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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네가 너인 것 자체로 괜찮다.” - 장서연 변호사와 함께한 성소수자 인권 세미나 후기

공감이 하는 일/공익법 교육·중개

by 비회원 2014. 10. 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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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가져왔던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내 관점은 다른 범주의 가치 혹은 문화의 영역이라는 것이었다. 사회가 좀 더 '다름'에 대한 관용과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직접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분야로 여기진 않았다. 때문에 성소수자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법적, 제도적 보호가 부재하다는 사실에 무지했고 그들이 받는 보이지 않는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에게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힌 사람은 여태껏 단 한 명도 없었고 나는 이들이 커밍아웃을 할 수 없게 만든 사회적 현실은 외면한 채, 내 주변에 성소수자들이 정말 없다고 간주하게 되었다.

지난 18, 장서연 변호사의 주재로 성소수자에 대한 작은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는 2007년 입법이 예고된 차별금지법에서 차별 금지의 대상 중 하나인 성적 지향이 보수단체의 반발로 삭제된 사건을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했다. 헌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평등과 인권 보장을 위한 차별금지법조차 종교적, 정치적 이유로 거센 비난을 받았고 차별을 받아도 되는 사람과 받아도 되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논쟁이 불거지면서 차별금지법이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는 사태를 초래했다. 정치적 부담이 거세지자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국회와 정부는 성적 지향을 삭제함으로써 차별을 방관하고 정당화했다. 이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의 폭력과 국가의 무관심을 그대로 반영한 사건이었다.

청소년 LGBTI 문제는 더욱 심각한데 이들은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도, 그리고 가장 가까운 가정에서도 모두 소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9년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자살 사건은 원치 않는 아웃팅, 비전문적인 상담, 동성애 혐오적 괴롭힘이라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겪는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은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악질, 중대한 집단 괴롭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환송함으로써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의 특수성과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주류와 다른 성적 지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아직 꽃 피지 못한 어린 청소년은 비극적인 선택을 했고, 아이의 죽음을 문제 삼거나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국 LGBTI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친구나 교사에 대한 커밍아웃 비율은 성인 LGBTI의 커밍아웃 비율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MTF 트랜스젠더 및 게이의 경우 커밍아웃 비율이 특히 낮았는데 이는 남성 학교에서의 노골적인 호모포비아와 적극적 공격을 반영한 수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또래 집단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성을 내재해야 할 시기에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또래들로부터의 공격 혹은 무시를 감내하고 있었다. 더불어 청소년들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학교는 청소년의 미성숙과 불완전을 들어 일방적으로 변화를 강요하고. 차별적 인식을 확대, 재생산한다.

  얼마 전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반스쿨팀에서 모교에 편지보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미 졸업한 선배들이 학교 후배들, 교사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프로젝트였다. 이 편지가 보내졌을 때 과연 누가 읽을지 모르겠지만 편지를 쓴 사람의 진심만큼은 전달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괜찮다. 네가 너인 것 그 자체로 괜찮다. 바꾸지 않아도 되고,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너 스스로 탓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는 편지글 속에 담긴 진심처럼 인권사회를 만들어가는 변화의 씨앗들은 더 많은 곳에 뿌려져야 한다.  

한국사회 성소수자 인권의 시계바늘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을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회원소식지 <Amnesty Magazine> 2013 003호 특집

 

이들이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받는 가정과 사회로부터의 폭력을 우리는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헌법재판소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평등권도 침해하지만 인간의 존엄에 명백히 위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간의 존엄성은 그 어떤 종교적, 정치적 가치도 침해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권리이다. 성소수자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다.

 


글_이소담(20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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