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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실무수습 후기] 희망을 변론하기를 희망합니다 - 김수지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감이 하는 일/로스쿨 실무수습

by 동-감 2014. 9. 2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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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사랑하게 되다

  공익전담변호사가 되고 싶어 로스쿨에 입학하게 된 저는 로스쿨 입학이 결정되기도 전부터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주최하는 인권법캠프에 참가하는 것이었습니다. 로스쿨 입학을 앞둔 2013년 2월, 2박 3일간 진행된 공감 인권법캠프에 참가하였습니다. 캠프에서 ‘나와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 ‘내가 꾸는 꿈을 이룬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저와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해졌습니다. 제가 꾸는 꿈을 이룬 공감 변호사들을 보면서는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 혼자만의 헛된 꿈이 아니라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공감 변호사들은 제가 만나본 그 어떤 변호사들 보다 밝고 맑은 얼굴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국사회가 내는 아픈 소리, 우는 소리를 가슴으로 듣고, 세상의 많은 짐들을 짊어져야 해서 지칠 법한데도 행복해보였습니다. 여성, 장애, 난민, 빈곤, 국제인권, 성소수자 등 전반적 인권 분야에 고루 관심을 가져왔던 저에게 전문 분야를 갖고 활동하는 변호사들의 모습 또한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캠프를 계기로 공익인권변호사로서의 꿈이 더 뚜렷해졌습니다. 그리고 공감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매달 오는 공감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공감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도 읽으며 공감에서는 지금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멀리서 지켜보았습니다. 늘 마음으로 응원하였습니다. 이제는 멀리서만 지켜보던 공감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로스쿨 입학을 위해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공감에서 실무수습을 하고 싶다’고 쓰기도 하였습니다. 전남대 로스쿨과 제 스스로에게 약속한 바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공감에서 실무수습을 하기 위해 지원하였고 운 좋게 2주간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하는 공감에서 실무수습생으로 있었던 2주간의 이야기입니다.

 

 

작은 공간에서 피어오르는 큰 희망

  공감의 공간은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변호사 책상은 사건 기록을 모두 펼쳐놓고 보기에는 너무나 좁았고, 회의실도 크지 않았으며 의뢰인 상담실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요 인권 사건을 맡아 변론하고 관련 정책을 내놓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공익인권법재단인데 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공감은 작지 않습니다. 공감은 지난해에 개인 기부금만 4억 원 가까이 조성이 되어 그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공감에는 변호사를 포함한 10명의 구성원과 수많은 기부회원들, 연중 상시로 활동하는 20명이 넘는 자원활동가, 국내·외 인턴 등 공감과 함께 하는 이들이 셀 수 없이 많기에 공감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공감에 계시는 8명의 변호사들은 이들의 힘을 등에 업고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을 위해 무료로 변론하고, 연계 기관에 무료로 법률 자문을 해주며, 무료로 법률전문가인 친구가 되어줍니다. 작은 공간에서 피어오르는 큰 희망을 보았습니다.

 

 

평범해서 특별한, 그리고 평범하지만 특별한 공감

  공감은 생각보다 평범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들을 하며, 당연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바뀌어야 할 부분,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곳,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공감은 존재합니다. ‘변호사’란 직업은 원래 그런 것입니다.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감의 변호사들은 변호사법 제1조를 성실히 따르는 매우 평범한 변호사들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라는 존재가 모두 그러하지는 않기 때문에 공감은 더욱 특별합니다. 공감에는 장애인, 난민, 여성, 성소수자, 취약노동계층, 빈곤계층, 이주민, 아동 등 우리 사회에서 비교적 낮은 대우를 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각 변호사들이 분야를 나누어 활동합니다. 공감 변호사들은 다른 변호사들과는 달리 송무를 주로 하지 않습니다. 소송뿐만 아니라, 사건 해결을 위해 법률 전문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합니다. 전체 업무 중 30% 정도만이 소송업무이고 나머지는 정책 설정, 연계 기관과의 연대 활동, 연구 사업 등의 활동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평범해서 특별한, 그리고 평범하지만 특별한 ‘변호사 친구들’이 있는 곳입니다.

 

공감 변호사를 통해 세상 바라보기

  공감에서의 실무수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주제별 세미나 청강, 인권단체 방문, 의견서 작성 등 과제물 수행.

  공감에서는 로스쿨 실무수습생들을 위하여 매일 오전 세미나를 진행하였습니다. 공감 변호사들이 각자 맡은 전문 분야의 주제를 가지고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지 법리적으로 어떤 것들이 문제이며 개선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함께 실무수습을 하고 있던 로스쿨생들과 가벼운 토론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여성, 난민, 장애, 노동, 성소수자 등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에 참여하다 보니 한국 사회 전반의 인권 현실에 대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과제 수행 | 법적 지식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감 능력’

  오후 시간에는 주로 담당 변호사인 차혜령 변호사가 주는 과제물들을 수행하였습니다. 첫 번째로 맡은 과제는 장애인 성폭력 사건 판결문들을 분석하는 일이었습니다. 3일에 걸쳐 약 100건 가까이의 판결문을 분석하게 되었습니다. 대법원 홈페이지 등에는 올라오지 않는 비공개 판결문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은 소중한 자료들이라고 하였습니다. 피해자의 장애 유형과 등급, 장애의 정도, 생물학적 나이, 가해자와의 관계, 죄 인정 근거,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등에 관한 항목을 찾아내어 입력하는 과제였습니다. 판결문들을 분석하다 보니, 장애인들이 성폭력 위험으로부터 얼마나 취약한지 알게 되었고, 재판부마다 판단 기준 등이 다르거나 모호하여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는 못 하였습니다. 여러 번 피해를 당하고도 다시 피해를 받으면서도 ‘피해’를 ‘피해’라고 인식하지 못 하는 경우도 많아서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이 줄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다음 과제는 인천광역시의 한 민관협의체에서 위원으로 근무하던 분에 대한 해촉 사건을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담당 변호사님과 함께 의뢰인 상담에 직접 들어가서 사건을 듣고 정리하여 의견서를 써내야 했습니다. 의뢰인은 누구보다 단체 활동에 열심이었으며 조직 운영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건의하는 등 단체 발전에 적극적인 위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직 운영 개선 방안 등을 언론에 보도하였다는 이유로 해촉이 되었고 이후 공감을 찾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를 민사소송으로 다투어야 할지 행정소송으로 가야할지부터 엄청난 고민을 하였습니다. 단체의 성격을 규명하는 일이 우선이라 생각되어, 단체의 성격을 규명해보니 민사소송으로 다투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민사소송으로 가기로 결론을 내리고 위법 사유 등에 대한 근거를 전개해나갔습니다.

 

  다음 과제는 지하철 성추행 사건 불기소처분에 대한 항고이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형법 지식과 기초가 너무나 부족하여 이유서를 쓰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을 피해자를 생각하니, ‘나중에도 내 실력이 이 정도라면 나 같은 사람은 공익전담변호사로 살지 않는 것이 공익인권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의견서와 이유서 작성을 통해 ‘실력 없는 변호사가 하는 말은 불평, 불만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법률 전문가로서 돕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법적 지식과 논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민사, 형사, 행정, 헌법 등 어느 분야 가릴 것 없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동시에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감 능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어느 부분에서 억울한지, 어떤 방향으로 일이 해결되기를 원하는지 등을 알지 못 하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의뢰인에게 도움을 줄 수는 없습니다. 실력과 공감능력을 갖춘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장애인여성공감’ 방문 | “경험의 언어로 소통하라”

  실무수습이 끝나갈 무렵, ‘장애인여성공감’이라는 단체를 방문하였습니다. 장애인여성공감에서는 장애인을 상대로 한 차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약자들을 상대로 한 차별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애인성폭력상담소도 운영하고 장애인 여성들을 상대로 직업 교육 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단체 대표로부터 단체에 관한 설명도 듣고 동행해준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의 특별 요청으로 ‘장애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판결문 분석 과제 수행을 위해 장애인 성폭력 판결문을 많이 보게 되어서인지 장애인 성폭력 피해 실태나 원인 등에 관심을 갖고 관련 질문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장애인 성폭력 피해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은 그들이 장애로 인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맥락에서 피해를 입었는지, 그들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공감에 공감하세요

  2주간의 간의 실무수습을 통해 공감에서 대단한 걸 보고, 엄청난 걸 느끼고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공감은 제가 생각했던 그대로였습니다. 공감 변호사들은 ‘인권 옹호’라는 사명감에 불타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할 일이 없어 공감에 남아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고 즐겁기 때문에 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의 때마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모두가 웃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는 다소 부족할지라도 마음의 여유는 넘쳐보였습니다. 공감 변호사들 중에는 대형 로펌에서 일하다 오신 분도 계시고, 검사 출신도 있습니다. 그러나 돈과 명예를 벗어버린 지금의 삶이 훨씬 행복하고 만족스럽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공감 실무수습을 통해, 그들이 왜 좁은 책상에서 일하고 급여도 적게 받으면서도 그토록 행복해 하는지 가슴으로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저 또한 공감 변호사들처럼 사는 변호사가 되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저도 공감 변호사들처럼 희망을 변론하기를 희망합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공감의 변호사들과 저에게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후기를 마칩니다.

 

글 _ 김수지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 이 글은 전남대학교 <인권법 평론> 제 13호에 실린 글을 일부 발췌하여 편집하였습니다.

 

※ 공감의 기부회원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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