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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포럼 후기] 웹툰, 노동과 사람을 이야기하다 - ‘송곳’ 같은 웹툰 작가 최규석을 만나다.

공감이 하는 일/공익법 교육·중개

by 비회원 2014.11.1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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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롭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 버리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노동자의 인권을 그린 ‘송곳’ 같은 웹툰 작가 최규석을 만나다.


  “사람들은 옳은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따른다”

최규석 작가의 최근작 <송곳>은 우리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시시한 강자’로부터 ‘시시한 약자’를 지키기 위한 것이 노동 운동이라고 말한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선과 악이 부딪히는 정의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평범한’ 욕망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송곳>에서 군 간부는 사관생도들에게 부정선거를 조장하고, 부대장은 납품 업체에게 뒷돈을 받는다. “꼰대”가 꿈이었던 주인공 이수인은 결국 군대 상관의 부정비리를 참지 못하고 전역한 후 대형 마트에 취직하여 과장이 된다. 하지만 그는 마트에서조차 ‘구제불능’ ‘송곳’과 같은 존재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직원들이 제 발로 회사를 그만두게 만들라고 지시하는 상사의 지시에 ‘불법’임을 선언하고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남들처럼 둥글게 둥글게 ‘모 나지 않을 것’을 강요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송곳>의 주인공 이수인은 그야말로 ‘송곳’과 같은 존재다. 

 

  우리 동심의 주인공인 아기 공룡 둘리를 손가락 잘린 이주 노동자로 묘사한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가난한 우리의 비정규직 청춘을 다룬 <습지 생태보고서>, 그리고 현재 연재 중인 노동조합 이야기를 그리는 <송곳>까지. 노동문제를 다루는 ‘송곳’ 같은 웹툰 최규석 작가를 공감 월례포럼을 통해 만나보았다. 최규석 작가의 삶과 노동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1부 최규석 작가의 삶

  


  최규석 작가가 만화가로 활동한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만화 작가로 데뷔할 때와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을 보이는 데로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인간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졌다는 최규석 작가. 


  “저는 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쉽게 분노하고 소위 ‘깽판’을 치는 사람이었어요. 그것에 대한 자부심도 컸고요.” 하지만 그는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분노보다 이해를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에 대해서 함부로 생각하지 않게 된 거죠. 내가 저 사람들보다 좀 똑똑한 것 같고, 내가 좀 더 합리적인 것 같고 그러니까 ‘그냥 저 사람들은 대충 이렇게 생각하면서 사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던 게 ‘그 뒤에 훨씬 더 많은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거예요.” 


  그의 자전적 가족 이야기를 다룬 <대한민국 원주민>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과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이 느껴진다. <대한민국 원주민> 작품을 위해 가족을 인터뷰하며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그. “사실 그때 아버지와 어머니를 좀 더 이해하며, 진짜 가족이 된 것 같아요. 그 이전까지는 어떤 내가 도망쳐야 할 세계,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거든요. 참 많은 사람을 인터뷰했지만 그 누구보다 가족을 인터뷰하며 느끼는게 많았어요. 한 사람이 태어나 그런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그 사람의 책임이 아닌 것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하게 된거죠. 행동이 매우 거칠고 질 나쁜 ‘조폭’을 보더라도 ‘저 사람은 나쁜 새끼라서 그래’ 라고 생각하기 전에 ‘그 놈이 ‘나쁜 새끼’가 된 배경이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생각해 보면 조금 더 자기 분노를 다스릴 수 있고 어떤 합리적인 대화 방식을 찾아낼 수 있는 거 같아요. <송곳>이라는 작품을 통해서도, 노동 인권을 외치는 사람들이 ‘짜증’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아, 저 사람들은 저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도 큽니다. 웹툰이라는 것이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 사람들 사이의 이해를 높여줄 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누군가를 섣부르게 판단하기 전, 그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 대화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2부 최규석, 노동 인권을 말하다



▲ 월례포럼 2부 인트로 영상 (SBS '그것이 알고 싶다' 858편 야만의 새벽 편집본), 최규석 작가의 작품 <맞아도 되는 사람>은 노동 조합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노동자가 수없이 등장한다. 손가락이 잘린 외국인 노동자로 등장하는 ‘공룡 둘리’ 부터 <맞아도 되는 사람>의 파업 노조, <송곳>의 청소 노동자, 마트 직원까지. 그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가 노동문제여서 였을까? 


  “솔직히 뭐가 더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송곳을 처음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노동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죠. 투표를 하든 사회 문제에 참여하든 사회 문제를 생각하고 참여할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일만 하다 보면 전혀 정치와 사회적으로 생각할 시간조차 없게 되잖아요. 당장 삶의 생계 문제가 시급한데 사회와 남을 돌볼 여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결국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를 진보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 믿어요. “


  그는 작품을 위해 수 없이 많은 노동자들을 인터뷰 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동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을 수 없이 만나 보았지만 아직도 그는 그들이 어떤 심정으로 이렇게 할 수 있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 번은 취재하면서 그 모델이 되신 분이 쓰러진 적이 있어요. 간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병원 로비에 가족 사이라도 주기 힘든 간과 신장을 주겠다고 수 백 명이 몰려온 거예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건 신념을 넘어 종교의 영역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동 문제를 그리기 위해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며 그는 자신의 멘토를 만난다. 바로 시민교육센터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이한 변호사다. “이한 변호사는 항상 노동 인권 문제에 대해서 ‘대양에 떨어뜨리는 한 방울의 물 같은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사회에 작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그걸로 가치 있다는 거죠. 사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언가를 얻고 감동을 받고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편인데 이한 변호사를 만나 느끼는 게 좀 많았던 거 같아요. 이한 변호사의 ‘팟케스트’ 강의를 들으며 이 경우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음… 뭐랄까… 어떤 우리 사회에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느낌?” 우리는 우리 사회에 희망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 모두 한 명 한 명이 ‘대양에 떨어뜨리는 물 한 방울’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사람대접 받는 사회를 위해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이 ‘사람 대접’ 받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가장 쉽게 사람다운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가의 매형은 엘리베이터를 고치는 블루칼라 직종에 있다. 어느 날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수리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는데 중형차를 타고 온 매형은 정문에서 그저 아무 말 없이 보내줬지만 같이 소형차를 타고 온 동료는 일단 막아 서서 한참을 무슨 이유로 방문했는지 묻더라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것에서 인간의 자존감이 훼손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현재 대한민국은 돈이 없으면 사람대접을 받기 힘든 거죠. 그래서 모두가 돈돈 하며, 돈을 더 들여서 사람 대접을 받으려는 쪽으로 사람들이 바뀌는 게 아닌가 싶어요. 특별히 기를 쓰며 돈을 벌고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 그 자체로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 그런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최규석 작가와 공감의 월례포럼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노동인권’은 너무나도 멀고 낯설게만 느껴지는 단어였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내게 노동조합은 그저 기업과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전문 시위꾼’, ‘이기주의자 집단’으로 까지 비쳐졌던 것 같기도 하다. ‘왜 그들은 노력해서 저 기업 CEO가 되지 못하고, 저렇게 돈 더 달라고 폭력을 휘두르는 걸까?‘ 바로 얼마 전의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 사람대접 좀 받고 살고 싶다고, 생명권을 울부짖는 노동자들의 처절한 절규를 ‘소음’으로 들었던 것이다. 


  누구든 자신을 이익을 위해, 타인을 짓밟고 올라가길 권장하는 사회. 우리 대한민국은 사람이 사람대접 받고 사는 사회일까? 한국 노동자들이 OECD 30개 나라들 중 연간 노동시간 1위, 인구 10만 명 당 산재사망자수 1위.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하는 자살률 1위의 우울한 국가 대한민국. 우리는 언제부터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승자만이 박수 받는 사회. 승자만이 사람대접 받는 사회가 대한민국을 자살 1위의 우울한 나라로 만든 것은 아닐까? 

  

  전세계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 우리는 단 50년 여 만에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제의 기적을 일궈냈다. 기적의 경제 신화를 이룬 것처럼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사람대접 받을 수 있는 문화의 기적을 이루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그런 사람대접 받는 따뜻한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이제 그들의 목소리를 소음이 아닌 우리 아버지의 목소리로, 우리 어머니의 목소리로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글_ 공감 20기 박효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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