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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의 변] “서울시장으로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는 박원순 시장님께 - 장서연 변호사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변

by 동-감 2014.12.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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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첫 만남

 

  박원순 시장님, 기억하십니까.

 

  제가 시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가 2006년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였던 시장님과 단 둘이서 면접을 보던 아침이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에 지원을 한 저에게, 시장님이 물으셨죠.

  “검사로 일한지 얼마 안됐는데 공감에서 일하기에 너무 이른 것 아닌가요?”

  “공감에서 왜 일하고 싶어요?”

 

  저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시장님께 말했죠.

 “공감의 미션이 소수자, 사회적 약자의 인권 확장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단체니까요” “제가 바로 소수자 당사자라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눈치를 채지 못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동성애자입니다”라고 시장님을 처음 만난 날 커밍아웃 했었습니다. 아마도 속으로는 당황하셨을 수도 있는데 제 앞에서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다음날 당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였던 윤정숙 이사님이 저를 보자고 하셨어요. 시장님 전화를 받았는데 약간 당황한 기색으로 “동성애자라고 그러던데요”라고 물으셔서 윤정숙 이사님이 “그러면 더 잘된 거지요”라고 답하셨다고요.

 

  그렇게 제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사실 저는 2004년 사법연수원에서 시장님 강연을 처음 들었습니다. 그 때 법조인이 될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죠. 

  “판·검사 이외에도 길은 많다. 우리 사회에서 공익적인 부분들에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소외된 자들을 돌아보라.”

  그리고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소개를 하셨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장 존경했던 ‘인권변호사 박원순’의 삶의 궤적을 쫓아 공익변호사가 되었습니다.

 

  시장님은 성소수자 인권에서도, 누구보다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해 오셨지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했던 “성소수자인권지지프로젝트”에서 이렇게 말하셨죠.

  “인권이란 것도 진화한다. 과거에는 정부로부터 가해지는 폭력, 예컨대 고문이 중대한 인권침해로 받아들여졌지만, 민주화 이후에 현대사회의 복잡한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실 성소수자의 인권문제는 과거에 없던 문제는 아닌데 사람들이 인권의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새롭게 대두된 인권이다. 그래서 우리사회가 성소수자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그만큼 사회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호모포비아들에 대한 질문에 답하셨죠.

   “우리사회에서 늘 핍박 받는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힘든 사람들을 돕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고통 받는 사람들의 입장이 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사람들을 핍박하는 입장을 동의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뒤집어 버린 말, 그리고 원칙

 

  그런데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이후, 시장님의 말과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시장님에 대한 의구심이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충격적인 현실이 되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1월 30일 시민들이 만든 서울시민 인권헌장 중에서 “서울시민은 (중략)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등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라는 내용이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니 “전원합의방식”이 아닌 “표결처리는 합의실패다”, “시민인권헌장은 더 이상 추진하기 힘들어 사실상 폐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3월부터 준비단계를 거쳐 수십 번의 회의를 통해 인권헌장을 만들었던 시민들과 인권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아무런 설명 없이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폐기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합니다.

  심지어 시민위원회 최종회의 때 서울시 공무원이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고 표결 결과 집계를 지연하고 축소하는 등 고의로 회의 진행을 방해한 것에 대하여 분노하고 있습니다.

 

  저도 시민위원회 최종회의 때 참관하였습니다. 다수의 시민위원들은 인권헌장 제정을 원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참석한 시민위원 110명 중에 10명도 되지 않는 시민위원들(이들은 ‘동성애반대단체’ 회원들로 성소수자 권리가 포함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려고 참여한 사람들입니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서울시 공무원들은 “전원합의방식”을 강요하고 사실상 인권헌장 제정을 무산시키려고 의사진행을 계속 방해하였습니다. 현장에 있던 저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왜 저러나” 의아할 수밖에 없었는데, 며칠 후 연이어 터져 나온 서울시의 “인권헌장 합의무산” 발표와 시장님의 행보를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시가 인권헌장 폐기를 발표한 바로 다음날인 12월 1일, 시장님이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목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인권헌장 폐기로 감사의 인사를 들으며, “갈등의 원천이 되는 동성애에 대해서 확실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달라”는 목사들에게 “동성애는 확실히 지지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히고 “일부 언론에서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보도는 와전되었다”고 설명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서울시장이 호모포비아들의 ‘확성기’가 되어

 

  저는 설마설마 하였습니다. 그런데 서울시 대변인이 신속하게 당신의 발언이 맞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하였습니다.

  그러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당신의 결단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동성애는 죄”라고 하고, , 대표적인 성소수자혐오단체인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는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민인권헌장 폐기와 동성애 반대 표현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판단된다”다며 환영성명을 냈습니다.

 

 

  인권헌장 시민위원회에 참여했던 ‘동성애반대’ 단체 사람들은 자신들의 수가 적었는데 기도를 통해 ‘기적’이 일어나서 서울시민 인권헌장이 폐기되었다며 환호했습니다. 시장님이 그들의 ‘기적’이 되어준 셈입니다. 혐오단체들은 성소수자가 공적 공간으로 나오려는 순간, 더 광적으로 지랄합니다. 그들의 반대로 차별금지법안 발의가 철회되었고,성북구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선정된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사업이 무산위기에 있습니다. 올해 6월에는 그들이 서울과 대구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몰려나와 불법적으로 퀴어퍼레이드를 방해해서 시간이 지연이 되기도 하고, 경로가 바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수수방관하고 축제참가자들은 그 과정에서 그들의 집단광기와 폭력에 그대로 방치되었습니다.

 

  서울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11월 20일 서울시민 인권헌장 공청회에서 저들은 사회자의 멱살을 잡고 마이크를 빼앗아 공청회를 시작도 못하게 하였습니다. 성소수자들에 대하여 입에 담을 수 없는 온갖 모욕과 저주들을 쏟아내는데 서울시는 어떠한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들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장님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인 그들에게 사과하며 그들의 불법적인 난동을 이유로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폐기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의 행동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에서 불법적인 폭력으로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님,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 계십니까

 

  이제는 더 이상 성소수자의 인권이 정치적 흥정으로 짓밟히는 것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12월 6일 토요일부터 나흘 째, 성소수자 인권단체들과 함께 서울시청에서 농성하고 있습니다. 많은 인권·시민사회단체들도 시장님께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선포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비하발언을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님은 지금까지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혐오단체의 난동으로 성소수자 인권의 진전이 빈번히 좌절되고, 소위 진보라고 불리는 정치인들이나 선출직들이 그들의 겁박에 무력하기만 한 모습을 볼 때마다, 그래서 성소수자의 존재와 권리를 지우려고 할 때마다 남몰래 흘린 눈물이 많았습니다. 저에게 가장 상처가 되었던 것은 호모포비아들의 노골적인 혐오보다 소위 진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침묵이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이 맞았습니다. 그는 1963년에 시위 중단을 요구하는 백인목사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유감스럽게도 흑인의 지위향상을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물은 ‘백인시민평의회’나 ‘KKK단’이 아니라, 정의보다는 ‘질서’ 유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온건한 백인들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정의가 존재하는 적극적인 평화보다는 긴장이 없는 소극적 평화를 선호하고, “당신이 추구하는 목표는 옳다고 생각하지만 당신이 실천하는 직접행동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온정주의적인 태도로 자신이 다른 사람의 자유쟁취운동의 일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흑인들에게 ‘보다 좋은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악한 사람들의 완벽한 몰이해가 아니라 선량한 사람들의 천박한 인식입니다.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노골적으로 우리의 요구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박원순 시장님, 이제 소수자 인권을 외면하는 정치인이 되신 겁니까. 시장님이 직접 대답하실 차례입니다.

 

글 _ 장서연 변호사

 

* 서울시민인권헌장 관련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의 성명 및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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