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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통신] 다시 읽는 간디 - 하승수 (변호사, 녹색당 공동위원장)

공감의 목소리/공감통신

by 동-감 2014.09.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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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하트마(위대한 영혼)’라는 호칭이 붙은 간디는 흔히 ‘성인’으로 불린다. 그리고 인도 독립을 이끈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간디에 대해 가진 상식은 이 정도이다.

 

  간디가 꿈꾼 세상이 어떤 세상이었는지는 잘 모른다. 아마 인도 사람들도 비슷할 수 있다. 지금의 인도는 간디가 꿈꿨던 인도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디는 인도가 영국 같은 나라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영국을 그다지 바람직한 사회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대규모 공업화가 된 나라들을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간디가 꿈꾸었던 인도는 70만개의 마을공화국들로 이뤄진 인도였다. 마을에서 ‘판차야트’라는 마을의회를 두고 마을자치를 하는 것을 꿈꿨다. 경제도 농촌마을에 기반을 둔 경제를 꿈꿨다. 그래서 간디는 영국의 옷을 거부하고 인도의 전통옷을 입고, 옷을 만드는 농촌의 수공업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실천하기 위해 간디가 매일 몇 시간씩 물레를 돌렸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간디는 ‘기계’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기계에 대한 맹신’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리고 인도는 공업 국가보다는 농촌에 기반을 둔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간디의 구상은 최근에 출판된 <간디의 ‘위험한’ 평화헌법(녹색평론)>에서도 잘 소개되어 있다. 간디는 실제로 인도 헌법이 마을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도를 일종의 마을공화국들의 연합체라는 틀로 구상했던 것이다.

 

  다른 한편 간디는 아주 꼼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마을의 경제, 교육, 환경 심지어 화장실까지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녹색평론)>를 보면, 어떻게 이렇게 구체적일 수 있을까? 라고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간디의 구상은 ‘간디의 제자’를 자처했던 사람들로부터도 외면당했다. 인도 독립 후에 간디를 따르던 사람들이 인도의 대통령이 되고 수상이 되었지만, 간디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갔다. 물론 ‘비노바 바베’처럼 간디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애쓴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인도의 정치는, 그리고 인도사회의 주류적인 흐름은 간디의 생각과는 다르게 굴러갔다. 인도의 정치인들은 서구식의 공업화를 추진했고, 농촌보다는 도시화된 사회를 만들려고 했다. 그 결과 인도는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환경오염도 심한 국가가 되었다. 불가촉천민 등에 대한 차별도 여전하다.

 

  이것은 인도만의 모습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니 세계 많은 국가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간디가 경고했던 지구생태계의 위기, 전쟁의 위협, 증오와 폭력이 심각하다.

 

  그래서 요즘 다시 간디를 읽을 필요를 느낀다.

 

  사실 마을 하나는 하나의 우주이고 생태계이다. 마을에도 권력구조가 존재하고 세상의 온갖 문제들이 존재한다.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쁜 면도 많다. 그러나 사람들이 서로를 알고 의지하며 더불어 살 수 있는 곳도 결국에는 마을이다. 지금의 세상과는 다른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곳도 마을이다.

 

  그러나 인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을을 버리고 농촌을 버리는 방향으로 흘러 왔다. 만약 지금 간디가 대한민국에서 산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떤 일을 하려고 할까?

 

  작년부터 충남 홍성에 집을 마련하고 귀촌을 추진하게 되면서 간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농촌의 현실을 보면서도 간디가 얘기한 ‘마을’과 ‘농업’, ‘농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충남에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수도권에 가깝기 때문에 겪는 문제들도 많다. 최근에는 폐기물매립장이 여러 곳에서 추진되면서 농촌 마을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수도권과 대도시의 쓰레기가 시골로 밀려들려고 하는 것이다. 송전탑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도 충남이다. 마을주민들이 문제제기를 해도 국가라는 권력은 꿈적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도 주민편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버티고 있는 것은 마을의 힘이다. 충남뿐만 아니라 전국의 농촌지역 상황도 그렇다. 한국의 마을들은 많이 공동화되고 황폐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마을자치가 비교적 잘 이뤄지는 곳들도 있다. 주민들이 마을을 사랑하고 농촌에 살려고 하는 경우들도 많다. 이 마을들을 지키고 살려야 한다. 그런데 정책이, 그리고 정치가 자꾸 이들을 괴롭히고 마을을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다.

 

  만약 ‘간디’가 이런 현실을 본다면, 어떻게 할까? 간디라면, 주민들과 함께 하고 주민들을 조직하고 주민들의 힘으로 부당한 일에 저항하려 할 것이다. 간디는 인도 곳곳에서 수많은 농민들, 노동자들, 지역주민들과 함께 해 왔다. 간디와 함께 하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간디는 마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마을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해왔다.

 

  법률가에서 시작해 활동가가 되고, 수많은 운동을 조직하고 이끌었던 간디의 삶을 되새기며, 반(反)생명의 시대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게 된다.

 

  법률가들에게도 부탁을 하고 싶은 것이 있다. 농촌과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농촌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하고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으려는 법률가들이 많이 필요하다. 공익법률사무소가 농촌에도 필요하다. 청년시절 간디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인도인들을 도왔던 것처럼, 지금 한국의 농촌에는 뜻을 가진 법률가들이 필요하다.

 

하승수 (변호사, 녹색당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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