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월례 포럼 후기] <우리 시대의 여성 혐오 : 신자유주의, 미디어, 젠더> - 신자유주의 체제와 가부장제의 결합 속 여성 혐오를 미디어를 통해 조명하다.

공감이 하는 일/공익법 교육·중개

by 비회원 2015.01.06 12:30

본문




Chapter 1. 여성혐오의 첫번째 차원


'여성을 대상으로, 소유물로 생각하는 호색한의 경우,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물질성으로서의 여성이 아닌 여성이 가진 기호, 상징적이미지이다.' 

- 우에노 치즈코 (여성학자) -



  2014년 12월 12일, 미디어를 통해 접근하는 페미니스트 손희정 강연자님의 월례포럼이 인권중심 사람 다목적홀에서 열렸습니다. 손희정 강연자님께서는 여성 인권 뿐만 아니라 소수자 인권 운동의 가시적 성장에 따라 거세진 혐오 표출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서두로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강연의 첫번째 파트는 여성 혐오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였습니다. "여성 혐오란, 이미지를 통해 매개되는,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의 문제이자 권력의 문제"는 주목할 만 메세지입니다.


  즉, 사람들이 혐오하는 여성은 실존적으로 이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여성 그 자체가 아니라, 이미지로서의 여성인 것입니다. 이러한 여성 이미지는 가부장제 사회에 익숙한 남성들이 지닌 고정관념과 강박적 판타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시부모를 공경하는 여자, 낮에는 정숙하지만 밤에는 요부가 되는 여자, 나이 많고 무일푼인 나라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여자'와 같은 이미지가 해당 됩니다. 오늘날의 여성 혐오는 이러한 가부장제적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혐오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여성 혐오를 분석할 때 개인적 관계 안에서의 혐오 표출만을 논하는 것은 사회전반적인 여성혐오를 분석하는데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당부하셨습니다. 이러한 가부장제 사회에 뿌리박고 있는 판타지는 남성에게는 여성 멸시의 기반으로, 동시에 여성에게는 자기 혐오의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Chapter 2. 신자유 주의 시대, 불안정한 삶으로부터 비롯된, 남성화된 사회의 불안과 공포


  효율 추구, 노동 유연화, 세대간의 단절. 신자유주의 시대는 우리 세대에게 불안정한 삶에 대한 공포를 안겨주었습니다.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약속한 '남성간의 평등한 기회'라는 환상이 와해되는 순간, 사람들은 제도적 오류를 직시하는 대신 불안과 공포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인 '혐오'를 택했습니다. 여기서 '혐오'는 비단 여성에 대한 혐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등의 소수자를 모두 이방인으로 한데 묶어 혐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여성 혐오 역시 이방인 혐오의 확대판인 셈입니다. 또한 이것이 여성 혐오를 분석할 때 단순히 미디어 뿐만 아니라 정치와 경제체제를 함께 분석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와 함께 등장한 경제적 위기 이후, 즉 2000년대 한국영화 박스 오피스를 관찰하면 이 시대의 흥행 공식과 젠더의 문제를 관찰 할 수 있습니다. 





  제시된 영화들의 공통점은 모두 남성 캐릭터 중심이라는 점, 여성은 제한된 역할 속에서 제대로 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경제적 위기 이후의 영화에는 ‘어머니’가 등장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대신, '괴물(2006)'과 같은 반미, 반정부 그리고 부계를 중심으로 한 가족드라마가 스크린을 장악합니다. 경제 위기 이후 영화 판이 온통 ‘아버지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이유는 ‘아버지의 질서, 공적 가부장제 체제의 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남성 주인공 전성시대 속에서 여성은 제한적인 역할을 담당할 뿐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 ‘친구(2001)’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은 힘 있는 자만이 차지하는 교환가치로써의 여성으로 등장합니다. 또한 영화 ‘왕의 남자(2005)’에서 장녹수는 사라진 어머니의 대체이자 창녀, 두 가지의 위치를 차지하지만 결국 남성인 ‘공길’에게 권력의 기반을 빼앗기고 마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웰컴 투 동막골(2005)’의 경우, 비록 영화 포스터의 한 가운데 여성 캐릭터가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실상은 ‘마이 아파’라는 유행어 만을 남긴 채 물질성을 띈 인간적 캐릭터로는 자리잡을 수 없었습니다. 남북의 병사가 첨예하게 부딪히면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토피아적 공간에서 이 정신 나간 여성은 발언권이 거세된 존재일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정치경제적 지위에 대한 불안의 심화에 따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남성중심 가부장제의 재건 필요성과 이방인에 대한 혐오가 대두되었고, 이는 미디어에도 반영이 되어 여성은 부차적 캐릭터에 머물게 된 것입니다.





Chapter. 3  미디어 속 여성, 그 사회적 계급을 논하다.


  물론 미디어에서 여성이 항상 부차적 캐릭터로 존재해온 것은 아닙니다. 특히 2000년대 호평작 중에서도 여성이 중심 캐릭터로 등장하는 영화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역시 여성에 대한 판타지를 재생산하거나, 혐오의 대상이 되는 여성으로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집으로(2002)'의 할머니는 일견 여성주의 작품이라 주장된 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성 판타지를 재생산하는 캐릭터라는 점이 더욱 중요합니다. 게다가 이 모성적 인물은 잘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여성입니다. 즉, 모성판타지를 채워주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수 없는 인간으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또한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2001)'의 여성 캐릭터 역시 남성 판타지의 전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성적으로 착취당하게 만든 '나쁜 남자'지만 그에게 사랑을 느끼는 여성. 하지만 남성 브루주아와 하층민간의 계급 싸움에서 이 여성은 하나의 교환가능한 재화로 등장할 뿐입니다. 반대로 '너는 내 운명(2005)'의 경우, 남자를 타락시킬 수 있는 위험한 인물이자 혐오의 대상인 여성으로 등장합니다. 즉, 보존되어야 할 우리 민족성을 대변하는 순수한 시골 총각을 에이즈라는 위험에 밀어넣을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존재로서의 여성인 것입니다. 강연자님께서는 이러한 여성 캐릭터가 가지는 특성들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여성 이미지를 재생산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비판적 사고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물론, 영화 속 여성 캐릭터가 항상 이러한 이미지로 재현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8,90년대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상반된 이미지를 재현했습니다. 당시 여성운동의 성과와 소비주체로서의 여성 지위의 부상에 따라 미디어 속 여성 캐릭터 역시 주체성과 경제력을 지닌 다양한 캐릭터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 캐릭터들이 수동적이고 제한된 역할을 맡기 시작하고, 특히 공포영화 스크린속으로 소환된 결정적 계기는 IMF였습니다. 이 시기 국민들은 아버지로 상징되는 근대화의 완전한 실패를 목격하면서 다시 여성화된 역사, 전근대화의 역사로 후퇴할지도 모른다는 굉장히 상징적인 공포에 직면하게 됩니다. 동시에 IMF로 인한 경제 위기는 직장에서 공적 여성으로 일하고 있는 여성을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할 필요성을 제공했습니다. 이를 위해 모성 이데올로기가 가장 강력한 기제로 작동하였고, 이에 따라 공포영화는 모성에 대하여 이야기 하기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 시기 등장한 공포영화 중 '하얀 방(2002)'의 경우, 낙태한 여성들을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성으로 간주하여 사회적인 법(곧 아버지의 법)에 따라 처단하는 내용이 중심 스토리이고, '폰(2002)' 역시 사회적 모성을 강조하는 영화입니다. 이는 공포영화에서 생물학적, 사회적 모성에 충실하지 않은 여성을 처단하는 줄거리를 이용해 여성의 출산과 육아의 책임을 강조하고, 공적 영역에서 일해온 여성들을 다시 사적 공간인 가정으로 복귀시키고자 하는 모성 이데올로기가 발현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Chapter. 4 전지구적 가부장체제의 형성과 함께 등장한 우리 시대의 여성 혐오


  정리하자면, IMF 위기 이후 공적 가부장제의 성격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여성은 공적 영역에서의 거세되어 가정주부화 되었고, 그로 인해 가치 생산에서 배제되어 무보수임금에 종사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체제에 따른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지만, 무한 경쟁의 시대이자 여성적 가치가 오히려 강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변화된 노동 환경에서 '남성의 경쟁자인 여성'에 대한 공포를 함축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고 물리는 암투 과정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100% 활용하여 최후의 권력을 거머쥐는 여성의 이야기인 '후궁(2012)'에서도 이러한 위협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즉, 신자유주와 함께 등장한 감정자본주의와 전반적인 비정규직화는 남성으로 하여금 지금까지 누려온 정치적, 경제적 지위로부터 탈각되게 하였고, 이 과정에서 여성은 일차적으로 거세당하며 물러나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전지구적 체제인 자본주의 자체가 이러한 젠더 이분법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볼때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는 여성의 가정주부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근대의 합리적 개인은 제3세계 여성에 대한 착취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철저히 가부장제적 분업체계에 기반하고 있는 자본주의를 젠더의 관점을 빼고는 분석할 수 없는 것입니다. 손희정 강연자님 께서는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가진 가부장제 젠더 질서(보편성)와 자본주의라는 근대 정치경제 체제(역사적 특수성)의 접목을 통해 전지구적 가부장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현재 형태의 여성 혐오가 등장하게 되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결국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여성 혐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던져집니다. 질문에 대한 해답은 결코 가볍거나 빠르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는 현재를 살아가며 다양한 혐오와 위협에 맞서고 있는 개개인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인 듯 합니다. 귀중한 강연을 제공해주신 손희정 강연자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글 _ 공감 20기 김나경

※ 공감의 기부회원이 되어주세요!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