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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댄스> 상영회에 다녀와서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4.11.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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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들을 특별하게 여길 수 있는가?’


  나는 이성애자라는 껍데기로 이 세상을 살고 있다. 내가 성소수자에 대해 경험해 본 일이라고는 이태원을 지나면서 본 ‘트렌스젠더 클럽’의 입구에 서 있던 직원, 영화 ‘친구사이’


  이것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성소수자에 대해 무지함을 고백한다.   


  이런 나의 무지함에 대해 스스로 실망하고 있던 찰나에, 동성 결혼과 관련하여 레즈비언커플의 결혼식 영화인 <퍼스트 댄스>의 상영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게 되었다.





  <퍼스트 댄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미국 보스턴에 사는 선민과 로렌은 오래된 레즈비언 커플로 이들은 여름에 결혼을 하기로 한다. 영화는 그들이 결혼을 하기 직전부터 결혼식을 하는 시간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로렌과 선민은 자신들이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을 때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들이 함께 키웠던 애완견 ‘소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특히,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을 때 로렌과 선민의 가족의 반응은 매우 달랐는데, 로렌의 경우에는 가족과의 갈등 없이 원만한 가족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선민의 경우에는 부모님과 겪은 큰 갈등에 대해, 그리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갈등에 대해 말한다. 영화 속에서 선민이 이야기하는 선민의 부모님은 그나마 이제는 그녀가 ‘레즈비언’이라는 것은 인정한다고 하나 여전히 남자와 여자가 결혼하는 모습을 바라며 선민에게 ‘제도의 안’으로 들어올 것을 요구한다.(그렇기에 선민의 부모님은 선민과 로렌의 결혼식에 불참) 마지막으로 결혼식 날. 바닷가 모래사장 위 친구들이 네 기둥을 붙잡고 서 있는 후파(사면이 뚫린 천막)아래, 결혼을 주관하는 랍비가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주위를 둘러보라”라는 말로 선민과 로렌은 유대교식 결혼을 시작한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동성 커플의 결혼은 이성 커플의 결혼과는 무엇인가가 다르겠지?’ 라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결혼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러나 영화를 보고난 후 ‘동성 커플(특히, 영화 속에서는 레즈비언 커플)’의 결혼이라는 것이 유별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그저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결혼을 통해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 의문이 생겼다. 그들이 가족을 구성할 많은 방법 중에 ‘결혼’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성커플은 그들의 관계의 기간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사실혼으로 인정받을만한 자료의 여부에 관계없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법률상 유가족이나 보호자가 될 수 없고, 이로 인해 상속 등의 혜택도 받지 못하며 배우자로서 국가가 보장하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세금면제 등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그들의 행복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법적으로 서로에 대한 책임감을 나누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그들에게 돌아올 수 없는 ‘요단강’을 건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새로운 행복이 시작되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 무지개다리의 시작에 선민의 부모님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본인이 행복하고 그들의 결혼을 축하해주는 친구들이 있는 것이 그들에게 든든한 버팀이 될 것이라고...... 분명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유대교 결혼식에서 선민과 로렌의 친구들이 후파의 네 기둥을 잡고 있던 것은 그들에게 지지와 동시에 앞으로도 지켜보겠다는 책임감을 나눈다는 것을 뜻하니까.


  결혼식이 끝난 후에 그들은 피로연장에서 ‘퍼스트 댄스’를 춘다. 결혼 당사자들과 친구들이 함께 연습한 춤을 하객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결혼 생활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퍼스트 댄스’. 나는 이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갖고 있던 ‘결혼식’ 모습을 떠올렸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식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를 기본으로 결혼식장 장식에 필요한 꽃 값, 축가 및 주례비용 등이 필수옵션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들은 결혼식의 본질이 아닌데 본질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는 동시에 선민과 로렌의 결혼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적 결혼이 아닌 당사자와 축하해주러 온 지인들이 즐겁고 행복한 자리에서 그들이 서로에 대한 책임을 주변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주변사람들의 지지 속에서 피어나는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난 후, 정소희 감독 및 동성애 커플과의 대화의 자리가 마련됐다. 감독은 제목이 왜 ‘퍼스트 댄스’인지에 대해 질문 받았을 때, 퍼스트 댄스는 막 결혼을 한 커플이 처음으로 같이 추는 춤으로 선민과 로렌이 나름의 오랜 연습 끝에 추게 된 춤이라고 했다. 이처럼 감독은 결혼이란 이벤트성이 아니라 서로 한발 한발 맞춰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제목을 ‘퍼스트 댄스’로 지었다고 했다. 영화를 편집하면서 감독이 선민의 부모님으로 부터 그만 두라는 얘기도 들었고, 선민에게 이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니 선민은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고민 상황에서 감독이 영화를 완성하고 상영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영화를 본 후 나처럼 ‘동성애 결혼’은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동성애 결혼’이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이성애 결혼’과 다르지 않다고 여기며 이 사회에서 동성애 담론이 조금이라도 더 부드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아닐까? 마지막으로 현재 선민과 로렌은 한국에서 행복하고 여유로운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감독의 알림을 끝으로 <퍼스트 댄스> 상영회가 끝났다.


글_송다솜(20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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