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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종차별실태보고대회를 다녀와서 - 강귀석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공감이 하는 일/로스쿨 실무수습

by 동-감 2014.09.0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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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란 영화가 있습니다. 1980년, 새내기 대학생 ‘호창’(임창정 분)과 ‘세영’(엄지원 분)은 달콤한 연인 사이였는데, ‘이소룡이 죽던 날’ 갑작스럽게 둘은 결별하게 됩니다. 호창의 입장에서는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일방적인 통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 영문을 모르니까. 사실 결별 직전에 대학의 야구부인 호창은 학교측의 명령에 의해 ‘용역 깡패’처럼 행동했습니다. 학교측에 대항해 시위를 하는 세영의 무리들을 야구 배트를 마구 휘둘러 쫓아냈던 것입니다. 호창은 영 탐탁치않아 했지만, 동료가 시위대에게 얻어맞는 것을 보고는 격한 감정에 빠져, 마구잡이로 폭력을 휘두르게 됩니다. 그는 잘 모릅니다. 그 행동의 결과가, 가치가, 그런 행동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모릅니다. 그냥 위에서 시키니까 한 것이고, 같은 편이 맞으니까, 같이 때린 것 뿐. 행위의 정당성 따위는 잘 모릅니다. 그 때에는. 세영이 그 무리들 중에 있던 것도 당연히 몰랐습니다.

 

오래 전에 결별했던 둘은, ‘선동열을 스카우트하러 온’ 호창이 광주에 내려오며 재회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연히 TV에 잠깐 비춰진 전두환을 ‘인간적으로 멋진 사람’이라 여기는 호창의 말은, 세영에게는 호창의 인간성 자체를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하나도 안 변했네.” 하지만 호창은 그때까지도 영문을 모릅니다. 영화의 결말에 가서야, 드디어 호창은 결별의 전모를 알게 됩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서, 이제서야 진실을 알게 된 호창은 세영을 구하러 뛰어듭니다. 잘못했다고, 잘못했다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세영은 그를 꼭 감싸안습니다.

 

왜 사람들은 특정 사람들을 차별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무시하고, 배척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어쩌면 그렇게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저는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몰라서’.

 

무엇이 차별인지, 차별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차별의 실태는 어떠한지 등에 대한 정치한 이해가 없다면,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하는 것은 물론, 차별을 하고도 그 차별을 ‘별거 아닌 것’정도로 스스로 합리화해 버리는 과정이 생겨나게 됩니다. 완벽하게 차별의 대상을 일방적으로 타자화시키고는, 마치 공포영화를 즐기듯이 ‘무섭긴 하지만, 결국은 나의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일’ 정도로 치부하여 차별이 스스로의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합니다. 하지만 당하는 쪽에서는 정말로 끔찍한 일입니다. 아무리 차별이 존재한다고 외치고 투쟁해 보아도 마치 ‘공포영화처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차별하는 사람과 차별받는 사람 사이에는 ‘갑작스런 결별’처럼 깊은 단절이 나타납니다.

 

앞서의 영화에서는 호창이 진실을 알게 되는 기제로 작용하는 것은 자신이 폭력을 휘두를 때에 입었던 ‘줄무늬 야구 유니폼’입니다. 우리가 공감에서 실무수습을 하면서 경험했던 ‘유엔인종차별실태보고대회’를 비롯한 각종의 대회·세미나 등은 바로 이 줄무늬 야구 유니폼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별을 차별로서 올바르게 인식케 하고, 가리워진 진실을 직면케 하는 것. 닫힌 세계를 깨뜨리고 가위눌린 사람들을 깨우는 것. 단절된 사람들을 서로 이어주는 것.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것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것. 바로, ‘공감’이 하는 일입니다.

 

'이주아동의 인권상황'에 대해 발제중인 황필규 변호사 (왼쪽 첫 번째)

보고대회의 내용은 굉장히 알찼습니다. 1부에서는 이슈가 되는 각종 부분에 대하여 인종차별 실태를 보고하였습니다. 이를테면 ‘미디어 속의 인종주의’나 ‘교과과정 속의 인종주의’등 평소에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잘 조명해 주었습니다. 2부에서는 주체별 실태로서 차별받는 각 주체의 입장에서 실태를 보고하였습니다. 질의응답 시간 또한 인상깊었습니다. 정말 이 주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UN인종특별보좌관 방한에 대응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자 발족된 대회이기도 했기 때문에, 대회에 모인 여러 사람들이 많은 스스로의 목소리들을 내었습니다. ‘인종차별’에 대한 정치한 정의가 없다는 의견부터 세부적인 미비를 다투는 부분까지. 올바른 것을 추구하고자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이런 대회가 좀 더 대중들에게 많이 접근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지점입니다. 적극적인 홍보 등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문제 등으로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이런 대회들이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서는 그 본래의 목적상 대단히 아쉬울 것입니다.

 

글 _ 강귀석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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