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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색소변성증 환자에 대한 ‘장애연금수급권 미해당처분’을 통해 본 장애연금제도의 개선과제」 토론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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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 26,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에 대한 장애연금수급권 미해당처분을 통해 본 장애연금제도의 개선과제」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사회복지 공익법센터를 방문하였습니다. 토론회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의 인사말과 피해사례 발제, 장애연금제도의 운영에 대한 문제점 검토와 개선방안을 제시한 총괄발제,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한 의학적 진단·질환의 특성·대법원 판결분석 등을 제시한 전문가 토론, 시민들과의 자유토론의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림 1] 눈의 구조 / 출처: Kormedi, http://www.kormedi.com/board/View.aspx?board=infoshare&idx=16434&page=71&keyword=&field=&category=&ot=&oa=

 

 

 

  망막색소변성증 (RP: Retinitis Pigmentosa)’.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고 생소한 병명입니다. 안구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투명한 신경조직인 망막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광수용체세포를 통해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망막색소변성증은 망막의 간세포와 추세포가 자연적으로 파괴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행성 질환입니다.

 

 

그림 2] 망막에 색소가 침착 되어 변성된 모습 (출처 : 출처: 세브란스 병원, http://sev.iseverance.com/eye_ent/dept_clinic/department/ophthalmology/disease/view.asp?con_no=24826&page=1&SearchField=&SearchWord)

 

 

 

원인은 현재까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학계에서는 유전자 이상에 의한 것으로 보아 유전성 질환으로 분류 하고 있습니다. 보통 10세 전후에 야맹증을 시작으로 시야 협착과 시력 저하가 나타나며, 그 진행이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 최종적으로는 실명에 이르게 된다고 합니다.

 

 

 

토론회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각장애를 겪고 계신 전종헌씨의 이야기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전종헌씨는 군 입대를 위해 신체검사를 받던 중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지만 야맹증 증상을 경험하였을 뿐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고, 처음 진단을 받은 후 30년 정도가 지난 후에야 급격한 시력저하를 경험하였습니다. 장애3급 판정을 받은 2014년경부터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 맹학교를 다니며 안마기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전종헌씨 역시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회사를 다니는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었기에 장애연금을 신청하여 장애로 인한 소득손실에 대한 급여를 받고자 하였지만, 국민연금 공단에서는 청구의 원인이 된 질환이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발병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거부처분을 내렸습니다.

 

먼저 국민연금과 장애연금에 대하여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질병, 노령, 장애, 빈곤 등의 각종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에서 마련한 장치가 바로 사회보장제도입니다. 그 중에서도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의 일종으로 가입자로부터 일정액의 보험료를 받고 근로소득 상실을 보전하기 위한 연금액을 지급함으로써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는 사회보장제도입니다. 국민연금 급여는 크게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반환일시금, 사망일시금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장애연금은 장애로 인한 소득감소에 대비한 급여로 지급되고 있습니다.

 

 

[그림5] 사회보장제도 체계 (출처: 4대사회보험 정보연계센터, http://m.4insure.or.kr/mobile/4insguide/ourCntySoclGrun.do )

 

[그림6] 국민연금 급여의 종류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의 배진수 변호사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한 시각장애인의 장애연금수급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와 전종헌씨의 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연금제도의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개선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장애로 인한 소득감소에 대비한 급여라는 장애연금의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시각장애로 인하여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전종헌씨의 경우는 연금수령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연금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은 바로 국민연금법 제67 1항의 내용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역시 보험의 일종으로 보험가입자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입었을 경우에 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험의 원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보험의 원리상 사고발생 후에 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는 사고에 대한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데, 유전성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은 장애가 보험가입 중에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특성상 질환의 존재를 보험가입 전에 알고 있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민연금법 제67 1항의 가입기간 중에 질병이 발생하여야 한다는 요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미 판례를 통하여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06.7.28 선고 200516918 판결) 대법원은 유전적인 망막색소변성증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 국민연금 가입 당시에 망막색소변성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시력이 급격히 저하됨을 느끼기 시작한 시기에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의 가입 중에 장애의 원인이 된 질병이 발생한 경우로서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를 국민연급법상 장애연금 수급권자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은 질병의 발생은 의학적, 객관적으로 보아야 한다며 시세포층의 변성이 상당한 정도 진행되어 시야협착과 시력저하라는 증상이 나타나는 으로 양안망막색소변성증의 유전적인 질병인자가 발현되어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시점을 그 기준으로 제시하였습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유전성진행성 질환에 대하여 질병의 진단시기를 질병의 발생시기로 보았던 데 비해, 대법원에서는 유전질환 자체의 진단시기가 아닌 질병의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유전적으로 망막색소변성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질병의 발현시기는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그 진행 정도를 미리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한 시각장애 역시 장애연금 수급의 요건이 되는 보험사고라도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의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진수 변호사는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을 바탕으로 질병의 발생시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국민연금법의 규정에 포함하는 한편, 국민연금 장애심사규정을 대법원의 판례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연금수급과 관련한 국민연금공단의 처분에 대하여 신청인이 심사청구와 행정소송 등의 불복절차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특별행정심판제도의 실질적인 운영을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발제에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는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의 장애연금 수급과 관련하여 학문적/법적 판단과 함께 현장의 시각 또한 접할 수 있었습니다.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하여 의학적 설명을 제공한 권순우 의사는 몸 천냥에 눈이 구백냥이라며 신체에서 눈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질병을 정의함에 있어 단순히 의학적 설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법적사회적 정의도 함께 고려해야 함을 지적하였습니다.

 

소녀시대 수영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진 한국 RP(망막색소변성증)협회장 최정남씨는 망막색소변성증은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자성 질환(genetic disease)’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병(inherited disease)’으로 보는 기존의 정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망막색소변성증을 단순히 하나의 병증으로 볼 것이 아닌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의 집합으로 보아야 한다며 의학계에서 이러한 점을 망막색소변성증의 새로운 정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연금공단이 지금처럼 최초의 진단일을 병의 발생시점으로 해석할 경우 불의의 사고나 환경적 요인에 따른 장애 이외에는 많은 사람들이 장애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였습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에 환자들이 연금수령을 목적으로 가입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연금공단이 그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게 장애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어 공익인권법재단의 염형국 변호사는 국민연금 가입이 직장인들에게는 선택이 아닌 의무이기 때문에 보험에 대한 악용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이어 장애연금 수령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지적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단기/장기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질병발생시기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국민연금법 제 67 1항에 유전적 질환의 경우 유전적 질병인자가 발현되어 질환이 급격히 악화되는 때를 그 질병이 발생한 경우로 본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이 연금제도를 수정하여 연급가입 전에 발생한 장애에 대하여서도 수급권을 인정하여 장애인에 대한 소득보장을 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고 소득을 얻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누구나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이러한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습니다. 미처 대비할 수 없었던 이러한 위험에 맞서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사회안전시스템입니다. 이러한 사회안전망이 잘 갖추어져 있을 경우에는 질병과 사고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가지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생소했던 질병 역시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위험에 대한 국가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장애연금체계에서는 단지 유전적인 원인에 의한 질병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연금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토론회를 통해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의 어려움과 함께, 각종 사회적 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결이 있다고 해서 그 판결이 현실에 바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토론회에서 다뤘던 문제사례에서는 이미 대법원 판결을 통해 비슷한 사례에 대한 판례가 형성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 그와 다른 규칙이 적용됨으로 인해 법원의 결정이 현실적으로 효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합리적으로 옳다고 믿어지고, 또 법원에 의해 확인되었다는 사실과 그것이 현실에 적용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관련법률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혹은 법원판단과 법률 간의 불일치가 발생하여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현실적인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한 입법의 한계를 수정해야 하며 이것이 실제로 반영되기까지는 토론회에서 그랬듯 여러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글 _ 이예지 (20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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