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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인권이다. - 차혜령 변호사와 함께한 빈곤과 복지 작은 세미나 후기

공감이 하는 일/공익법 교육·중개

by 비회원 2014.10.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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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은 우리의 삶이 오롯이 담기는 공간이다.

   그러니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누구에게나 집이 필요하다.

   살만한 집은 사람과 삶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당연히 살고 싶은 동안 살 수 있도록 거주가 보장되어야 하고

   자신이 부담할 수 있는 정도의 주거비를 들여 거주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들은 주거권의 중요한 요소다.

- 『집은 인권이다』(주거권운동네트워크 엮음)에서

  

   인간이 스스로 존엄을 유지하며 살기 위해서는 정신과 육체의 주체적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권과 더불어, 사회적 권리(건강권, 교육권, 주거권, 노동권 그리고 생존권 등)가 필요하다. 이 중 작은 세미나에서 우리가 다룬 주제는 사회권의 한 부분인 주거권에 관한 것이었다. 보통 주거권 보장이라고 하면 머무를 곳이 없어 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들만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거리 노숙 문제는 비단 이 문제만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거권이라는 시각에서 풀어내야 하는 많은 문제 중 한 부분이기 때문에 관련 활동단체들은 노숙인이라는 기존의 명칭 대신 홈리스(homeless)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차혜령 변호사와 함께한 이번 작은 세미나에서 우리는 이러한 주거취약상태, 즉 홈리스 상태란 무엇인지와 우리가 현재 이를 법적으로 어떻게 보장받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주거권의 가장 취약한 상태인 거리 홈리스를 다루는 것으로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집은 인권이다』는 내일의 집 때문에 자신의 오늘을 저당잡힌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란 어떤 상황일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거리 홈리스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대한 법률’에 따르면 일정한 주거지가 없고, 노숙인 시설에 거주하거나 주거적절성이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모두 주거취약계층에 해당한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비닐하우스에 주거하는 사람들부터 재건축으로 인한 강제퇴거 상황에 놓인 사람들, 가정폭력으로 인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려운 이들 모두 거리 홈리스와 마찬가지로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홈리스이다.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고시원과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이들 또한 홈리스에 속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홈리스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쉽게 떠오르는 홈리스, 거리 홈리스는 전체 홈리스 인구의 단 1.2%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한국에 주거권을 보장하는 법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헌법조항 중 주거권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는 조항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헌법 16조, 34조 1항, 35조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주거권을 도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외에도 주택법 5조 2항을 통해 한국의 법적 최저 주거기준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장관 공고로 법적 효력이 없으며 행정적 기준의 역할밖에 하지 못해 강제성이 없다. 그리고 이마저도 물리적인 시설의 측면에서만 주거의 기준을 세우고 있어 한계가 명확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의 주거권은 현행법으로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아 사람들이 권리를 보장받는 데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우리는 홈리스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인 거리 홈리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흔히 사람들은 거리 홈리스를 게으르고 자활의식이 없는, 그래서 거리 노숙을 계속해서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라고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과는 달리 거리 홈리스 중 지속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이의 비율은 약 85%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홈리스 상태에서 벗어나기가 거의 어려운데 이는 이들의 주민등록이 오랜 기간 동안의 불안정한 주거생활로 인해 말소되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실상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거리 홈리스에 대한 차별적 인식도 이들의 자활에 여전히 큰 장애물로 남아있다. 


  그러나 거리 홈리스를 또 한 번 울리는 상황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거리 홈리스를 대상으로 한 명의도용 문제 및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기초생활수급신청 탈락, 서울역의 강제퇴거문제, 구걸 처벌 조항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구걸 처벌 조항은 상대적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법조항이다. 이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구걸을 하여 타인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한 사람은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런데 구걸이란 결국 사람들에게 말을 걸거나 손을 내미는 등의 특정 행위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행하는 사람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이 조항은 전제 조건을 내걸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걸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구걸에 의지해야 할 정도의 극단적 빈곤상태에 놓이고 만 사람들을 다독여주고 돕기는커녕 형벌로써 다스리고자 하는, 약자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을 이 법조항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거 문제, 집값 문제는 우리들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많은 이들이 항상 겪고 씨름하는 문제이다. 내 집 마련이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이 나라에서 사람들은 왜 이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인간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여야 할 집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삶의 대부분을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아직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뉴스나 신문을 연일 장식하는 부동산 문제, 주거 문제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를 통해 주거와 관련된 문제가 우리네 삶을 많은 부분 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너무나도 많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제약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개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현실에 변화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당장 오늘 밤 어디에 자신의 몸을 뉘여야 할지가 막막한 삶, 살고 있는 곳에서 언제 쫓겨날지 몰라 하루하루 불안에 떨어야 하는 삶, 누구도 이것을 인간다운 삶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진정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우리 자신의 편견을 넘어서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_주선하(공감 20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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