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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활동가 후기]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맞선 서울시청 무지개 점거농성 참여 후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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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동안 서울시청 무지개 점거농성에 참여했던 장지원 공감 자원활동가의 후기입니다. 1부와 2부로 올립니다. 


2014년 8월 6일 - 서울시민 인권헌장제정 시민위원 위촉식(시민위원 150인, 전문위원 30인)

11월 20일 - 서울시민 인권헌장 공청회 파행(혐오 발언 및 폭행)

11월 28일 - 인권헌장제정 제6차 시민위원회 인권헌장 확정

            - 박원순 시장 서울시 인권헌장 거부 및 언론 왜곡 보도

12월 1일 - 인권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12월 2일 - 기독신문, "박원순 시장 "시민인권헌장 논란 죄송""

          -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과정, 서울시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긴급 진단 토론회

12월 6일 -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맞서 서울시청 무지개 점거농성에 돌입하며


농성 1일차


  2014년 12월 6일 오전 11시에 40여 명이 서울시청에 조별로 들어가 각기 맡은 위치에서 대기하였다. 나는 처음이라 조금 긴장이 되었다. "모여 주십시오!"라는 외침에 점거 농성 대열을 만들었다. 우리는 시청사에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이다'라고 적힌 무지개 현수막을 걸고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맞선 서울시청 무지개 점거농성에 돌입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과와 면담, 혐오폭력에 대한 법적 조치와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를 요구했다. 시청 관계자와 청원경찰은 2층에 건 무지개 현수막을 내리려 하였고, 우리는 무지개가 우리들의 자긍심이니 내리지 말라고 외쳤다. 1층에 있던 점거 농성 대오는 자리를 지키며, 2층에서 현수막을 사수하고 있는 기획단에게 “2층 힘내십시오!”를 목이 터져라 힘껏 외쳤다. 하지만 결국 무지개는 1층으로 내려왔다.



  나가라는 시청 관계자와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는 농성단 간의 대치가 있었다. 청경은 그러지 말라는 농성단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압적인 태도로 채증했다. 때로는 농성단을 비아냥거리듯 웃으며 채증했다. 사람들이 더 오지 못하게, 또 식사가 들어오지 못하게 시청 관계자와 청경은 시청 정문을 봉쇄했고, 우리는 정문을 개방하라고 외쳤다. 농성에 참가한 사람들은 긴급 상황에서는 달려가 함께 맞섰지만, 그 외에는 자리를 잡고 앉아 농성 대오를 지켰다. 우리는 앉아서 무지개 배지를 만들고 손피켓을 만들었다. 옆에 앉은 외국인 참가자의 "There's no such thing "gay right" There're only "human rights"'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오후에는 모둠을 이루어 전지 한 장을 반으로 접어 양 쪽에 각각 농성기간 동안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겠는지, 그리고 우리 스스로 정하는 농성장 운영 수칙을 적어서 발표했다. 우리 모둠에는 공감 자원활동가 친구들과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 그리고 기말고사와 졸업논문 심사를 앞두고 혼자 온 대학생이 함께 있었다. 다른 많은 학생들이 기말고사임에도 불구하고 혹은 변호사 시험을 한 달 앞둔 법학전문대학원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새벽 1시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서 농성장으로 달려왔고, 오지 못하는 친구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현장 상황을 묻고 SNS로 열심히 농성장 소식을 전했다. 어차피 거기 있어도 마음은 여기에 함께 있으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그렇게 열심히 해 주었으면서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던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SNS 참여와 후원 모두 최고의 연대였다는 농성단의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후원 입금자명이라든가 피켓 구호 등 농성장 안팎에서 성소수자와 그 지지자들의 개성과 애정이 담긴 빛나는 아이디어와 재기발랄한 유머가 눈에 많이 띄었다. 모둠활동에서도 역시 따뜻하고 재미난 아이디어들이 많았는데 그중엔 농성장의 긴박한 상황 변화 때문에 해 보지 못한 것들도 있지만, 쓰레기 분리수거라든가 서로서로 챙기기, 앞·옆·뒷사람 미모 시기하지 않기와 같은 것들은 잘 지켜진 것 같다. 이어 기획단으로부터 농달, 농성의 달인이라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침낭과 세월호 유가족의 담요가 올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연대로써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는 그 마음이 천군만마처럼 든든했고 감사했다.



농성 2일차


  12월 7일 일요일 농성 2일차는 8시 기상, 10시 일정 시작으로 11시 점심식사, 13시 인권시민사회단체 긴급기자회견, 14시 길찾는 교회 기도회, 16시~17시 30분 인권연구소 '창' 류은숙 활동가 미니 강연, 18시 저녁식사, 19시~21시 집중 문화제로 농성 참가자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수많은 인권시민사회단체가 공동요구안에 연명해주었고, 성명을 냈으며, 무지개 농성장에 무슨 일이 발생하면 언제든 달려와 준 씨앤앰 동지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지지 방문 및 연대 발언을 해 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공감 염형국 변호사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짐작해보며 가슴 아팠고,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되어버린 국면이 안타까웠다.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이 발언한 것도 의미 있었고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광범위한 연대와 언론의 주목 때문에 서울시는 감히 농성을 강제 해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길찾는 교회 기도회 때는 '무지개 농성 지지와 연대를 위한 사랑의 식탁 예배'에 참여했다. 함께 사랑의 빵과 포도주를 나누며 성찬의 노래를 불렀다. 초대 및 파송의 노래로 대한문 앞 촛불문화제에서도 들었던 이지음의 사랑이 이기네를 함께 불렀다. 여기동 오빠와 최현숙 언니가 악보를 보여 주었다. 악보가 모자라 다들 앞에 옆에 뒤에 사람들과 함께 보며 불렀다. 류은숙 활동가는 미니 강연 후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성소수자 차별 반대 발언들 하비 밀크 희망의 연설, 요그야카르타 원칙 요약, 국제인권법의 비차별관련 조항들을 모은 인쇄물을 나눠주었다.


  서울시 인권헌장제정 시민위원회 전문위원인 숙명여대 법학과 홍성수 교수가 문화제 발언 중 "제정 과정에서 성소수자들에게 혐오발언이 쏟아졌는데 인권헌장이 제정되면 위로가 조금이라도 될까 했는데 그것마저 안 되어 너무나 참담하다. 성소수자라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는데 당사자가 아니라 조언을 주고 커뮤니티를 찾아보라고 하는 정도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했고, 그것이 지금 내가 여기 서있는 이유다"라고 말하며 울먹이던 모습도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된 것 같다. 전주에서 올라온 자매가 CL의 멘붕, Apink의 Mr. Chu, 현아의 빨개요 음악에 맞춰 춤출 때 환호하던 많은 언니들의 모습도 퍽 인상적이었다.


  주말이 지나면서 농성장 인원이 적어지고 시청 직원들이 출근하는 월요일 새벽이 걱정됐다. 우리들은 인원이 적다고 농성장을 지키기 못하게 되면 어떡하나 정말 걱정이 되어서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농성장에서 같이 잤다. 농성장 경험이 많은 활동가와 군대를 전역한 남자들의 조언에 따라 핫팩으로 무장하고 침낭 속에서 잤다. 실내여서 천만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겨울 새벽 공기는 서늘했다. 하지만 그렇게 잠에서 깨어보면 언제나 불침번을 서며 자고 있는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기획단이 보여 든든하고 고마웠다.



농성 3일차


  12월 8일 월요일, 농성 3일차 아침에 희망을 만드는 법 류민희 변호사와 지구지역네트워크 나영 활동가로 조를 나누어 출근길 선전전을 나섰다. 시청역 부근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유인물을 나눠주다가 속상한 마음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고 지나치는 시민들이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만 같아서, 또 이건 단순히 성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권 역사의 중대한 국면인데……. 무관심한 시민들, 동요하지 않고 꿋꿋이 선전전을 펼치는 활동가들을 보면서 '아, 더 열심히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전전에서 돌아와서는 퇴거명령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식사 중에 서울시의 농성장 침탈 및 민주노총 공동성명 대자보 훼손이 있었다. 농성단은 청경이 대자보를 훼손할 때 찢긴 것은 종이가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와 소수자의 외침이라고 일갈하며 경찰과 시 공무원의 위압적인 태도에 강력히 맞섰다. 여러 집회시위 현장에서 언제나 당당한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가 눈물을 흘리며 경찰과 시 공무원에 맞서던 이때의 모습 또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시장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박원순 시장을 존경하고 지지해왔던 대부분의 우리는 매우 실망했고 더 큰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농성장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오후에는 약식 집회와 시청 앞 릴레이 1인 시위도 했다.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들고 "동성인(?!)은 물러가라"를 외치며 혐오발언을 일삼는 기독교 신자가 우리 주변을 계속 맴돌았지만 우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피켓팅과 시위를 했다. 이날 미니강연에서 쌍용차 해직노동자 이창근은 “여기가 바로 한국 사회 인권의 베이스캠프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단지 성소수자들만의 운동이 아니라 오히려 보편적 인권을 지키는 최전선에 있다는 지적일 것이다. 이날 JTBC 메인 뉴스에 생방송으로 농성 소식이 보도되었다.



  저녁 집중문화제 때 공감 구성원들이 방문해서 농성단 앞에 섰다. 김수영 변호사가 연대 발언을 했고 다함께 구호를 외쳤다. 빨주노초파남보 빨주노초파보 무지개를 외치는 말없는 라디오의 노래가 시청에 울려 퍼졌고, 반가운 얼굴이 있는 참여연대 회원 노래 모임 '참좋다'가 몇 곡이고 웃으며 노래 불러주는 모습을 보며 기뻤다. 시청 농성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더욱 반가웠던 이유는 인권에 대한 입장과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만 하면 걱정 덜 해도 되겠지, 씻고 와야겠다 싶어 동지들을 두고 집에 온 그날 밤, 서울시에서 농성장의 전기와 난방을 끊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 치졸함에 이가 갈렸다. 농성단이 많이 걱정됐고, 따뜻한 집에서 편히 자는 것이 미안했다. 농성 기간 동안 대체로 즐겁고 유쾌했다고 기억하지만 사실 우리들은 순간순간 서럽고 화가 났고 고달팠다.


- 2부에서 계속 -


글_ 장지원(공감 20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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