술자리 중에서 가장 재밌었고 가장 의미 있었고, 가장 가슴이 뜨거워지던 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다음 날을 생각하지 못하고 술을 마신 것은 물론 실수였습니다. 다음 날은 더욱 강도가 높은 일정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연극을 해야 했습니다. 이날의 묘미는 바로 이 연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6조는 빈곤과 복지 파트를 주제로 하여 노인을 위한 복지제도의 모순을 연극으로 표현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할아버지를 맡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메소드 연기’라는 평가까지 받으며 다들 너무 띄워주셔서 잠시 제가 진짜 배우라고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갑자기 자랑을 해서 죄송합니다만, 이 연극이 저는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라며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실제로 여기 계신 분들에게 실제 노인의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소외를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님까지 칭찬을 계속해서 해주셨기에 개인적으로 너무 만족스러웠지만 한편으로 저희 조의 주제의식에 저의 오바스러운 연기에 묻혔다는 생각에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고 있던 인권에 관한 문제의식을 말과 글이 아닌 이야기로 보여주는 기회가 있었기에 정말 값진 경험이었으며, 대부분의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은 아마 이런 기회조차 갖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 캠프 여러분들에게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연극으로 인해 허리디스크가 재발했음에도 말입니다.

 

  마지막 일정은 1년 뒤의 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였습니다. 저는 정말 감상적으로 편지를 썼고, 이 글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땐 정말 아주 창피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감정에 젖었습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대화를 걸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생각보다 제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었고, 제 스스로에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으며, 예상보다도 훨씬 생각이 깊고 미래를 밝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보다 많은 가능성과 걱정을 담아 1년 뒤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마무리하면서, 역설적이게도 저는 이미 이 편지를 쓴 사람도, 받을 사람도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편지 자체가 제 인생의 변수로 자리 잡을 줄은 몰랐으니까요.

 

  여기서 만난 사람들을 우연이라고 칭해야 할 것인지 필연이라고 칭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어떤 영향도 없이 만났지만, 모두 인권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해서 공감 캠프라는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주아주아주 까다로운 우연인 운명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운명으로 만난 사람들이기에 더욱 더 소중하게 이 인연을 이어갈까 합니다.

 

  맞춤법도 문제가 많고 글도 조리가 없었음에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 캠프는 아까 말했던 아쉬웠던 점을 제외하면 가성비 최고의 캠프입니다. 공감 캠프, 라고 쓰고 힐링 캠프라고 읽는다. 입시준비로 지치고, 힘들어하던 우리에게 최고의 힐링의 기회였습니다.

 

글_곽예신(캠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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